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낌: 그래도 사랑하세요

제4장 관계에 대하여

by 누룽지조아

복수심을 꺾고 사랑을 주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익으로 돌아와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기심을 채워준다. 그러나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기대는 마음이 생겨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실망하고 미움만 쌓이며 상대를 힘들게 만든다.


사랑을 주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랑을 받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 내가 사랑을 줄 때 남도 나에게 사랑을 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이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굳이 차갑게 대할 필요 없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은 내 자유지만,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다. 어찌 보면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짝사랑이 높은 수준의 사랑이다. 자발적이고 조건 없는 사랑이다. 천지가 차별하지 않고 만물에게 베푸는 사랑이다.


물론 상대가 해를 입는 경우 사랑이라고 말해도 그건 사랑이 아니다. 부드럽고 약하게 그만하라고 3번 말한다. 그래도 계속되면 관리자에게 시정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취한다. 그 후 자기가 감당되는 수준에 따라 미워하지 않지만 멀리할지, 미워하지 않고 측은한 마음으로 대할지 선택한다.


적인 원수에게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방안 1: 미워하고 복수한다.

방안 2: 미워하지는 않고 거리를 둔다.

방안 3: 미워하지 않고 측은한 마음으로 아낀다.


방안 1의 경우다. 합리주의자가 취하는 방안이다. 받은 만큼 주는 합리주의자는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한다. 원수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폭력과 폭력에 대한 복수로 계속 싸우며, 폭력이 난무한다. 미워하고 복수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분단선 그어 놓고 대립하는 경우다. 복수심을 품고, 몸과 시간을 써서 분단 경계선을 지키며, 방어하기 위해 돈을 쓴다. 너무 미워 무력으로 흡수하자는 주장도 한다. 전쟁이 나면 아군에게도 미사일이 날아오므로 아군의 피해도 크다. 실익이 없다. 또한 내가 원수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으면 스트레스가 커져 병난다. 내게 손해고 열받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없다. 나를 위해 내 마음속 복수심을 꺾어 독기를 뺀다. 증거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복수는 법이나 절대자에게 맡긴다.


미워하지 않는 대처법으로 방안 2와 방안 3이 있다. 복수심을 꺾어 병나지 않는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 다시 도발할 확률이 낮아진다.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에 따라 달리 대처한다.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나고 남은 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남을 부모, 자식, 형제자매 또는 다른 내 자아로 생각할 정도의 마음 크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죄지은 자가 못난 자식이나 내 자아로 느껴져야 막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며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죄인인 아들이 집에 왔다. 배고팠고 잘 곳도 없었다. 어머니는 죄인인 아들이 가엽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물과 밥을 주었으며 이불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기도했다. 아들이 죄짓지 않고 바른 길로 가고, 아들을 그래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방안 2의 경우다. 수양으로 복수심을 꺾은 후 되도록 만나지 않거나 엮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안이다. 섣불리 방안 3을 택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원수가 내 가족이나 또 다른 내 자아처럼 느껴지지 않아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원수를 자기 마음속으로 용서하기도 벅찬데 꼴도 보기 싫은 원수에게 사랑씩이나 하는 것은 억울해서 무리다. 원수를 사랑하다가 억울해 먼저 병난다. 원수를 사랑하는 이유와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비현실적 이상론이라고 비판한다.


방안 3의 경우다. 원수도 내 가족이나 또 다른 내 자아라고 생각하는 물아일체, 화광동진의 경지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랑이다. 억울함에 화병 나지 않고 가련한 마음으로 원수를 아낄 수 있다. 공격하면 방어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인간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한다. 원수를 사랑한다고 해서 원수의 불의에 동조하거나 돈을 대주는 등 간접적으로 조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원수에 대한 사랑은 자비심 중에 비심을 의미하는 것 같다. 위 사례에서 어머니가 연민의 정을 느끼고 아들이 죄를 지었더라도 배고파하는 아들에게 밥, 물과 잠자리를 내어 주는 느낌인 것 같다. 아들이 남에게 아픔을 준 대가로 교도소를 가더라도 받아들이고 새 사람이 되길 염원한다. 죄지은 게 어머니인양 용서를 빈다. 어머니는 아들을 꾸짖지만 죄 지었더라도 못해준 것에 안타까워한다. 어머니가 “짐승보다 못한 놈, 저 웬수는 어디 가서 뒈지지도 않는다.”라고 몰아붙이는 경우 아들은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고 더 엇나간다. 남남인 원수에게 이렇게 하기란 마음으로 우주를 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방안 3을 취할 경우 폭력을 끊을 수 있다. 아들이 부모에게 못된 짓을 해도 부모는 연민의 정을 느끼며 따뜻하게 대해 준다. 언젠가 아들이 철들면 그 부모의 심정을 알 것이다. 누군가 먼저 사랑을 주어야 폭력을 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브란트를 들 수 있다. 브란트는 1970년대 적국인 동독, 소련 및 동구권에게 화해 정책을 펼쳐 평화와 공존을 추구했다. 조심할 점이 있다. 원수에게 사랑을 베풀 때 비밀로 진행하면 이적 행위자로 몰릴 수 있으므로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이기적이거나, 비난하여도, 거짓말하거나, 상처받아도, 배신하고 가버리거나, 없애고, 공격할 위험이 있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바보 같아 가련하고 슬픈 이런 사랑을 못할지언정 그런 사람을 욕할 순 없다. 욕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사랑의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그래도 사랑하세요

(출처: 역설적 계명(The Paradoxical Commandments))


[사람들은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에요. 그래도 사랑하세요.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이기적 숨은 의도가 있다고 당신을 비난할 겁니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세요.

당신이 성공하면 거짓 친구와 진짜 적을 만날 것입니다. 그래도 성공하세요.

당신이 오늘 선한 일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내일 잊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세요.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 끼치기 쉽습니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세요.

훌륭한 생각을 품은 위대한 사람은 속 좁은 사람이 쏜 총탄에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약자에게 호의적이지만 따를 때는 강자만을 따릅니다. 그래도 약자를 위해 싸우세요.

당신이 수년 동안 만든 것을 누군가 하루아침에 없앨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만드세요.

사람들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지만 당신이 도와주면 공격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도와주세요.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에 베풀면 당신은 발길에 차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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