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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병영칼럼#1] Q.군대에서 뭘 해야 할까요?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던 23개월 그리고 하루.

군대 안에서의 시간은 참 길고 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한 순간이었다. 군 복무 시절, 누구나 그랬겠지만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보내는 이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제대 후의 길이 달라지는 것 같다. 


논산 육군훈련소 조교 시절


나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조교를 했었다. 신병을 교육하고 관리했으며 훈련병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다. 이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 덕분에 장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 사람이 원하는 것, 성장 배경 등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내가 관상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이게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청년장사꾼 정직원, 인턴 면접을 볼 때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자라온 환경들을 직접 겪을 수 있었기에, 지원자와 대화를 나누면 우리 단체의 비전을 함께할 수 있을지, 우리 단체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장사를 할 때 청년장사꾼이 제일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사와 청결인데, 청결과 관련된 신념도 군대에서 시작했던 중요한 부분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정말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지만, 깔끔한 것을 강조하는 선임을 만나 관물대 정리를 하며 정리 정돈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 


군대에서의 경험 중에 뭐 하나라도 사회생활을 하며 필요 없던 것은 없었다. 


작은 사회나 다름없었던 논산 육군훈련소 조교 시절


군대 안에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었다. 사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이었다. 자기계발서를 무차별적으로 읽었고, 평소 공대생이라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던 인문학 서적도 많이 읽었다. <미학오딧세이> 전 편을 다 읽으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뜰 수도 있었고, <이기적유전자>라는 어려운 책을 읽으며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다. 군대 가기 전부터 장사에 관심이 있었기에 장사와 관련된 책들도 섭렵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감명을 받았던 <총각네 야채가게>를 읽고, 제대하자마자 총각네 야채가게를 찾아가서 뭐든 시켜만 달라고,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장사에서 다양한 선배들을 만났고,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면서 장사에 대한 꿈을 키웠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 후 청년장사꾼 단체를 창업하게 되었다.


군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책들을 읽지 않았다면 우물 안 개구리인 상태로 세상에 나왔을 지도 모른다. 물론 책 안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어떤 분야에 대해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직접 무언가를 배울 수 없는 군대 안에서의 독서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청년장사꾼을 창업하고 우리의 열정적인 분위기나 에너지 때문인지 신문 기사나, 책, 명강특강 등을 통해서 청년장사꾼을 알게 된 친구들 중 정말 절실한 친구들은 메일을 많이 보내오곤 한다. “지금 제가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많은 질문들에 대해 나는 관심 있는 분야든 아니든 책을 많이 읽어보라고 말한다. 그 경험이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었고,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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