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가깝고 안전한 땅을 고려한다
10.3. 지형 편
집은 어떤 땅에 자리 잡아야 하는가? 먼저 직장과 근접성, 투자 요소, 안전, 교육 여건 등에 대해 살펴보고 건강 측면의 입지조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농경사회에서 온 가족은 집과 가까운 곳에 땅을 일구며 살았다. 그러나 현대는 농사짓는 사람은 별로 없고, 제각각 다른 일을 하며, 거주하는 땅과 일하는 땅이 분리되었다. 교통이 발달되어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적 거리가 중요해졌다.
현대적 의미에서 사는 땅은 건강(공기, 물, 햇빛), 시간∙ 공간 근접성(교통, 직장과의 거리), 투자 요소(전세이면 전세금 회수, 자가이면 가격 상승 가능성), 안전(애들 놀 때 안전성, 도둑 등의 침입을 방지), 교육과 편의시설(초중고, 학원, 병원 등)을 따진다.
‘건강(공기, 물, 햇빛)’ 산 근처 집은 학교, 학원이나 병원이 없고, 교통이 불편하여 출퇴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물이 보이고 공기가 좋으며 햇빛이 잘 드는 한강 근처의 집은 가격이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든다. 건강에 좋은 집은 다른 요소는 취약할 수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집의 건강 요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할 때 단독주택 또는 타운하우스 등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지은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배관 등이 노후화되어 물이 나빠지고, 윗집에서 물이 새 아랫집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 재개발하여 공짜로 더 큰 아파트에 받지 못하거나 개발 분담금을 많이 내는 상황이면 집주인은 새집으로 떠나고 오래된 아파트에 임대인만 사는 슬럼화가 진행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오래된 아파트가 재개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시대였다면 언젠가는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시간ㆍ공간 근접성(교통, 직장과의 거리)’ 부부가 맞벌이하여 돈을 모으고 애들을 교육시키며 노후를 준비한다. 많은 사람들은 모은 돈이 턱없이 부족해 힘겨운 노후를 보낼 확률이 높다. 괜찮은 직장을 잘리지 않고 오래 다녀야 그나마 돈을 모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피곤해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애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는 직장이 가까워야 애들끼리 집에서 텔레비전 보거나, 학원을 뺑뺑 도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 학습 계획, 진도 체크, 같이 놀기, 같이 책 읽기 등 육아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젊은 부부의 경우 집을 구할 때 직장과의 시간ㆍ공간 근접성, 안전과 교육 환경이 중요한 요소다.
‘투자 요소(전세금 회수, 집 가격 상승 가능성)’ 전세금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본다. 생활수준이 한 단계 하락하고, 애들 교육비에 쓸 돈이 없어진다. 전세금 회수가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사항 중에 하나다. 이자율이 오르면 전세입자는 비상사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전세금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집주인이 담보대출 있는 자영업자면 조심한다. 이자율이 오르면 사업 환경이 나빠져 담보로 제공한 집이 경매에 붙여질 위험이 있다.
전세금이 마구 치솟거나 집값이 떨어져 집값 대비 65% 이상일 때 경계한다. 전세 구할 때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거나 주변 전세금 시세에 비해 너무 낮은 경우 집 관련 담보, 미납한 세금 등을 유심히 살핀다. 살고 있다면 재계약 시 전세금을 깎거나 이사를 고려한다.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집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안 팔린 집은 경매에 붙여진다. 경매 시 감정가격의 20%씩 하락하며 2번 유찰되면 감정가 대비 64%가 된다. 주택 전세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경우 적은 비용 아끼지 말고 큰 위험을 막는다. 위기에 전세금을 떼어 먹히지 않고 살아남은 자에게 기회는 온다.
돈의 여유가 있는 경우 이사할 때 전세 물량이나 매물이 많은 대단지아파트를 고려한다. 애들의 안전, 학교, 학원, 마트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젊은 부부가 살기 편하다. 또한, 물량이 많아 시세를 잘 반영하고 다른 물건이 많아 집주인과 협상할 때 협상력이 생기며 여차하면 이사 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애들이 근처 학교에 다니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기 쉽지 않아 전세 물량이나 매물이 적은 지역은 집주인에게 끌려 다닐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은 가계의 부채비율, 인구성장률, 고령인구 및 주택보급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30년 이후, 어떤 기관은 2020년대 중반 이후 인구가 감소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 수요가 감소하여 주택가격이 하락할 확률이 높다.
고령인구비율도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14년 12.7%에서 2040년 32.3%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노년 부양비율은 2014년 100명당 17.3명에서 2040년 57.2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특별한 변수가 없고 현재 상황대로 흘러가는 경우 대한민국이 갈수록 늙어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2021년 주택보급률은 102.2%로 이미 100%를 넘어섰다. 2008년 100.7%로 100%를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의거하면 1980년대 4인이나 5인가구에서 2014년 1인~3인가구로 변화하고 있다. 2035년경에는 1인이나 2인가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형평수를 구매 시 유지비가 많이 들고, 향후에 수요가 줄어들 수 있음에 유의한다.
‘안전(애들 놀 때 안전성, 도둑 등의 침입을 방지)’ 집 주변에서 애들이 뛰어놀다가 차량에 치이거나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장소, 납치 등으로부터 안전한 장소가 좋다. 경제가 안 좋아질수록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총 범죄발생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형법범의 경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형법범 중 절도, 살인, 강도 등 주요 범죄는 20%~3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있으며 강간, 성적학대, 폭행, 상해 등이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교육, 편의시설(초중고, 학원, 병원 등)’ 집을 선택할 때 여전히 교육시설이 중요하다. 예전에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여 학교 근처가 좋다고 했으나 지금은 학원 근처를 의미하는 것 같다. 주로 어느 지역에 학원이 밀집해 있는지로 판단한다. 향후 사교육에 투자해 보았자 급여 차이가 많이 나지 않고, 취업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어야 영향력이 감소할 것 같다.
손무는 땅에 대해 시계 편에서 '땅은 멀고 가까움, 험준함과 평탄함, 넓음과 좁음, 삶과 죽음을 이른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생활문화가 바뀌어 표현방식은 달라졌을 수 있으나, 주거지, 상가 등의 입지를 되새겨 보면 현대에도 땅의 그런 의미들은 퇴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