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허무의 극복 1

제3장 수양에 대하여

by 누룽지조아

수양을 했더니 허무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욕심이 많아 보이는 친구는 잘돼 돈을 많이 벌고 있으나, 수양한다고 기대하지 않는 연습, 비우는 연습이나 하다 보니 사회적 성취를 얻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남도 쓸데없는 짓 한다고 화를 돋우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비판한다.


수양해서 잡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쉽게 저절로 잡자는 말이다. 뭘 꼭 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 되기 어렵고, 잡으려고 하면 기대하게 되어 멀리 달아난다. 수양은 뭐가 되거나 잡는 훈련이 아니고 힘 빼고 기대를 내려놓으며 성실히 반복 노력하여 습관을 바꾸는 훈련이다.


또한 냉정히 말하면 제삼자가 수양하는 사람을 그렇게 비판할 권리는 없다. 비판하기 전에 자기는 더 잘 지키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맞다. 남 일에 간섭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신념 등은 자기에 적용되는 것이지 을 비판할 때 쓰는 무기가 아니다.


잘 나갔는데 시간이 흘러 망하고 잡초만 무성하다. 고생고생하고 목표에 매달렸는데 어느 날 가치가 없어졌다. 허무가 밀려온다. 왜 허무해질까?


세상을 잘못 인식해서 오는 오류다. 허무할 이유가 없다.

'변한다고 허무할 이유가 없다.' 세상은 원래 변한다.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변한 것을 못 받아들이기에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아야 좋고 당연한 게 아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나 집착을 내려놓는다. 세상은 원래 무상하고 공하다고 한다. 무상은 변한다는 의미다. 세상이 공하다는 의미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존재 자체가 어떤 가치나 의미라는 속성을 가지는 게 아니고 사람이 그렇게 인식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돈이라는 존재가 좋아함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물고기나 개 등도 사람만큼 돈을 좋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그런 속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다. 존재 자체는 참과 거짓, 좋음과 싫음, 선과 악 등이 없어 공하다. 사람은 상황, 자의식, 고정관념 등에 따라 다르게 인식할 뿐이다.


'목표가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졌다고 허무할 이유가 없다.' 목표나 가치는 자기가 생각해서 설정하므로 원래 생겼다가 없어지고, 없었다가 생겨난다. 또한 목표는 나, 남, 환경에 영향을 받으므로 내 힘으로 목표를 달성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교육헌장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우리라는 주체가 태어나기 전에 약속을 한 것처럼 뭘 띠고 태어났겠는가? 그냥 태어났다. 목표가 있어 소중한 것이 아니다. 그냥 태어나고 살아있음 자체가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다. 존재 자체가 있고 사람이 거기에 생각해서 가치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은 자유이므로 가치와 의미가 달라진다. 목표가 있든 없든 어떤 가치를 생각하든 안 하든 특별하든 소소하든 삶의 순간순간 자체가 소중하다. 현재에 집중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좋아진 게 없고 삶이 허무해 만사가 귀찮다면 수양을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과 달성이나 정신 및 육체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수양은 할 필요가 없다. 수양하는 사람은 얼굴이 밝고 성실히 살며 주변도 뭐가 바뀐 것 같고 좋아 보인다고 말한다.



수양할 때 이런 망상에 빠지지 않는다. 마음은 아무것도 없다. 가져야 별 의미 없는 짓이다. 수양하려면 산에 들어가야 한다. 나를 희생해야 한다. 만사 매일반이고, 이리 살든 저리 살든 별 차이 없다. 남과 싸울 일 있어도 굳이 싸우지 않고 양보한다. 틀리더라도 어차피 반전되므로 조용히 있는다. 위나 아래나 똑같다. 지식은 쓸모없다.


‘빈 마음을 가진 사람은 멍한 게 아니다.' 빈 마음을 아무것도 없는 마음으로 잘못 이해했다. 없는 것 같은데 무한히 작용하는 마음이다. 멍하니 있는다고 도달할 수 없다. 외부 감각자극에서 오는 생각을 중지하고 현재의 나에 집중하기, 절대자나 신성에 온전히 내맡기기, 행위를 하고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빈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고정관념이나 감정 등에 얽매지 않아 가는 것은 가는 대로 오는 것은 오는 대로 놔둔다. 없어지는 것에 미련을 두거나, 변하는 것을 잡아 두려고 집착하지 않는다. 곁에 멋지고 특별한 것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소소하고 평범할지라도 늘 우리 곁에 이미 있는 것에 감사한다. 결과는 받아들이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 성실히 노력하며 산다. 편안하고 정신이 건강하다. 또한 남을 빈 마음으로 대하면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욕심을 버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배우자가 수양하는 사람에 대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돈에 관심 안 가지고, 수양한다고 현실을 떠나 돈을 안 벌면 어쩌지 하고 걱정한다. 소유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소유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소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실히 노력하되 있으면 있는 대로 고맙고,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다는 말이다. 운 좋아 돈 많이 벌면 돈에 노예가 되지 않고, 나누며 산다. 여윳돈 없어도 먹고 살만 하면 슬퍼하지 않는다. 세상이라는 채권자에게 빌린 빚이 적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 수양이 잘 된다는 말이 아니다.’ 수양하려면 산에 들어가야 하거나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 한다고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 잘 되는 수양이라면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주장할 가치도 없다. 세상살이하면서 하는 수양이 더 높은 단계의 수양이다. 예를 들면 진짜 수양하는 사람은 아내가 힘든 일이 있는데도 수양한다고 그 일만 계속하지 않는다. 아내를 아끼는 마음으로 아내를 더 잘 도와준다.


수양하는 사람은 혼자 자유로운 자유 영혼을 추구하지 않는다. 세상과 인연 맺고 잘 어울리며,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즐겁게 사는 자유인이나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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