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물처럼 부드럽게 대응한다
6.3. 허실 편
2023년 11월이었다. 둘째가 2019년 코로나로 줌 수업 이후 스마트폰에 빠져 밤낮으로 스마트폰을 하며 놀았다. 시력이 안 좋아지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심함을 못 참았다. 정신 건강에 안 좋은 물건이었다.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반발이 엄청 심했다. 학교 안 간다는 둥 학원 안 간다는 둥, 떨어지겠다는 둥 자기를 해치는 말과 많은 비판을 했다.
아빠는 말을 적게 하고 끄덕하지 않았다. 아마 둘째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애 엄마에게 “오늘 애가 핸드폰 뺏겨 학교 못 간다.”라고 선생님께 전화하고 면담 신청하라고 말했다. 난리 치며 학교에 갔다. 딸의 센 말 공격이 허장성세임을 알고 있었다(36계 중 32계 공성계(空城計)).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었다. 지금 이 정도 공격을 수비히지 못하는 경우 방에 드러누워 긴 기간 부모의 속을 태울 게 뻔했다. 이 사태가 끝나는 데로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대한 서약서를 써서 아예 벽에 붙여 놓을 작정이었다. 또한 더 존중하고 부드럽고 약하게 대화를 나누고, 겨울 방학 때에 탁구장 등 몸을 움직이는 곳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한 말을 들었어도 칼로 물을 벤 듯했다.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딸의 저항하는 모습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손자병법에서 상황의 변화에 물과 같이 대응해 승리하라고 강조했다. 손무는 고정된 형태가 없어 상황에 따라 변하고 기세 좋은 물의 특성을 극찬했다. 노자는 물의 이롭고 낮추는 특성을 예찬했다.
손무는 '승리하는 자가 사졸을 싸우게 하는 것은 마치 천길의 계곡에 가두어 놓은 물을 터트리려는 것과 같다(군형 편). 격한 물살이 빠르게 흘러 바위를 떠내려가게 하는 것이 기세고, 사나운 새가 빠르게 날아가 목뼈를 다닥쳐서 부러뜨리는 것이 절도다(병세 편). 군대의 모양새는 물의 형상과 같다. 물은 지형에 따라 고지대를 피하고 아래로 흘러가고 변하지 않는 형세는 없다(허실 편).'라고 했다.
노자의 물에 대한 생각을 도덕경 제8장과 제78장에서 엿볼 수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아주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래서 도에 가깝다. 삶은 잘 살고, 마음은 아주 깊으며, 같이 함은 아주 어질고, 말은 아주 믿음직하다. 올곧아 잘 다스리고, 일을 잘 처리하며, 움직임은 때를 잘 맞춘다. 대체로 다투지 않을 뿐, 허물도 없다(도덕경 제8장).
천하의 연약함이 물보다 더한 것은 없으나, 단단하고 강한 것이 공격하여도 이길 수가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천하가 모르지 않으나, 행할 수가 없다(도덕경 제78장).
강한 기세의 공격을 부드럽게 대응하고 아무리 베어도 물처럼 상처가 나지 않는 방법으로 방어한다.
사람들은 물을 물로 본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 좋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다. 자기 생각이 굳어져 남이나 환경을 내 기준에 맞춰 생각하기에 죽어가는 사람이다. 주변에 물같이 부드럽고 약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인식을 전환하여 고수로 본다. 그렇게 안 보이면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주관은 나에게만 적용한다. 주관이 본성을 따르고 있는지 살펴본다. 남을 이해하거나 대할 때는 내 주관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나이, 성격, 상황, 환경 등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아빠는 딸을, 딸은 아빠의 나이, 성격 등을 존중하고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