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목적에 맞는 입지를 적절히 잡는다
10.2. 지형 편
주거지, 상가 등 땅의 입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풍수지리에 따라 바람을 저장하고 물을 얻을 수 있는 장풍득수(藏風得水)형의 땅을 옛날에는 주거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다. 한국에 겨울철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을 막을 수 있고, 농사짓는데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다. 풍수에서 산은 땅의 기운(地氣)인 생기를 머금는 곳이다. 물은 생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바람은 생기를 흩어지게 한다. 따라서 배산임수의 지형이면 땅에 산의 생기가 전해지고, 바람의 영향을 피하며, 물이 있어 생기가 머무른다. 배산임수형 지형은 산의 양기와 물의 음기가 만나는 곳이다. 산소, 햇빛과 물이 풍부해 식물과 동물이 성장하는데 안성맞춤인 자리다.
상가는 전쟁터보다 더 길게 머물고 자주 다니는 공간이다. 손님의 수에 따라 장사가 잘 되는지가 갈린다. 손님의 수는 상권, 배후 수요(사무직, 주민 등의 인구수), 유동인구 및 그 상가의 접근성, 가시성에 영향을 받는다.
활발한 상권에 속해 있는 경우 장사가 잘 된다. 상권은 상권끼리 경쟁을 한다. 상권을 분석하는 것은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산업분석과 비슷하다. 위치해 있는 상가의 상권이 성장하고 있는지, 쇠락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본다. 상권의 동서남북에 산, 공원, 큰 도로가 없는 상권이 성장한다.
배후수요가 많은 지역이 장사가 잘 된다. 배후수요는 사무실 직원과 주민의 수에 달려 있다. 주민인 경우 주소비층은 가정주부나 학생이다. 가정주부는 가격에 탄력적이므로 중저가 전략, 박리다매 전략이 잘 통한다. 학생은 일정 시간대에 소비하므로 소비 시간이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1개의 가게 당 세대수는 생필품 500세대, 학원(피아노, 미술, 속셈) 500세대, 보습 1,500세대, PC방 1,500세대, 편의점 1,000세대다. 주상복합은 300세대 정도이므로 상가 형성이 힘들다고 한다. 주변 지역에 경쟁업체가 생기면 타격을 받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 된다. 접근하기 편하고 잘 보이는 상가에 유동인구가 많이 들어온다. 낮은 지역, 대로와 작은 길이 만나는 곳, 평평한 땅이 넓은 곳, 주차장이 있는 곳, 젊은 여성이 많이 가는 곳은 유동인구가 늘어난다. 유동인구가 늘어난 곳은 임대료가 비싸며, 임대료가 비싸 가게가 떠나기 시작하면 유동인구가 다시 줄어든다.
대로ㆍ골목길 등 길과 멀리 떨어진 곳은 유동인구가 적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 경사가 진 곳, 보도의 폭이 좁은 곳, 다리가 있는 곳, 공원이 있는 곳, 나무 및 고가 등으로 시야를 가리는 곳, 주변에 다른 높은 건물이 있는 곳, 바람 부는 곳, 잠시 들르는 경유지, 지대가 높은 곳은 유동인구가 줄어든다.
싸우고 주둔하는 땅에서는 잠시 머물고, 수비와 공격이 쉬운 곳이 좋다. 험하고 배후에 산이 있고, 전방의 시야가 트인 곳이 명당이다. 아군은 높은 지대에, 적군은 낮은 지대에 자리 잡는다. 아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므로 적군의 동태를 관찰하기 용이하고 화살을 쏘기 쉽다. 적군은 올라가기 힘들며, 화살 등으로 공격하기 쉽지 않다. 만약 장기 주둔할 경우는 피부병, 전염병 등이 퍼질 수 있으므로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좋다.
과거 전쟁에서 지형 파악이 중요했으나 현대전에서 전쟁의 양태가 바뀌었다. 적의 위치를 추적하고,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통신장비를 이용한다. 인공위성, 무인시스템(UAV), 조기경보통제기, 글로벌호크 등 감시정찰 장비를 이용하여 지형 정보를 얻는다. 과거에 적이 있는 곳으로 보병, 기병 등이 가서 타격을 가했으나, 현대전에서는 지형의 험함, 길의 좁음에 관계없이 전투기, 미사일, 함포 등의 타격이 가능하다.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도 국산 3차원(3D) 지도 기반으로 지형·기상·지질·영상정보를 융합한 지리공간정보(GEOINT) 체계를 만들고 있다. 지리공간정보에 지명, 고도자료, 대축척지도, 식생, 토질, 병참 DB, 인문지리, 기상정보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이제 접근이 불가능하더라도 cm 단위의 공간정보를 전투부대에 보내 정밀유도무기로 타격할 수 있다. 현대전에서 눈으로 파악해야 하는 땅 정보의 중요성이 감소했다.
싸움에 유리한 곳과 장사 잘 되는 상가의 입지는 반대 특성이 있다. 나를 숨길 수 있는 곳이 싸움에 유리하지만, 사람들이 있는 것을 드러내는 곳이 상가로 적합하다. 싸움에 아군이 높은 곳을 선점하여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유리하지만, 상가로는 낮아 오가기 편하고 상가 안에 사람들이 뭐하는지 볼 수 있는 곳이 적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