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분노한 사람에게 반격하지 않고 기다린다

1.6. 시계 편

by 누룽지조아

손자병법 시계 편에 분노하면 숙인다고 했다(怒而橈之). 36계 27계에서 어리석은 것처럼 가장하지만 미치지는 않는다는 가치부전(假痴不癲)과 취지가 같다. 모른 척하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국면을 전환시킬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아는 체하거나 잘잘못 따져봐야 판이 커진다.


6월이었다. 아내가 초등학교 봉사활동으로 애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수업을 하러 간다고 했다. 아침에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라고 했다. “그래.”라고 대답하고 짜증 난 말투로 한마디 덧붙였다. “적당히 해. 지금 중요한 게 뭔데?”

회사 제시간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지각할 것 같아 한 말이었다. 사실대로 "애들 데려다주고 출근하면 지각할 수 있어."라고 말했으면 그렇게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이 짧고 세게 나가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고 오해를 불러왔다. 아내는 세게 반발했다. "아이들 때문에 하는 일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힘든 아내에게 배려가 부족하고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야."

생각보다 아내의 반발이 강했다.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당황했다. 회사에 늦을 것 같아 말이 헛나갔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마디 더 하면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았다. 싸워야 생기는 게 없었다.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싸우지 않는 전략, 화내면 숙이는 노이요지(怒而橈之) 전략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아내에게 반격하지 않고 군소리 없이 사과했다. 그리고 애들 데려다주고 회사에 도착해서 미안하다는 뜻의 문자메시지 보냈다.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으나 금요일 저녁 집에 가니 아내의 화가 한결 누그려져 있었다.


화내는 상대가 그럴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찌르는 말을 하더라도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다. 화내는 상대의 말을 받아치거나 변명하면 화에 기름 붓는 꼴이다. 일이 더 커진다. 상대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고 들어준다. 시간이 지나 화가 가라앉는다. 그 후에 할 말을 부드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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