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자아가 많아 서로 싸우거나 정신 분열을 일으키면 어떻게? 딸! 수많은 자아가 늘 같이 있어. 외향적인 자아라고 생각해도 조용히 있고 싶은 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나, 학원 가기 싫은 나 등 많은 자아가 같이 있어. 자기 생각에 자아가 잘났든 못났든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면 자아들끼리 충돌하지 않아.
딸! 자기를 하나의 자아로 고정시키면 나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하나의 나에 맞추느라 괴로워. 부담이 점점 늘어나 우울해지고 그게 커지면 터지고 말아.
딸! 남에게 예의 바른데 자기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는 학생이 있어. 그 학생은 엄마에게 무서운 존재야. 억누르는 자아를 받아줄 것 같은 엄마에게 자기도 모르게 화가 분출되는 거야.
딸! 그 엄마와 딸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둘 다 이런 면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해. 너무 잘하려고 해 부담감이 큰지, 과거 허송세월을 보내 후회가 막심한지, 미래가 불안한지. 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일을 완전히 수용하는 것이야. 존재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므로 어떤 모습이든 존중하고 이해해 줘야 해.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을 때 허용과 불허를 말해주고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해. 딸이 불허한 행동을 하는 경우 엄마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미리 말해주는 거지. 실제 딸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엄마는 침착하게 딸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바라보고 그냥 놔두는 거야. 힘들더라도 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말한 대로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해. 엄마는 자기 감정 조절을 잘해야 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어 먼저 퍼질 수 있거든. 오래 버티지 못하면 일이 꼬여. 기진맥진할 때는 작은 일에도 화나 짜증이 나거든.
딸! 학생이나 엄마에게 바라보고 놔두는 연습이 중요해. 조급해하면 손해야. 억눌린 나들을 달래주어야 폭발하지 않아. 체중을 재는 것과 비슷해. 현재 몸무게를 괜찮다고 수용하고 몸무게가 지나치면 앞으로 먹는 거나 운동을 통해 스스로 조절하는 훈련이지.
아빠! 엄마가 애를 무서워하고, 애를 바라보고 놔두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 딸! 아빠가 말하는 바라보고 놔두는 연습은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거야. 애에게 이렇게 말해. “뭐 하나 한 것 없어도 자책하지 않아도 돼.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도 소중한 존재야.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야.” 애를 격려하고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해. 성급한 말로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 상처를 낼 수 있거든. “지금 이게 사는 거니. 너 때문에 못 살아. 쓰레기 치우고 살아라. 학원 안 가니? 좀 어디라도 나가라. 이제부터 정신 차려. 잘할 수 있어.” 조언이랍시고 한 이런 감정적인 말은 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딸! 엄마는 “밥 먹었니? 오늘 기분 어때?”라며 부드럽고 약하며 따뜻하게 말할 필요가 있어. 이런 상황에도 애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이 애에게 닿아야 관계가 살아나지. 언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지 몰라도 초조하지 않아. 진짜 옆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 기약 없어도 좋다고 생각해. 오가는 것은 엄마가 어쩔 수 없으니까.
아빠! 자아들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딸! 영유아일 때는 복잡한 자아가 없어.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아 사회적 관계로 생기는 자아가 없는 거지. 사회관계가 형성되면 자녀로서 나, 학생으로서 나, 친구로서 나 등이 생겨. 자아도 많아지지. 그런 자아들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해. 그리고 인정받도록 훈련을 받아. 엄마나 선생님이 봤을 때 잘하면 애에게 스티커 주고 맛있는 거, 용돈도 줘. 그 기대에 못 미치면 한 소리 듣고 스티커 등도 안 주니 불안해지지. 사회가 기대하는 자아상이 만들어져. 항상 우리를 따라다니고 무의식에 잠재해 있어. 남이 기대하는 자아에 맞춰 살면 누구를 위해 사는지 후회가 밀려와.
딸! 우리라고 생각하는 자아, 바라보며 달래주는 자아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도 바라보며 달래주어야 하기에 어떤 편에도 속하지 않고, 어떤 감정에도 속하지 않아. 바라보고 달래 주는 자아와 다른 무수한 개별적인 자아가 내 몸과 마음을 빌어 공존하며 살고 있어. 바라보는 자아를 보통 참자아, 진아, 배경자아, 신성, 불성, 자성, 도, 양심, 본성이라고 해. 예상하지 못한 자아가 나올 때 자꾸 억누르면 당하는 자아는 복종을 강요받고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위협을 느끼고 숨어 버리지. 그 후 세력을 키우고 싸울 만하면 반란을 일으켜. 감정 폭발이야. 갈등을 일으키는 자아를 바라보면서 달래 주고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그러면 폭발하는 일도 없어.
아빠! 그러면 어떤 것이 진짜 나야? 딸! 응~~. 그건 모두 나야. 사람들은 변하거나 존재를 특정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 어쩌면 바라보는 자아가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개별적 자아를 낳는 것 같아. 우리는 개별적 자아만 느낄 수 있는 거지. 바라보는 자아는 영사기의 빛과 같아. 화면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데 따라가 보면 바라보는 빛만 있고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바라보는 자아가 텅 비었다고도 표현하지.
딸! 이런 훈련도 해 봐. 코끼리를 코로 생각하거나 코, 머리, 몸통, 다리로 생각하지 않고 폭넓게 생각하는 훈련이야. 코끼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방법이지. 코끼리를 그릴 때 코끼리와 관계되는 다른 것까지 그리는 거지. 코끼리의 코, 머리. 몸통, 다리뿐만 아니라 주변에 관계있는 다른 것도 그려 넣어 봐. 물, 땅, 풀, 공기, 나무, 먹이, 사육사 등도 같이 그려 넣는 거지.
아빠! 아빠 생각은 알겠는데 시험 볼 때 그렇게 답하면 안 될 것 같아. 딸! 맞아. 교과서에 자아 정체성이 뭐라고 나왔는지 아빠가 몰라서 답하기 어려워. 아마 개념으로 보면 시간적으로 동일하고 연속성이 있다고 기술했을 것 같은데. 다만 시험을 진리 탐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리는 모순을 포함하고 있어 참과 거짓으로 나누어지지 않거든. 시험이란 게 출제위원과 학생들 간의 약속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아. 사람끼리 약속한 정답이 참이고 그 이외는 거짓이지.
딸! 명심할 것은 세상은 사람들 간의 약속대로 움직이지 않아. 시험지처럼 참, 거짓을 쉽게 나눌 수도 없지. 세상은 절대자의 뜻대로 움직여. 세상의 작동 원리나 법칙이라고 해. 절대자와 피조물 간의 약속이지. 늘 세상의 작동 원리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상은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