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을 통해 바라 본 안타까운 '한식의 세계화'
뉴욕에서 만난 영수 형님께서 아내와 아들 은률이가 미국에서의 긴 여정에 힘들었을 거라며 블로그로만 보던 '정식당'에서 저녁을 사주셨다.
'정식당'은 한국인 최초 미슐랭 별 두 개를 받은 레스토랑으로 청담동에도 매장이 있는 브랜드다. 이 곳의 음식은 먹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예쁜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데 음식 하나하나에도 스토리를 담은 것은 물론, 음식에 따라 자그마한 숟가락 하나까지도 맞추어 주는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정식당은 모든 면에서 나를 감동시켰다.
'한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더 신기한 것은 주위의 모든 테이블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갈비나 김밥 등이 익숙한 상태에서 정식당의 메뉴들이 퓨전으로 느껴지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일 텐데도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런 훌륭한 쉐프들이 한식을 재해석하여 뉴욕 맨해튼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정식당뿐 아니라 DANJI(단지), HANJAN(한잔), goggan(곳간), Oiji(오이지) 등 많은 쉐프들의 한식을 베이스로 한 레스토랑들이 트렌드의 중심, 뉴욕 맨해튼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문 쉐프들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는 것도 분명 한식의 세계화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조금 더 대중적이고 확장성을 가진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 정식당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우리가 친숙한 느낌으로) 미국에 진출한 한식 매장들도 방문해보았다.
이 매장들은 모두 Korean BBQ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뿐만 아니라 많은 현지 미국인들도 양념갈비를 좋아한단다.
- LA 출장에서 만난 강호동 백정, 마포갈매기, 광양불고기, 왕초, quaters
- 애틀랜타에서 만난 breakers, 강호동 678
- 뉴욕에서 만난 금강산, 삼수갑산, 함지박
한국과는 다르게 영업 허가를 받는 것조차가 어려운 일이고, 공사 기간도 길게 걸린다. 그러나 일단 오픈만 하고 나면 엄청난 손님이 몰려든다. 이 흐름은 지켜볼 만한 흐름인 것 같다.
사실 이번 미국 여행의 큰 일정은 강의였다.
애틀랜타에서 8시간, 뉴욕 12시간 동안 총 20시간 동안 현지에서 한식당을 하고 계시는 경영주와 조리사분들께 현재 한국 외식업의 트렌드에서부터 운영·관리·직원교육·CS 등에 대한 내용을 강의했다.
강의 관련기사보기▶ "'한 방' 보다는 '정직한 장사'로 승부"
강의를 준비하면서 하나라도 더 말씀드리고 싶어서 발표자료, 영상, 청년장사꾼 교육 내용 등 모든 것들을 총망라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12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여기에 계신 한식당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이러한 기회가 흔치 않은 분들이고 열정도 남다르셨기 때문이다. 뉴욕 퀸즈-플러싱 지역은 한 때 '코리아 타운'이 조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인들에게 계속 자리를 내어주고 밀려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그 속에서 이 분들은 묵묵히 한식을 통해서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이분들이 없었더라면 '한식의 세계화'라는 키워드는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뉴욕 타임스퀘어에는 배우 송중기씨가 나와 '한국 관광'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송중기씨가 한류스타라지만 수백 개의 전광판 가운데에 15초 나오는 것을 보고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솔직히 내가 내는 세금이 너무 아까울 정도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금 청년장사꾼과 유타컵밥이 하는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한국 음식 중에서, 엄청난 스포츠 열풍이 있는 미국의 경기장 내에 입점하여 있는 곳이 있을까?
유타컵밥은 무려 NBA(유타재즈 스타디움), 프로축구(RSL), 미국 대학 FOOTBALL 경기장에 입점해있다.
유타주는 비록 시골이지만, 남북한을 합친 크기이고 MLB나 NFL 에선 활약하지 않지만 한국인이 별로 없는 이 낯선 땅에서 한식으로 성공했다. 이것만으로 엄청난 가능성과 희망을 증명한 것이다.
내가 미국에 와서 느낀 것은 아주 단순하다.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뉴욕·로스엔젤레스·애틀랜타 같은 대도시 말고도 우리가 잘 모르는 주가 40개나 있고 그곳에서도 지금의 유타주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MLB, NBA, NFL, NHL 어디를 가든 자신 있다.
며칠 전 컵밥 대표 형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Cupbop Crazy fan을 선정해 한국행 항공권을 끊어주고 청년장사꾼이 공항 픽업, 숙소 제공, 열정도 Free pass 권을 주고 한국을 소개해주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한 인터뷰에서 유타 컵밥을 먹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단 한 번도 한국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거나 알려고 하지를 않았는데 컵밥을 먹게 된 후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그래서 사비를 털어서라도 꼭 진행해보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는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이고 섞여 한식의 세계화를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한식문화재단이든 한국관광공사든 문화체육관광부가 필드에서 뛰고 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청년장사꾼과 컵밥의 해외진출 프로젝트가 조금이라도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참고영상] KBS <다큐 공감> 한국 컵밥, 미국 유타를 사로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