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집: 견고한 집착 2
제4장 관계에 대하여
‘설득하면 더 고집부린다.’ 고집의 2단계로 들어선 애는 지기 싫어서 계속 고집부린다. 설득은 안 통한다. 애가 설득당해 남의 의견을 수용하고 울음을 멈추면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옆에 있어 주거나, 자존심을 살려준다.
‘주체가 되어 행동 대안을 정하도록 부드럽게 권유한다.’ 애가 자존심을 걸고 부모에게 반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부드럽게 말한다. 숙제하기 싫어 고집부리는 애에게 "숙제 안 하면 핸드폰 뺏을 거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빨리 끝내면 네가 엄마 이긴 거야.”, “숙제를 언제 어디까지 할지 네가 정해.”라고 말한다.
엄마가 숙제 시간이나 범위를 정하는 경우 애들은 내가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반면, 애들이 스스로 정하면 숙제는 지켜야 하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 ‘왜’의 문제가 ‘약속’의 문제로 바뀐다. 숙제를 안 하면 자기가 엄마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애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다. 혼나더라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과 싸우는 경우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싸우거나 명령해서 바꾸려고 해도 애들은 안 변한다. 바라는 것을 애들에게 재촉한다고 들어주지 않는다. 싸워서 얻을 수 없으며 관계만 더 나빠진다. 지기 싫어 고집부리는 애를 설득하려다가 말싸움으로 변질된다. 불만족스럽더라도 애의 현재 모습을 존중하고 부드럽게 대하며, 스스로 행동 대안을 정하도록 도와준다.
‘고집부린다고 화내거나 때리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 부모가 열받아 화내거나 때려 고분고분해질 아이라면 보통 고집도 세게 안 부린다. 한마디라도 충고하면 더 세게 대든다. 이해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여 집에서 대화를 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안 나온다. 밖을 전전하며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부모는 이 지경이 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상황 판단과 실리를 생각하는 훈련을 시킨다.’ 고집쟁이는 상황 판단하지 않고 고집이 먹히는 사람에게 고집을 실리 얻는 무기로 사용한다. 울면 먹히는 사람에게 혼나면 더 크게 울고, 들어줄 때까지 떼쓴다. 뭐가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며 울면 먹히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어 밀리면 계속 당한다.
부모는 고집쟁이가 사람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실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집 계속 부리기와 고집 중단 중 어떤 것이 이익인지 생각해 봐." “불허하는 것 가지고 땅바닥에 둥글어봐야 남의 이목만 받고 생기는 게 없어. 계속 울어야 결국 너만 손해야.”라고 말한다.
부모는 고집쟁이의 마음이 가라앉은 후 고집, 자존심, 상황과 실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집을 꺾는다고 자존심은 훼손되지 않아. 자존심과 고집은 별개야. 상황 판단을 잘하는 게 좋아. 상대의 설명이 맞으면 빨리 타협하고 실리를 선택해. 계속 고집부리다 하나도 못 얻을 수 있으니까.” 또한, 고집을 꺾을 때는 잘했다고 칭찬해 준다.
부모는 숙제를 미루는 습관을 가진 애들에게 상황 판단과 실리 생각하는 훈련을 시킨다. 앞으로 발생할 결과를 상상하게 한다. "안 하면 마음 편안하게 놀 수 없다. 엄마한테 꾸중 듣고 다음날 선생님께 혼난다. 끝까지 버텨 봐야 실익 없고 자기만 손해다. 이렇게 할 일을 미루다가 결국 인생살이 내내 고생한다."라고 말한다.
어른도 고집을 부린다. 변화가 싫어 교묘하게 꼬투리를 잡아 변화를 거부한다. 또한, 화내기 등 강압적 방법으로 남의 의견을 막고 자기 생각을 고집한다. 자기주장이 강해 툭하면 화내고 남과 의사소통 없이 지시만 내린다.
이런 유형의 어른과 대화할 때 화를 안 돋우고 자기 의사 표현을 원활히 하는 데 목표를 둔다. 이긴다는 생각이나 대화를 잘해보겠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 달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먼저 화내는 어른을 애틋한 마음으로 대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 모습을 존중한다. 성격상 그럴 수 있고, 그 성격을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보기만 해도 짜증 나 공격적인 말투가 나올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그런 말투가 그 사람을 자극해 싸움의 빌미를 제공한다. 어른이 묻기 전에는 말을 끝까지 듣고, 말이 끝나면 자기 의사를 부드럽고, 약하며, 느리나 정확히 표현한다. 자기 의사 표현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놔두고 바라본다.
고집은 견고한 집착이다. 세상의 작동 원리에 어긋나는데 고집부리면 개고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