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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Dec 29. 2023

21. 멀어도 위험한 곳은 돌아간다

7.2. 군쟁 편

빠른  같은데 그 길로 가면 어려움이 있었다. 돌아갔는데도 더 빨리 도착했다.

‘어느 날 출장 일 끝나고 동료와 9호선 급행을 탔다.’ 사람들이 많았다.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샛강역까지 가야 했다. 샛강역은 급행이 정차하지 않아 노량진역에 내려 일반 열차를 탔다. 일반 열차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동료는 9호선 급행을 타고 출퇴근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사람들이 예민하다. 사람들이 예민할 때 조심한다. 작은 일에 화를 낼 수 있고, 타고 내릴 때도 막 민다. 가방이 살짝 닿아도 짜증을 내고, 어쩔 수 없이 신체 접촉을 하고 밀려 미는 경우 정색을 하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원래 사람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곳은 불쾌지수가 높고 예민한 장소다. 예민한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다. 화를 안 내고 침착한 사람만 있으란 법은 없다. 큰 소리로 “왜 미는데요?”라고 짜증 낸다. 정색하고 “사람들이 많아 밀리니까 밀지.”라고 말해 봐야 도움이 안 된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화난 상대를 달래고 진정시킨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사람들이 원래 예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사람 간의 상호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열차 칸이 있는 경우 자리를 옮긴다. 가방을 등에 메면 가방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고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앞으로 멘다. 출입문 근처에 있다면 출입문이 열려 사람들이 내릴 때는 내렸다 탄다. 짜증 내며 말하는 사람에게도 부드럽게 말한다. 9호선 급행은 신논현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구간은 사람들이 많아 붐빈다. 일반 열차를 탄 후 다시 급행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迂直之計).


‘운전하는 지인은 장롱 면허 소지자였다.’ 운전자의 옆자리에 탔다. 운전자는 좌회전하기 위한 차로 변경을 어렵게 생각했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한다.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런 말을 했다. “힘들게 차로 변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거리를 지나쳐 2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유턴하시면 편해요.” 우리는 유턴한 후 우회전하여 갔다. 좌회전하려고 기다리는 차보다 더 빨랐다(迂直之計).


‘블록놀이 끝난 둘째를 데리러 갔다.’ 사다리차가 길을 막고 있었다. 사다리차와 사다리 사이로 지나갈 것인가? 뒷길로 우회하여 갈 것인가? 둘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래? 돌아간다고 한다. 왜…? “사다리차 옆을 지나가다가 튀어나온 쇠에 머리 부딪칠 수도 있어. 사다리차가 작동할 때 나는 연기 냄새 맡는 것 싫어.” 둘째는 뒷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사다리차를 피해 돌아갔다(迂直之計).


돌아가는 꼼수를 쓰면  그곳에는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금요일 저녁 가끔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사는 집으로 가려면 직진하는 게 가장 빠르다. 음주 단속이 있어 직진 차선이 막혔다. 직진하지 않고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좁은 사잇길로 올림픽대로를 다(迂直之計).  길에도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다(守備). 꼼수 쓰는 자를 잡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때 돌아가다 걸렸다.’ 아침에 지각하는 학생은 벌을 받았다. 쪼그려 뛰기로 운동장을 돌았다. 어느 날 친구가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했다. 개구멍을 발견했다. 지각했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운동장을 돌지, 아니면 개구멍을 이용할지 번민에 휩싸였다. 개구멍을 한 번 이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쭈그리고 머리 숙여 철조망 사이를 잘 지나, 학교로 들어갔다(迂直之計). 그 순간 눈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守備). 교무주임 선생님이었다. 그날 두 배로 운동장 돌았다. 꼼수 쓰는 자를 잡기 위해 그곳에도 수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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