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희언과 침묵

제4장 관계에 대하여

by 누룽지조아

말 안 하고 조용하면 어색하다. 소개팅 때 말이 없으면 서로 무안하여 어떤 말이라도 하려고 애쓴다. 말이 없는 공허함과 지루함이 불편하다. 말수가 적은 희언과 말 안 하고 가만히 듣는 침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말하는 행위의 속성을 통해 희언의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말하는 행위로 나와 상대가 연결된다.’ 말함으로써 ‘나-말-상대’의 관계가 형성된다. 존재를 보거나 듣거나 만짐으로써 인식한다. 예를 들면 100명의 학생들이 강당에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그 학생의 존재는 말하는 행동을 통해 교수에게 드러난다. 상대를 존중하여 말하고 필요한 말이 아니면 줄인다.


말속에 마음이 있다.' 말은 마음의 그림자다. 사람의 속마음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므로 알기 어렵다. 말과 행동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말은 행동과 다르다. 거짓 마음을 담기 좋은 도구다. 말만 하고 안 지킬 수 있다. 말의 신뢰성을 행동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말하는 사람은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변명한다. 말을 많이 하면 빈말이 튀어나와 신뢰성이 깎인다. 말수를 줄이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말을 서열 싸움의 도구로 사용한다.' 말로 자신을 높이거나 남을 자기 밑에 두려 한다. 험담, 공격적인 말, 너무 큰 목소리, 많은 말수, 자기 자랑 등은 서열 싸움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말 많이 하는 이유는 주도권을 휘어잡기 위해서고, 자랑질하는 이유는 스스로 높여 남들보다 서열이 높은 강자라는 숨은 속셈을 교묘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이비 교주들은 모두 말수가 많고 자신을 높여 자랑하며 신이라고 칭했다. 말수를 줄이고,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말로 자기 생각을 강요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를 말에 담아 강요한다. 말로 지시를 받는 사람은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수동적으로 행동한다. 명령과 지시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잔꾀로 피해 간다. 책임자의 명령과 지시만으로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말수를 줄이고, 부드럽고 약하며 따뜻하게 말한다.


침묵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마음의 소리는 말하지 않고 고요할 때 잘 들린다.


‘침묵은 내 본성을 만나는 통로다.’ 홀로 있을 때 침묵하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내 본성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비우고 조용히 듣는다.


침묵은 상대의 진심을 만나는 통로다.’ 상대가 말할 때 침묵하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상대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비우고 조용히 듣는다.


말하고 싶으나 말수가 언은 다른 형태의 말함이다. 입으로 말하지 않는 말함이다. 자발적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여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작용을 한다.


귀로 듣고 싶으나 마음으로 듣는 침묵은 다른 형태의 들음이다. 귀로 들리지 않는 들음이다. 나와 남의 본성을 만나 말을 듣는 것보다 더 큰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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