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장사꾼이 직접 밝히는 ‘열정도’ 탄생 비화 (3)
청년장사꾼이란 단체를 창업하며 내세웠던 모토 중 하나가 ‘문화를 통한 상권 활성화’였다. 우리가 장사를 잘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일 순위 목표였지만, 우리가속한 상권을 활성화시켜 우리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든 상인들과 함께 재미있게 장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상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없이 장사가 잘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본이 없었던 우리가 사람을 모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 중 하나는 지역에 문화적인 요소를 불어넣음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게 하는 것.
하지만 이는 생각만큼쉽지 않았다. 우리가 야심 차게오픈했던 1호점 ‘사원 앞 카페 벗’을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아지트로 삼아 문화적인 요소로 상권을 활성화 시키자는 계획을 실행하려 했지만생각과 다르게 매출이 저조했고, 조급해진 우리는 오픈 일주일 만에 다음 스텝을 생각하게 되었다. 추후이태원 계단장을 계속해서 열면서 조용했던 우사단길에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궁극적으로 상권 활성화까지 연결시키는 데 까진 이르지 못했다.
우리는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며 도전했지만 청년장사꾼을 시작하는 초기부터예상하지 못한 난관들과 부딪혀야 했다. 2012년 1월 1일, 젊은이들의패기를 보여주겠다며 반팔 차림으로 손난로를 팔기 위해 포항 호미곶을 찾았다. 그런데 그 곳에서 손난로를무료로 나눠주던 모 통신사와의 경쟁에서 대기업의 쓴맛을 봐야 했고, 1호점인 ‘사원 앞 카페 벗’을 처음 오픈할 때도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좋은 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 쓴맛을봤다. 지금은 힙한 거리로 부상한 이태원 이슬람 사원 앞이지만, 당시엔상대적으로 지가가 저렴했던 우사단로에 첫 매장 ‘사원 앞 카페 벗’을차렸다. 소위 말하는 주요 상권에 자리를 얻기엔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우리에겐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었다.
1호점 뿐만 아니라그 이후 청년장사꾼의 모든 매장이 마찬가지였다. 열정으로는 이미 전국을 휩쓸고도 남았겠지만 서울 주요상권들의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지…… 또 그 중에서도 요식업은 대한민국에서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의 영역이아닌가. 정말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장사였지만 하루하루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다. 우리만의 장사 문화, 지역 문화를 만들긴커녕 우리의 한치 앞도 살펴볼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용산구 백범로 87길 (現 열정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상권을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수 있는 조건들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이곳에 6개의 매장을 동시에 오픈했을 때 이 골목은 정말 조용했다. 기존에 장사를 계속 해오던 백반집 등 작은 음식점이 몇 군데 있었을 뿐, 골목엔 손님들보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이 더 많아 고깃집에서 초벌구이를 하다 납치돼도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청년장사꾼이 그동안 모아온 모든 것을 투자해 만든 이곳인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가 우사단길, 금천교 시장에서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이곳에 그대로적용해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청년장사꾼의 독특한 장사 문화, 지역문화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아야 했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여 죽은 골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찾아오지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이유들을 만들어야 했다. 초반엔 다른 곳에서 하는 것처럼직접 나가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등 SNS 채널을 통해 열정도를 홍보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삭막했던 골목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도전을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매달 둘째 주마다 진행되는 열정도 야시장 “공장”이다. 초기 열정도 야시장은 이 곳에 살고있는 동네 주민들도 모르는 장터일 정도로조용한 장터였다. 회를 거듭하며 점점 주변 상인,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행사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얼마 전 진행되었던 9월 열정도 야시장에서는 야시장 개최 이래 가장 많은 7~8천여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열정도 야시장이 우리만의 지역 축제가 아닌 서울 시민 모두 즐길 수 있는하나의 문화가 되었음을 증명했다.
두 번째는 마을 반상회다. 요즘은 점점 듣기 힘든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반상회’를 열정도에서는 매주에 한번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열정도 내 젊은 사람들이 모여 한 주간의 이슈와 열정도의 발전 방향, 다양한행사 기획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주변 상인들과 눈치 보며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더욱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직접 찾아가는것이다.
세 번째는 마을 사업 프로젝트다. 청년장사꾼은지난 4월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주재단에서 진행하는 청년 창업 지원 프로젝트인 ‘H-온드림 오디션’ 디벨로핑 녹색/환경/지역개발서비스 부문에 선정되어 골목 곳곳에 재밌는 아트워크나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골목을 만드는 마을 사업프로젝트에 대한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재밌는 벽화나 콘텐츠들로 열정도 골목을 좀 더 다채로운 것들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빈 담벼락에 그려지는 벽화, 주차장 공간을 이용한 파클렛,마을 게시판 등 다양한 워크아트를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열정도골목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얼마 전 발행돼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The 열정도(열정도 신문 https://goo.gl/FvsAvZ)’도 마을 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네 번째로는 열정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기간에 맞춰 청년장사꾼 열정도 전 매장에서 진행되었던 ‘열정한마음 대축제’, 포켓몬GO 열풍에 맞춰 진행되었던 ‘열정도에서 포켓몬을 찾아라’ 이벤트 등 열정도에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즐길 수 있는 이벤트들이 가득 준비되어 있다. 언제 어떤 매장에서 어떤 재미있는 이벤트가기다리고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열정도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다.
다섯 번째로는 새로운아이템을 추가하고 1차, 2차, 3차 매장을 만들어 매출을 극대화하기. 기존 열정도 골목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 중이니 더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열정도를 기대해도 좋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부터 잘 먹고 잘 사는 게 우선이라고. 남들까지 챙기다가 뒤처질지도모른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모든 관심과집중을 쏟더라도 자칫 한 눈을 판다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딱 좋은 사회다.
하지만우리는 말한다.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우리와 우리 주변 모두에게 독이 되며, 우리만의 재미있는 장사 문화와 우리만의 지역 문화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앞으로열정도에 어떤 것들이 생겨날지 우리도 잘 모른다. 다만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열정 넘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더 새로워질 열정도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재밌는 것들을 찾아 힘차게 노를 젓고있다.
열정도는?
서울 용산구 백범로 87길(원효로 1가)에 위치해있는 문화/음식 거리. 과거 1970~80년대 개발 시대에는 소규모 금형·주물 공장이 빽빽이 들어섰고, 이후인쇄소들이 들어오면서 ‘인쇄소 골목’으로 활기를 띄었던 곳이다. 2008년, 이 구역이 재개발 사업에서 제외 되면서 기계음 가득하던 이 골목은 급격히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청년장사꾼은 이 삭막한 골목에 2014년 11월, 6개의음식점을 동시 오픈해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열정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청년장사꾼의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청년상인들이 모여 서울 시내 하나의 독특한 문화의 거리로 발돋움을 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