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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06. 2023

7. 수용과 저항

제5장 기타 개념에 대하여

완전히 수용하면 행복이 크게 증가한다. 행복 공식(행복지수=결과/기대치)의 분모에 해당하는 기대가 없는 상태다. 마치 헤어진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아예 버린 남자와 같다.


남자는 여자의 카톡 메시지를 저녁에 받았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여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거다. 둘은 캠퍼스 커플이었고 늘 붙어 다녔다. 수업, 식사, 도서관에서 늘 같이 했다.


남자는 몇 날 며칠을 집틀어박혀 있었다. 조용히 울었다. 자꾸 그녀 생각에 빠졌다. 혼자 술을 마셨다. 마음이 잠잠해지다가 다시 슬퍼졌다. 감정이 널뛰었다. 보고 싶었다. 몇 번을 전화번호 누르다가 그만두었다. SNS에 올린 예전 사진을 들락날락 오갔다. 수업도 빠졌다.


남자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한 친구가 떠올랐다. 마음, 자아 등에 대해 말하고 남자를 잘 아는 초등학교 친구였다. 같이 있을 때 묘한 끌림이 있어 싫지만은 않았다.


오후 8시에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났다. 여자와  만나 달콤한 연인 사이가 되었다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말하면서도 귀엽기만 한 여자 때문에 마음이 울었다. 딱딱한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친구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꼭 고등학교 시절 어렵게 말하는 도덕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과거 일을 후회하지 고 완전히 수용해.’ 과거는 통제 불가능하고 이미 확정되어 돌이킬 수 없어. 헤어졌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여. 그 사실에 저항해 봐야 네 힘만 소진돼.


그녀를 통제할 수 없어. 그녀에게 싫어할 자유나 떠날 권리도 있음을 인정 줘. 그걸 부인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야. 다시 만나 결혼해도 그 집착 때문에 서로 간섭하고 싸우고 행복하지 않을 거야.


 탓과 남 탓하지 않았으면 해.’ 과거에 잘해 줄 걸,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 자기 탓으로 돌리지 . ‘그 남자 때문에’라고 남 탓도 하지 말고.  탓이나 남 탓한다고 이별을 돌이킬 수 없어.


 탓하면  감정이 상하고 남 탓하면 남을 증오하게 .  말을 들은 남도 감정이 상해. 너로 인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온통 기분 상한 사람투성이야. 너를 둘러싼 환경이 불리하게 변해. 이별의 원인을 분석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지 고민해 봐.


주변 사람들이 괜히 간섭병에 걸린 사람처럼 안달 나 딴지 거는 말을 할 수 있어. “같이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이별을 완전히 수용한 사람은 딴지 거는 말에 기분 상하지 않고 흘려들어.


‘슬픈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해 줘.’ 슬픈 감정도 네 자식이야. 네 감정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줘. 슬픔을 없애려고 억누르거나 구박하지 말고. 딴 일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바라보며 흘러가게 놔둬. 친구 만나기, 걷기, 달리기, 명상, 취미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감정이 가라앉을 거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해.’ 슬프다고 할 일을 내팽개쳐 놓고 슬픔에 빠져 있으란 법은 없어.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집에서 안 나가기, 술 혼자 마시기, 전화 걸기, SNS 들여다보기, 수업 빠지기 등은 쓸데없는 짓이야. 네 마음과 몸에 상처 주는 일이지. 술 먹고 기분 나쁘다고 벽 쳐서 손 다치는 사람과 다를 게 없어.


이미 끝난 것을 놔주고 평소처럼 다고 냉철한 게 아니야. 사람들은 세상에 남자와 여자는 많고 오가기 마련이라고 생각해. 사람 마음은 좋았다가 싫었다가 해. 짝은 따로 있어.


‘현재의 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해.’

사람은 현재에서만 살 수 있어. 현재에 성실히 노력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만약 유리가 깨졌으면 원망하면서 우는 것보다 다른 사람 다치지 않게 유리 파편을 빨리 치우는 게 현명하지 않겠니?


남자는 그때 친구 말을 마음 열고 들어주기 힘들었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11시 30분쯤 집에 돌아왔다. 불 꺼진 컴컴한 방에 외로움이 잠자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친구가 했던 말이 마음을 서성이다 가슴을 때렸다. 희한하게 친구의 말은 곱씹을수록 녹녹한 누룽지 같았다.



인생은 파동을 그리며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실패도 성공도 있다. 내 인생에 실패는 없다, 실패를 절대 안 하겠다는 생각이 비정상적이다. 실패를 반복하지만 그 이전 골까지 내려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난 일이나 안 좋은 결과를 잊고 있다가 문뜩 억울함이나 슬픔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아직 완전히 수용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결과, 남은 통제할 수 없다고 되뇐다. 아예 기대를 버리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다.


과거, 이미 발생한 결과는 통제할 수 없고 이미 확정되었다. 완전히 굴복하고 수용한다. 자책하지 않아 마음이 안정된다. 발생할 결과는 통제할 수 없고 불확정적이므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또한 남은 통제할 수 없고 불확정적이므로 남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내 안에 있는 많은 자아들도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구박하지 않고 존중하며 이해한다.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자꾸 몸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집중한다.  일에 정신 팔려 무관심한 척 바라보기만 하고 그냥 놔둔 감정은 시간이 흘러 나도 모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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