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이 힘든가 보다. 잠잠하던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와 엄마는 자퇴에 동의할 수 없다. 딸이 힘들다고 아침에 울었다. 딸은 학교에 안 갔다. 그날따라 딸 마음처럼 바람이 차가워 롱패딩 걸치고 엄마와 우면산에 갔다. 아빠는 외근이 있어 언제나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딸을 생각하며 지하철 플랫폼에 쭈그려 앉아 카톡 편지를 썼다. 산 정상에서 아빠의 편지를 보라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딸! 상상해 보자. 아빠가 자유를 찾겠다고 선언하고 회사에 안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너희들에게 미칠 영향을? 네가 힘들어해도 아빠는 성실히 일하러 가야 여러 일들이 꼬이지 않음을 알고 있어. 가슴으로 울어줄 수밖에 없구나!
어려운 난관에 부딪힐 때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잘 되면 고맙고, 안 돼도 괜찮아. 결과는 나 이외의 남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거든.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과를 완전히 수용하는 것뿐이야.
그렇다고 결과에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야. 나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 하면 ~~ 더 열심히 할 거야. 조건 다는 이런 류의 생각은 하지 않아. 펼쳐진 현재와 나에 집중하거든. 완전 몰입이지. 주변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더 막 나가지 않아. 결과가 더 꼬일 걸 잘 알고 있거든.
그 고민은 딸이 풀어야 할 일이야. 미래에 희망 가득하고 현재를 후회하는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 힘들거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격려하고 밥하고 청소 열심히 해 환경 조성해 주는 일이야.
아빠는 낙담하지 않아. 상승 흐름에는 자만하고 건방진 마음이 들어 하락의 힘을 쌓거든. 반면 하락 흐름은 겸손하고 자기를 잘 들여다볼 기회를 주거든. 다시 상승할 휴식을 줘.
아빠는 기다릴 거야. 여러 생각으로 복잡할 때 그 감정을 바라보고 놔두어야 해. 생떼 부리는 애처럼 설득하거나 스스로 논리를 강화시키면 더 힘들어져. 몸이 감정을 일으킨데. 외로울 경우 사람 만나는 일과 운동이 도움이 되더라. 우울한 경우 내 감정 속으로 땅굴 파고 들어가면 안 풀리고 더 악화 되더라고. 친구, 상담 선생, 부모, 전문가 등과 이야기하면 좋아. 운동, 걷기, 산행 등 몸을 움직이고 딴 곳에 집중해야 시간이 지나면 풀려.
딸! 더 잘 안 해도 이대로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야. 힘내라! 딸.]
사춘기가 이제 온 것 같다. 거센 바람이 부는 언덕에 서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잔가지 꺾일 수 있으나 줄기가 부러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가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딸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데 내 몸과 마음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애 엄마가 친구들에게 사정 이야기했고 친구들이 시험기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맙게도 초대에 응해줬다. 딸은 방에서 케이크 먹으며 친구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아빠는 슬픈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