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정 대화와 의견 대화

제4장 관계에 대하여

by 누룽지조아

연인으로 사귀다가 결혼을 하고 부부로 세월을 보낸다. 세월이 흐를수록 결혼 생활 햇수에 반비례하여 부부간의 대화는 줄어든다. 연인 때는 3시간을 대화해도, 기억나는 내용은 없더라도 마냥 좋았다. 중년이 된 부부는 "꼭 말로 해야 해?", “그래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말한다.


여자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일과 느낌을 말하고 들어주기를 바랐으나 남자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남자도 여자가 들어주길 바라는 날이 있다. 술 먹고 들어왔을 때다. 말이 많은 남자는 자기 학창 시절, 군대, 직장 등의 이야기를 한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는 그 얘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잠이나 자라고 한다. 술 먹은 남자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내 말 안 들어주고 결론을 묻는 남자와 이야기하는 그 여자 심정이다. 여자와 싸우거나 밖에 나가 술친구와 한 잔 더 한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 상대의 특성, 대화의 성격(감정 대화, 의견 대화), 대화의 내용을 이해한다.


대화 상대의 특성을 파악한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잘 들어준다.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편하게 답할 수 있게 질문하고,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게 생각한다.


말에는 사실, 감정과 의견(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감정 소통이 전체 대화의 분위기 결정한다. 감정을 건드리면 대화가 순탄하지 못하다.


대화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감정 대화)인지, 의견을 나누는 대화(의견 대화)인지 파악한다. 두 가지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여자는 일상 대화를 좋아하고, 남자는 업무상 대화에 익숙하다. 일상 대화에서는 사실 설명과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업무상 대화에서는 사실 설명과 상대의 의견을 묻는다.


글을 이해하기 쉽게 나는 A, 대화 상대는 B라고 하자. A가 사실을 설명하고 B 의견을 묻는 대화(의견 대화)에는 말속에 B 생각을 묻는 질문을 덧붙인다. “당신 생각은 어때?” B는 A가 오해하지 않게 정확히 대답한다. 또한, A의 의견도 물어본다. 대화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는 경우 대화 진행이 어렵다. 애들이 부모에게 "공부하기 싫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악센트는 '싫어'에 있다. 부모는 잘못 이해해 악센트를 '공부'에 둔다. 공부의 이유, 필요성, 안 하면 발생하는 결과 등에 대해 자녀가 다 아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자녀는 답답하고 잔소리 또 들어 짜증 난다. 이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모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는다.


A가 사실을 설명하고 느낀 감정을 말하는 대화(감정 대화)에 B 생각을 묻는 내용은 없다. A가 “오늘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서 짜증 났어!”라고 말했다. 묻지도 않은 B 생각을 성급히 말한다든지 따지거나 말꼬리를 잡으면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B는 “그래 나도 지난번 그런 일로 힘들었어.”라고 A가 느낀 감정에 맞장구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화는 A 중심으로 진행된다. B가 A를 공감해 주지 않으면 A는 안 통한다고 생각해 입을 닫는다


감정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잘 들어주는 것이다. 합리성과 근거보다 경청과 공감이 더 필요하다. 일상 대화는 거의 감정 대화의 성격이다. 고민을 말할 때 그냥 잘 들어주고 바꾸려는 마음은 내려놓는다. 나보다 많이 고민하고 정보도 더 많다. 의견을 묻거나 진위를 가려 달라는 요청이 아니다. B가 따지는 대화를 하고 싶으면 토론, 회의나 학술대회에 가서 하면 된다.


아내가 오늘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일에 지친 남편은 들어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힘든 사정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으나 남편은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또한 익숙하게 감정 표현하는 법을 훈련받지 않아 몰랐다.


남자는 일반적으로 말이 짧다. 자기 의견 표현에 익숙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다. 예전에 남자가 시시콜콜한 일을 자세히 말하는 경우 사내자식이 별말 다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회사에서 자기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술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어 상상의 나래를 편다. 다 자기 생각과 관련되어 있다.


반면 여자는 말이 길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일상대화를 많이 하고, 차 마시며 서로 감정을 나누는 대화에 익숙하다. 또한 자기 배에서 감정이 다른 새끼를 낳아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감정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에 대해서 뒤에서 호박씨도 잘 깐다. 남편과 감정을 나눌 수 없는 아내는 고민이 있을 때 남편을 배제하고 친한 친구, 장모님 등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


대화를 잘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대화 상대를 존중한다.’ 상처 주는 말이나 남 탓하는 말은 삼간다. 너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내가 너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바보 같이 왜 그랬어! 등이 이런 유형의 표현이다.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집중하여 듣는다.’ 상대 말을 듣지 않거나 들리지 않으면 대답의 말은 가지 않는다. 말이 오가야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 상대가 된 것처럼 공감하며 듣는다. 재미있으면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지치지 않는다. 자기 경험을 첨가하여 몸과 말로 맞장구를 쳐주면 대화가 원활하다. 묻지 않은 다른 주제를 말하면 딴 소리로 들려 상대는 그 주제를 계속 말하기 어렵다. 다음 표현은 삼간다. 네가 틀린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하지 그랬어! 나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짓이야! 이해할 수가 없어!


‘부드럽고 약하며 따뜻하게 말한다.’ 내가 내뱉은 말은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내가 상대에게 거칠게 말하면 상대도 나에게 똑같이 돌려준다. 강요하거나 따지거나 성질내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가 예, 아니오 단답형보다 서술형으로 대답할 수 있게 상대를 배려하여 질문한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삼간다. 깨끗이 치웠니! 숙제해라! 네 말이 틀렸어! 그게 아니고!


‘바라보고 놔둔다.’ 서로 대화한 후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하게 강요하지 않고 바라보고 놔둔다. 다음 표현은 삼간다. 그렇게 말했는데 왜 지금까지 안 했어! 아까 말한 것 하기가 그렇게 어렵니!


남과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인간관계 유지법과 같다. 존중,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집중하여 듣기, 말하기. 바라보고 놔두기가 영향을 미친다. 말이 많아 말머리를 떼지 못하게 하고, 말허리를 자르거나, 말꼬리를 잡으면 상대는 짜증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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