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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27. 2023

10. 한국

제7장 공동체에 대하여

어릴 적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태어나 설움을 받고 고생한다는 생각에 처지를 한탄한 적이 있다.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은 머릿속 생각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다. 2019년 유엔 인구 통계에 따르면 남한 인구수 세계 28위(51백만 명), 북한 인구수 세계 49위(26백만 명), 합친 인구수 20위다(77백만 명). 독일의 인구수(세계 19위, 84백만 명)나 영국의 인구수(세계 21위, 68백만 명)와 비슷하다.


2022년 한국의 GDP는 세계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12위다(1조 6,652억 달러). 호주, 러시아, 캐나다와 유사한 규모다. 북한의 GDP는 통계청 북한통계포털에 따르면 302억 달러(36조 2천억 원을 1,200원 환산 가정)로 세계 113위다.


한국의 땅 면적은 253개 국가 중 107위(약 100,378㎢), 북한 세계 97위(약 123,188㎢), 합친 면적 기준으로 세계 85다. 영국의 땅 면적과 비슷하다.  몰고 지방으로 갈 때 창 밖을 내다보니 빈 땅이 아직도 많았다. 기업들이 지방도시 공단에 않았다. 활용도를 조금 늘리면 독일 수준의 영토 크기다.


한국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대국이 많다. 외교 관계 시 유념할 사항이 다. 소국이 낮춰 대국을 섬기면 소국의 정체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대국이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양 기질의 대국은 적극적이고 확장하려는 기질이 있고, 음 기질의 대국은 소극적이고 품으려는 특징이 있다.


기질의 강대국은 계속 확장하려고 애쓴다. 대내적으로 공공사업을 벌이고, 군대를 키운다. 대외적으로 대의명분을 앞세워 약소국을 힘으로 지배하려고 한다. 반면, 음 기질의 대국은 자국민을 잘 보살피고 주변 약소국과 친선 관계를 유지한다. 소국은 음 기질의 대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경우 자율성과 정체성을 지킬 수 있고 지낼 만하다.


국제 관계는 힘의 논리로 굴러간다. 소국이 대국과 관계를 맺을 때 대국이 어떤 기질인지 먼저 안다. 대국이 음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가? 자기를 낮추고 소국의 자율을 중시하는가?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포악한 대국의 사례로 조선을 강점한 일제를 들 수 있다. 지금은 힘이 많이 빠졌지만 그때는 강했다. 일제는 조선에서 힘으로 청과 러시아를 밀어냈다. 일제는 청일 전쟁에서 승리하여 청국 세력을 한반도에서 밀어냈고,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여 러시아를 제치고 조선의 정치권력과 경제권을 틀어쥐었다.


1894년 일어난 청일 전쟁에서 일제가 승리하여 1895년 청일은 시모노세키조약을 맺고 전쟁을 끝냈다. 이 조약으로 조선은 사실상 일제의 지배에 들어갔다.


1904년 2월 러시아와 일제는 대한제국과 만주에 대한 주도권을 기 위해 무력으로 충돌했다(러일전쟁). 일제의 배후에 미국과 영일 동맹을 맺은 영국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전비 20억 엔 중 12억 엔에 상당하는 일본 국공채를 사들였다.


일제는 1904년 2월 러일전쟁 중에 먼저 조선을 쳤다. 제물포를 통해 서울을 점령했다. 조선의 중립선언을 무효화하고 자기 마음대로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였다(한일의정서). 러일전쟁 중인 1905년 7월 미·일은 가쓰라ㆍ태프트 밀약을 맺고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내용을 승인했다(일본의 한국 점령 인정, 미국의 필리핀 점령 인정, 미·영·일은 실질적 동맹관계). 미국이 일본과 짝짜꿍해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 인정한 꼴이다. 1905년 8월 제2차 영일동맹을 맺어 영국도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인정했다.


1905년 9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전쟁 당사자인 러·일을 미국의 포츠머스로 불렀다. 러일은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체결하고(일본의 조선에 대한 우월권 승인, 러시아는 청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요동반도의 조차권을 일본에 양도, 남 만주철도 일본 위양, 50도 이남 사할린 일본에 할양 등) 휴전을 하였다. 


일제는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해 외교권을 빼앗았다. 1907년 7월 헤이그 특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황제를 폐위시키고, 정미 7 조약을 체결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통치권을 빼앗았다. 경찰권을 빼앗고 군대도 해산시켰다. 1910년 8월 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후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은 조선 민족의 고유성을 말살하여 일본의 종노릇 하고, 돈이 될만한 것을 쉽게 빼앗아 가며, 청을 치기 위해 육군의 병참 기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선을 침탈하고, 조선 말살정책을 쓴 일제는 낮추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소국이 이런 의도를 가진 대국을 섬기고 그 밑으로 들어가면 결국 소국은 없어지고 만다. 소국의 국민은 죽거나 대국의 하층민이나 노예로 전락한다. 소국은 낮추지 않는 대국을 조심하고, 그들의 저의를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조선 땅에서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이 일어나고, 조선이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내적으로 어린 왕이 왕좌에 올라 외척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외척들은 국가보다 사익을 위해 부패와 횡령을 일삼았다. 왕과 민중이 한마음으로 연합할 수 없었다.


대외적으로 지배세력은 임오군란, 갑신정변과 동학농민전쟁 때 민중을 저버리고 왕권을 지키기 위해 외세를 불러들였다. 외국 군대는 약소국을 위해 공짜로 싸워 주지 않는다. 외국 군대가 약소국을 지원하고 순순히 물러난 경우는 없다. 또한, 조선의 지배세력은 서구 과학기술의 발전, 민주주의 진화, 자본 축적 등 세상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다음과 같은 전략을 쓰는 유연한 약소국이 강하다.

‘대내적으로 똘똘 뭉친다.’ 집권세력이 솔선수범하고 정부를 투명하게 운영한다. 민중이 집권세력을 믿어야 집권세력과 민중이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다. 조직적 연합으로 힘은 세지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약한 개미는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여 자기보다 수십 배 큰 곤충도 잡는다. 개미가 1억 년 이상 생명력을 이어 온 비결은 조직적 연합이다.


‘개방 정책을 쓰고 신속히 대응한다.’ 주변 환경이나 자연의 이치 변화에 귀를 열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다. 소국은 덩치가 작아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폐쇄적이거나 굼뜨면 경쟁력이 없다. 빨리 문화를 비판하는데 생존 측면에서 보면 장점도 많다.


‘대외적으로 타국과 연합한다.’ 음 기질의 주변국과 연합한다. 개미는 봉선화와 공존한다. 개미는 봉선화에게 꽃의 단물을 얻고, 봉선화는 개미가 있어 안전을 보장받고 번식할 수 있다. 개미가 봉선화 주변에 있는 경우 달라붙는 곤충이 줄어들고,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또한, 꽃가루가 묻은 개미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에 다른 꽃이 수정할 수 있다.


‘전면전을 피하고 게릴라전을 뚝심 있게 펼친다.’ 약소국은 적국의 급소를 빠르게 공격하고 숨는다. 상대가 질릴 정도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전쟁이 길어지며 인명 피해와 전쟁비용이 늘어난다. 강대국 내에서 전쟁 반대 여론 확산을 노린다.


‘평화를 지향한다.’ 주변 강대국에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쟁의 무기는 평화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깨는 나라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 우리나라 최고 이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세계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안전, 자유와 행복을 확보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한국이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의 싸움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그럴 입장이 아니면 국민들이 여론으로 압박한다. 강대국 사이의 싸움이 나면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처럼 우리나라는 전쟁 당사자가 아닌데 한국 영토에서도 미사일이 떨어지고 전쟁이 벌어져 한국은 쑥대밭이 된다. 독침전략으로 우리를 침범하는 경우 그 나라도 한국이 퍼붓는 미사일에 안전하지 못함을 각인시킨다.


강함을 드러내지 않고 유연함을 지키는 국가,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 전쟁은 어쩔 수 없을 때만 하는 자주국방의 국가, 전쟁을 이기고도 겸손한 국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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