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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Dec 31. 2023

23. 산처럼 편히 쉬다가 천둥처럼 느닷없이 강타한다

7.4. 군쟁 편

장수다. 군대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손무는 풍림화산음정(風林火山陰霆)처럼 군대를 부리라고 말한다. 미동도 하지 않는 산처럼 편히 쉬다가(山) 서서히 자라는 수풀처럼  느리게 움직이며 탐색한다(林). 불(火)을 댕기는 것처럼 기회를 포착하고, 어둠(陰)처럼 은밀하게, 질풍(風)처럼 빠르고 거세게 움직이며, 천둥(霆)처럼 갑자기 타한다.


풍화정(風火霆)은 빠르고 산림음(山林陰)은 느리다. 강약의 조화고, 빠름과 느림의 균형이다. 산림음(山林陰)처럼 느리고 심심하게 지내야 할 때가 더 많다. 편히 쉬면서 단련하고 기회를 탐색한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고 매력이 넘친다. 조용하지만 꿈틀거리는 뭐가 있는 것 같다.


독수리를 떠올린다. 바위에 앉아 쉬었다(山). 배고파 하늘을 서서히 뱅뱅 돌았다(林). 불을 기는 것처럼 먹잇감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火), 질풍처럼 빠르고 거세게 돌진했다(風). 은밀하게 접근하여(陰) 잽싸게 먹잇감을 낚아챘다(雷霆).


고수인 공격자를 방어하기 위해 수비자도 고수여야 다. 방어자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다.

상대의 힘을 파악한다.’ 상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다(시계 편: 計). 한 번 잡히면 살 길이 별로 없다. 독수리 같은 적을 알기 위해 항상 귀를 열고, 눈으로 앞ㆍ뒤, 위ㆍ아래를 보며 살핀다(행군 편: 相敵, 시계 편: 察). 그리고 분석하고, 비교하며 피아의 사정을 탐색한다(시계 편: 經, 校, 索).


강하면 피한다.’ 나보다 2배 이상 화력의 적인 경우 집에서 조용히 기다리고(병세 편: 待) 피한다(모공 편: 避之). 불가피하여 밖으로 나가야 하는 때는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적의 움직임을 주시한다(용간 편: 知敵之情). 이익으로 유혹하는 강자는 무엇인가 더 큰 의도가 있을 수 있음을 간파하고 대응한다(모공 편: 伐謀).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다.’ 공격자에 띄지 않는다(군형 편: 地之下). 눈에 띄면 죽음뿐이다(구변 편: 圍地, 死地. 구지 편: 死地). 


‘잽싸게 도망가고 피한다.’ 공격하면 도망쳐(모공 편: 逃之) 우거진 풀로 빠르게 몸을 숨긴다(병세 편: 所不攻, 無形, 不可知, 군쟁 편: 疾·風). 뒤에 산이 있고, 은 지형이 도망치고 숨기 좋다(행군 편: 視生, 處高). 주변에 방패가 될 암석, 굴이나 습지가 있으면 좋다(군쟁 편: 險阻, 沮澤). 피하지 못해 잡히면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고 도망갈 방법을 모색한다. 아쉽게도 살 확률은 낮다. 강한 적에게 사전 예방이 살 길이다.


싸움판에서 이런 모습을 지닌 인간은 무하마드 알리다.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고 했다. 태적이면서 태적이다. 상대의 주먹을 피한 후 양발을 빠르게 움직인다. 상대가 수비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 몸의 중심을 잡고 힘을 집중하여 벌처럼 상대의 안면을 훅과 스트레이트로 강타한다. 군기 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온몸에 힘을 빼고, 양손의 가드는 내린다.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면 뒤로 물러나며 흐느적인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피한다. 흐느적거리며 빈틈을 찾았을 때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36계 중 12 계의 순수견양(順手牽羊) 전법이다.


알리는 싸움만 잘했던 게 아니다.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웠다. 베트남 전쟁의 징집을 거부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를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총을 들이댈 이유가 없다.” 알리가 말을 많이 해 떠벌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으나 그것은 백인 사회에 던지는 해학과 투쟁이었다. “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유머 있는 흑인으로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인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풍림화산음정(風林火山陰霆)처럼 일한다. 편히 쉬면서(山)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며 환경 변화를 살피고 기회를 탐색한다(林). 일할 기회를 포착하는 순간 불(火)을 기는 것처럼 시작하고, 질풍(風)처럼 빠르고 거세게 해치운다. 고객에게 천둥(霆)처럼 잽싸고 강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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