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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Dec 25. 2023

17. 실한 것으로 허한 곳을 찌르기

6.1. 허실 편

실한 것으로 허한 곳을 찌르는 법은 전쟁이나 죽기 살기로 싸우는 데에만 쓴다.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애들, 형제자매, 아내, 동료 등에게 쓰면 분위기는 싸해지고 관계가 나빠진다.


전쟁을 잘하는 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주도권을 쥐고 적을 마음대로 다룬다.’ 아군의 강점으로 적군의 허점을 공략한다. 적이 수비할 수 없는 곳, 생각할 수 없는 곳이나 쉽게 지원군을 보내지 못하는 곳을 친다. 이때 적이 모르게(不知), 드러내않고(無形), 소리 소문 없이(無聲) 공격한다. 아군은 집중하고 적군은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으로 분산되어 한곳에 집중할 수 없다.


‘허점을 파악하고 반응을 살핀다.’ 간첩을 심어 적의 강약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계책을 세운다.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찔러보고, 적군의 반응을 본다. 소규모 전투를 벌여 병력이 남는 곳, 부족한 곳이나 주변 지역의 지원이 원활한지 알아본다.


‘변화무쌍하게 대응한다.’ 적의 변화나 환경 변화를 간파하고 그것에 따라 대응하기에 물과 같이 일정한 모양이 없다. 적군은 아군 깊숙이 간첩을 침투시켜도 실상을 볼 수 없으며, 아군의 계략을 파악할 수 없다. 아군의 군사들도 쉽게 이기고도 어떻게 이겼는지 알지 못한다.


방어자 입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적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마음대로 다룰 수 없게 한다. 먼저 도착해 여유롭게 이동하느라 피로한 적을 싸움터에서 기다린다. 편안한 적을 피곤하게, 배부른 적을 배고프게, 안정된 적을 동요하게 만든다. 약점을 파악할 수 없고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모르게 꽁꽁 숨는다. 적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간첩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한다. 적이 공격하는 때와 장소를 먼저 파악하고, 매복하고 기다린다. 주변이 공격받는 경우 구하고, 돕는다.


손무가 말하는 군대는 어떤 모습일까? 권투 선수에게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알리와 비슷한 것 같다. 싸울 때 계책을 가지고 있고(計), 수비를 잘한다(守). 몸이 좋고(形), 기세가 높으며(勢), 속도가 빠르다(速). 경기에 집중하고(專), 거리를 유지하며(待), 변칙에 능하다(奇正). 상대를 가지고 놀고(能使敵人), 변하는 상대에게 잘 응하여(應敵變化) 스스로 승리를 만드는 유형이다(制勝).


복싱스타일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웃복서, 슬러거, 스와머다. 아웃복서는 무하마드 알리처럼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고, 리듬을 뺏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테크닉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슬러거는 조지 포먼과 같이 막강한 펀치력과 힘센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스타일이다. 세게 때리지만 많이 맞는다. 스와머는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의 속도를 빠른 발놀림으로 따라잡은 후 인사이드에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는 스타일로 마이크 타이슨 같은 유형이다. 맞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알리는 상대의 공격을 불과 몇 센티 차이로 흘려보내는 상체 움직임 및 헤드워크가 일품이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잽싼 발놀림, 임팩트 순간에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주먹이 일체를 이룬다. 알리의 경기력은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서 나온다. 빠른 발을 전후 좌우로 움직여 상대에게 거리와 앵글을 주지 않으면서 본인이 원하는 지점에서 공격을 한다.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면 그것을 막거나 흘리면서 받아친다. 펀치의 강도보다는 거리를 유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카운터를 리는데 주력한다. 누적된 점수로 상대를 꺾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강력한 펀치를 날려 꺾어버린다.


타이슨은 스와머 스타일의 인파이터다. 타이슨의 보호자이자 스승인 커스 다마토가 죽기 전 싸우는 모습은 특히 그랬다. 알리와 같은 아웃복서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권투 스타일이다. 쏟아지는 잽과 스트레이트는 끊임없이 상체를 숙이고(더킹) 좌우로 흔들어(위빙) 피한다. 거리가 벌어지면 빠르게 전진 스텝을 밟아 인사이드로 파고든다. 그 후 몸통과 머리를 넘나드는 양 훅을 동원해 빠르고 강하게 상대를 쳐부순다. 상대가 좌우 움직임으로 앵글전환을 시도하면 상대의 발 바깥쪽으로 발을 디디는 스텝(링커트)을 취해 봉쇄한다. 거의 맹수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을 가졌고, 아웃복서를 잡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전략 병기였다. 스피드와 민첩성, 파워와 맷집, 그리고 과감성과 배짱 등을 갖춘 스와머 스타일의 복서였다.


현실 세상에서 손무가 말하는 궤도의 하나하나를 써먹을 정도로 능통한 인간을 만나면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은 어떻게 수비할 수 있는가? 나에게 이롭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 경우(내 자유를 뺏고 평등하게 대하지 않음) 상대가 공격하고 있음을 간파한다.


강한 상대면 일보 후퇴하고 피한다. 따라와 손과 발을 쓰거나 언어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범법자다. 관련 기관과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법률과 규칙으로 방어한다. 객기를 부리다가 박살 나므로 한 판 붙자는 제안은 거절한다.


상대가 잘하는 싸움판에 말려들지 않는다. 주도권을 쥐고 흔들고 약점을 찌르고 변화무쌍하게 공격한다. 방어자는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으로 수비한다. 상황이 심각한 경우 가족, 전문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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