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손자병법으로 방어하다
1.10. 시계 편
전 편에서 이야기한 토요일 점심 국수대전은 아빠의 승리로 끝났다. 둘째는 저녁에 김치찌개를 잘 먹었다.
아빠는 둘째의 공격을 손자병법으로 막았다. 제1편 시계 편에서 도를 따르는 군주는 백성과 한마음 한뜻이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 엄마, 첫째와 일심동체하여 이번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제2편 작전 편에서 식량을 적국에서 조달하라는 전략에 유념했다. 집에 숨겨놓은 과자 등을 못 먹게 둘째가 움직이는 동선을 예의주시했다. 상가 가서 뭐 사달라는 말을 들어주지 않기로 미리 엄마와 약속했다.
제3편 모공 편의 불전(不戰), 벌모(伐謀), 벌교(伐交) 계략을 썼다. 둘째와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국수를 먹어라는 잔소리를 하면 대꾸하니까 대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말싸움하지 않고 굶기기 전략(불전(不戰))을 사용했다. 꾀를 사용하는 둘째에게 꾀를 내어 제압했다. 꾀를 치는 벌모(伐謀)다. 둘째가 엄마나 첫째와 외교관계를 맺고, 엄마나 첫째에게 과자를 달라고 졸라도 들어주지 않도록 미리 말했다. 외교를 못하게 막고 고립시키는 벌교(伐交) 전략이다.
제4편 군형 편의 천길에서 떨어지는 물(決積水) 같은 압도적 형세로 이번 국수대전에서 승리했다. 엄마나 첫째와 힘을 합치고 외교관계 잘 맺어 돈이 없는 둘째가 간식을 먹을 방법이 없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제5편의 기정편의 기습전략을 사용했다. 둘째는 먹어라, 먹어라 하면서 부모가 매달릴 줄 알았을 것이다. 이번 국수대전에서 딸이 생각하지 못한 기습전략을 사용했다. 매달리거나 잔소리를 안 했다. 무관심한 척 굶기기 전략이었다.
제13편 용간 편의 간첩을 활용했다. 간첩은 심한 표현이고 정보 파악자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첫째가 그 역할을 맡았다. 둘째의 상황, 심리 상태와 배고픈 정도 등 관련 정보를 아빠에게 전달했다.
둘째는 적이 아닌 사랑스러운 딸이다. 피눈물도 없는 전쟁은 아니었다. 3시쯤 같이 놀이터에 놀러 가던 중에 국수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국수를 잘 먹고, 네게 실익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애 엄마가 브런치에 쓴 국수대전의 내용을 봤다. 국수대전에서 아빠가 사용한 꼼수와 전술을 보고 애 엄마가 한 마디 했다. 애에게 너무 치사하고, 교육적으로 안 좋은 것 아니야?
시계 편의 궤도에 대한 문장이 떠올랐다. '궤도는 병가의 승리법이니, 사전에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 쓴 전략을 엄마와 둘째가 알아 버렸다.
손자병법을 어떻게 읽고, 써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맥이 닿아 있었다. 건강과 식습관 교정이 목적이었다. 괜히 먹어라 먹어라고 말하고 안 먹어 혼내면 감정싸움에 휘말려 들 수 있었다. 그런 싸움은 이겨야 실익이 없고, 오히려 교육적으로 안 좋다. 난 손자병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내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다. 애의 식습관 교정을 위해서였다. 애가 꾀로 공격하여 수비 목적으로 꾀를 사용했다.
애가 단기적 시각으로 자기 이해관계에만 밝은 영악한 사람으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겸손, 신뢰와 성실함을 갖춘 인간, 착하지만 영악하게 공격하는 사람의 궤도에 당하지 않는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