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존중하기와 존중받기
제4장 관계에 대하여
존경받는 아빠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아빠가 되고 싶다. 존재감을 감춘 아빠다. 애들 인생은 애들이 무대의 주인공이다. 아빠는 애들 인생에 티 나지 않는 무대의 배경으로 남고 싶다. 애들에게 공기 같은 존재다. 맛, 냄새, 소리, 촉감이 없어 평소에는 있는지 잘 모른다. 아빠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주인공인 애들이 아빠에 치일 것 같다. 애들이 아빠의 존재감을 못 느끼고 사는 게 부모 노릇을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애들에게 교육 안 시키는 아빠가 아니다. 교육시키고, 환경 조성에 힘쓰며, 도와준다. 애들 스스로 느껴서 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한다. 잘되든 안 되든 남 탓할 수 없다. 아빠는 많이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애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웃는다.
애들에게 존경할 만한 롤모델을 따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아빠도 아니다. 다만, 롤모델을 따라만 하는 게 아니라 참고하여 주체적으로 사는 아이로 자라도록 조용히 교육한다. 나는 나일뿐이므로 롤모델처럼 안 되어도 실패가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존경받는 리더, 두려워하는 리더, 존재감 없고 존경해 주는 리더 순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노자의 생각은 다르다. 존재감 없고 존경해 주는 리더, 존경받는 리더, 두려워하는 리더 순으로 생각했다.
여러 종류의 리더들을 소통, 자발성, 만족 측면에서 비교한다. 두려워하는 리더는 소통 안 하고 명령과 지시로 따르게 하므로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이 일방적이다. 힘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무서운 리더다. 카리스마 내뿜는 리더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다. 시키서 억지로 하므로 불만이 쌓인다.
존경받는 리더와 존재감 없고 존중해 주는 리더 중 누가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할까?
‘존경받는 리더는 앞에서 구성원을 끌어준다.’ 존경받는 리더가 롤모델이 되어 앞에서 구성원을 끌어주고 구성원이 뒤에서 따라간다. 남들 보기에 완벽하고 화려하다. 주관이나 자아 정체성이 뚜렷하고 결단력이 있다. 자기만큼 못하는 구성원에 대해 그 일을 왜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성원은 잘난 리더를 뒤에서 따라가야 하므로 부작용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따라가기 버겁다. 스스로 하는 게 아니고 롤모델이라는 외부 자극이 행동을 유발하므로 자발성이 낮다. 외부동인에 의한 동기 부여로 단기적이고, 결과 중심적이다. 훌륭한 리더 같이 꼭 되고 말 거라는 집착을 한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제 마음대로 안 되면 제풀에 지쳐 만사에 흥미를 잃고 중도 포기한다. 리더보다 못난 자기를 원망하고 좌절하며 실패를 두려워한다. 리더라는 롤모델이 환경이 변해 롤모델로서 역할을 못 하는 경우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자극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의 무게 중심이 자기 밖의 리더에게 있다. 구성원은 추종자고 주인공은 잘난 리더이므로 주인공이 배경에 묻힌다. 실패하면 넘어져 혼자 못 일어난다. 잘하더라도 잘난 리더만 못하고 스스로 해낸 게 아니라 리더를 따라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여 만족감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모가 명문대를 졸업하였고, 주변 사람들은 그 집 부모가 훌륭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자녀도 부모를 존경했으나, 나도 부모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자녀는 부모를 따라 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부모만큼 성적이 안 나와 실망했고 자기가 못났다고 자책했다. 잘하는 부모를 넘기 어렵고 부모의 수준에 도달해도 아주 신나지 않았다. 존경하는 부모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존재감을 감추고 존중해 주는 리더는 구성원을 뒤에서 밀어준다.’ 존재감을 감춰 구성원에게 얼마나 훌륭한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내지 않는다. 남들 보기에 어눌하고 소박하다. 모호하고, 느슨하며 조심성이 있어 우유부단하다. 구성원에게 허공 같은 존재다. 자기만큼 못하는 구성원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도와준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 뒤에서 지켜보고 놔두는 리더이므로 할 일은 스스로 하고 든든한 배경이 있는 사람처럼 자신감이 있다. 자기주도 학습처럼 자발성이 높아 길게 볼 때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잘난 리더와 비교 자체를 하지 않으므로 리더만큼 못한다고 좌절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박한 리더와 같이 있으므로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리더는 과정에 대해 칭찬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너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하고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다. 강요하지 않는 리더와 함께 있으므로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느낀다. 알아서 스스로 하고 자기가 해낼 때 즐거움을 느낀다. 반면 리더가 결과에 대해 보상과 처벌을 사용하면 오히려 구성원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감소시킨다. 자발적으로 하던 구성원도 보상과 처벌을 쓰면 그것에 신경을 쓴다. 잘할 때 보상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못할 때 왜 자꾸 이런 것까지 시키냐고 반발한다.
구성원은 마음의 무게 중심이 자기에게 있다. 구성원이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리더는 배경으로 존재감을 감추고 티 나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난다. 일이 잘되면 구성원은 리더가 아니라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좋아하므로 만족도가 높다.
리더 관점에서 존재감을 감추고 존중해 주는 리더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한다. 존경받는 것으로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반면 구성원 관점에서는 존재감 있는 구성원이 아름답다. 구성원 각각 색깔, 소리, 냄새, 감촉이 달라 매력을 발산하며 전체와 어우러진다.
리더 마음대로 존경받을 수 없다. 구성원이 리더를 존경해야 가능하다. 존재감을 감춘 리더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해 주므로 구성원에게 가장 유리하나 물 같아 그 진가를 알아보기 어렵다.
어렵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는 리더가 존재감을 감추고 구성원을 존중하고, 구성원이 그런 리더의 가치를 알고 존경해 리더가 존중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