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약하게 보이는 자의 속셈을 간파한다
1.9. 시계 편
둘째는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하는데 책을 보며 딴짓을 했다. 상대에게 약하게 보여 주도권을 쥐는 병법을 쓰고 있었다. 손자병법 시계 편에 능력이 있는데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전술이다(能而示之不能).
손자병법을 쓰고 있는 애들에게 부모는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딴짓-> 밥상으로 안 오기-> 슬픈 표정 짓기-> 자꾸 밖으로 나가거나 집에 있는 과자 등 간식을 먹으려 하기-> 저녁은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달라고 조르기.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속셈을 파악한 후 대응했다. 36계 중 13계에 막대기로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타초경사(打草驚蛇)가 떠올랐다.
‘탐색전을 했다.’ 먼저 국수를 싫어하는지 알아보았다. 식탁으로 왔다. 안 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한 번 먹어보라고 했다. 배 고파도 안 먹는 것 보니 국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식탁을 떠났다.’ 안 올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지만 온 후에 국수를 안 먹고 가버렸다.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었다.
‘책을 조금 보다가 이불에 누웠다.’ 불쌍해 보이는 모양새를 만들어 기세를 잡으려고 전술이었다. 부모가 여기에 넘어가면 힘에서 밀려 주도권을 빼앗긴다.
‘엄마에게 상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상가에 가서 뭐 사달라고 조를 게 뻔했다. 대응전략으로 굶기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잔소리를 많이 할 필요가 없고, 애원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싫어서 굶고 있는 애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었다.
집에 있는 간식을 찾아 먹지 못하게 방어하고, 저녁때까지 밥 이외에는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둘째가 점심을 안 먹었으니까 저녁에 좋아하는 음식을 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마음이 약해 뭐 사주거나 저녁에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주도권을 뺏긴다. 끝까지 버틴다. 둘째가 배고파 다른 것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