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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Dec 24. 2023

16. 고마운 사람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준다

5.2. 병세 편

주면 받는다는 한자성어는 여지적취(予之敵取; 주고 적에게서 취한다), 여지위취(予之爲取; 주어 취한다), 대여대취(大予大取; 크게 주어 크게 취한다)가 있다. 리이유지(利而誘之)가 비슷하나 적을 미끼로 꼬신다는 의미가 있어 어감이 다르다.


어떻게 손해 보면서 주는 전략이 가능한가? 손무는 전쟁의 목표를 피해 최소화로 보고, 그렇게 하기 위해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을 병도(兵道)라고 했다. 전쟁을 시작하면 이기든 지든 손해다. 많은 전쟁비용이 소요되고, 국민들은 고생을 한다. 전쟁을 할 바에는 전쟁비용과 국민 고생비용보다 적은 돈으로 아예 상대의 마음을 사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주는 전략은 아주 강력한 승리법이다. 손무는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파악했다. 인간은 자기의 이익, 명예, 자존심 등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 가장 절실한 때에 가장 필요한 선물을 주고 그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절실한 만큼 고마움이 커진다. 상대는 신세를 졌다는 마음이 크고, 언젠가 그 신세를 갚으려고 한다.


주는 전략은 돈이 적게 들고, 국민들에게 고생을 안 시킬 수 있다. 상대의 마음도 얻고, 대치하는데 드는 상대 견제비용이 절감된다. 다른 나라와 긴장 관계에 있을 때 지원받은 나라를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상대가 신세를 졌다는 생각을 가져 절실히 필요할 때 더 큰 금액으로 돌아올 수 있다. 1석 6조로 몇 수를 내다보는 전략이다.


대부분 강자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전략을 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물건 값이상을 주는 사람은 없다. 물건은 내가 원하는 상대이긴 하나, 물건이 신세를 졌다는 마음도 갖지 않고, 훗날 준 것보다 더 큰 것을 물건에게서 얻을 수 없다. 이미 내 소유물이다.


약자가 주는 전략을 쓰면 강자는 감동은커녕 당연히 그래야 하고 적게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쟁하면 속국이 되고 깨지는 비용이 얼마인데 그만큼 밖에 안 주냐고 서운할 수 있다.


주는 전략에서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호 이익인 경우다. 현재 절실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 주는 것만으로 기쁘고 간혹 훗날 나도 크게 얻기도 한다. 둘째는 키워서 잡아먹는 수법이다. 현재 절실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 그 사람이 크면 그 사람을 잡아먹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거위에게 집을 제공하고, 먹이를 주고, 거위가 먹을 만큼 크면 그 거위를 성탄절날 구이용으로 잡아먹는다.


첫 번째 상호 이익인 경우 받은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 주는 사람은 나누고 그 자체를 뿌듯하게 생각한다.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간혹 잘 성장하여 은혜를 입었다고 보답하여 놀라기도 한다.


두 번째는 키워서 잡아먹는 수법을 사용하는 경우 받는 사람은 위험이 커서 적절히 수비한다.  것은 미끼다. 키워서 잡아먹는 수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어떻게 수비할 것인가? 수비할 때 나를 먼저 파악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안 받더라도 아쉬움이 없는가? 내가 받고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내가 아쉬워 안 받을 수 없고 받은 것 때문에 미래에 독립적으로 행동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미끼다.


다음은 상대의도를 파악한다. 주는 상대는 나와 친한가? 주고 똑똑히 기억하는가? 큰 꿈을 좇는 강자인가? 정당한 대가 이상인가? 받은 내가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구속하려는 의도가 있는가? 친하지 않은 상대가 내게 주고, 똑똑히 기억하며, 큰 꿈을 위해 미리 정당한 대가 이상으로 주는 것은 미끼일 가능성이 다.


상호 이익이었는데 갑자기 상대가 나를 잡아먹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자유와 목숨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상대가 강자인 경우 피하고, 빨리 도망친.


일반인들은 선물 전략을 쓴다. 줄 돈도 별로 없고, 여유도 없다. 작은 꿈이라도 실현하려면 주변에 나를 알아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먼저 주지 않으면 바쁜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선물 전략을 쓸 때 유념할 사항이 있다. 주고 잊는다. 받기 위해 주는 경우 대가가 안 돌아오면 원망이 쌓인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상대를 배려선물을 주는 것으로 족하다. 대가를 되돌려 받기 위해 주면 받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영업하기 위해 선물을 미끼로 쓰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심한 경우 더 자주 더 큰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돈이 없어 선물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물은 비싼 물건 말고도 있다. 사랑이 담긴 세심한 선물이다. 작은 선물이라도 정성껏 마음과 시간담는다. 작은 선물이라 시시해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한다. 안 주는 것보다 낫다. 걱정을 붙들어 메고 평가는 상대에게 맡긴다. 주는 마음을 아는 받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애들에게 고마운 일이 있을 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연습시킨다.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知音)만나고, 나로만 이루어진 갇힌 세상에서 뛰쳐나와 열린 세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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