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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Dec 26. 2023

18.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6.2. 허실 편

회사에서 노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남들의 눈에 안 띄는 곳에 자리 잡는다. 위장전술을 사용한다. 퇴근할 때 양복을 의자에 걸어 놓고, 컴퓨터를 책상에 놓고 간다. 언제 왔는지, 언제 갔는지 알지 못하게 하고, 내 존재를 숨기고(無形), 감춘다(地之下). 회사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경조사, 회식, 등산, 단체 사진 등은 빠지지 않고 눈에 뜨는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 그렇게 행동하고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손자병법에서 적과 단기전으로 싸울 때 은폐 행위를 강조한다. 공격할 때 한없이 높은 하늘 위에서 움직여 자신을 보호하고 온전한 승리를 얻는다(군형 편). 내 강점을 모르게 하고, 공격하는 곳을 감추고, 공격할 날이나 시간을 감춘다. 수비할 때 한없이 깊은 땅 아래에 숨어 나를 감춘다(군형 편). 내 약점을 모르게 하고, 수비하는 곳(상대가 공격할 곳)을 감춘다.


적을 드러내고, 아군은 드러내지 않는다. 아군은 집중하고 적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아군이 어디를 공격하는지 모르면 적군은 수비할 곳이 많아진다. 전쟁할 곳과 날짜를 모르는 경우 좌측이 우측을 구할 수 없고 우측이 좌측을 구할 수 없다(허실 편).


회사에서 노는 사람의 은폐전술이 손자병법을 잘못 쓰는 대표적인 사례다. 손자병법에서 나를 숨기는 경우는 1. 적과 2. 단기전으로 3. 싸울 때다. 첫 번째 오류는 회사 또는 상사들은 나와 적이 아닌 협력자다. 두 번째 오류는 회사 생활은 며칠, 몇 달만 하는 단기전이 아닌 수십 년 해야 할 중장기전이다. 세 번째 오류는 회사생활은 싸우는 전투 상황이 아니다.


상사들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九天上).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으며, 성실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단기전에서 자기를 위장할 수 있지만, 중장기 전에서는 들통난다. 그런 행동을 지속하다가 괜히 찍혀 승진을 못할 수 있고, 회사를 오래 다니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전이나 적과 싸울 때 위장전술이 훌륭한 전술일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는 약점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이나 적과 싸움이 아닌 경우 신뢰, 성실, 정정당당한 행동이 손자병법의 궤도를 이긴다.


일상생활에서 굳이 약점을 말하거나 잘못 생각해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 약점을 알고 있는 상대는 괜히 씹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 진다. 나와 관계가 안 좋은 사람, 입이 싼 사람, 우호적이었다가 적대적으로 관계가 변한 사람은 특히 그렇다. 실한 것으로 약한 곳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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