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Feb 04. 2024

18. 나타나기 전에 행하고 다스린다

도덕경 제64장

안정되면 잡기 쉬우며,

조짐 전에 꾀하기 쉽고,

무르분해하쉬우며,

자잘하면 흩어지기 쉽다.


나타나기 전에 행하고,

어지럽기 전에 다스린다.


아름드리나무는 털끝만한 것에서 생기고,

구층누각은 쌓아 올리는 흙에 일어나며,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의도로 하려고 하면 실패하고,

억지로 잡으려고 하면 는다.

이 때문에 성인은

의도로 하는 게 없어 실패가 없고,

억지로 잡는 게 없어 잃는 게 없다.


백성이 일에 마음과 힘을 다하나,

늘 거의 이루었을 때에 실패한다.

끝맺음을 시작처럼 조심히 하면,

이내 이루려는 일에 실패가 없다.


이에 성인은 욕심내지 않기를 바라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중시하지 않으며,

자의식 늘리는 배움에 안 배울 게 있음을 배우고,

여러 사람들이 지나친 도를 제자리로 되돌린다.


만물이 스스로 그리하도록 도우며,

주제넘게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其安易持, 其未兆易謀, 其脆易泮, 其微易散.

기안이지, 기미조이모, 기취이반, 기미이산.

爲之於未有, 治之於未亂.

위지어미유, 치지어미란.

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起於累土,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기어누토,

千里之行, 始於足下. 爲者敗之, 執者失之.

천리지행, 시어족하. 하자패지, 집자실지.

是以聖人, 無爲, 故無敗, 無執, 故無失.

시이성인, 무위, 고무패, 무집, 고무실.

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愼終如始, 則無敗事.

민지종사, 상어기성이패지. 신종여시, 즉무패사.

是以聖人,

시이성인,

欲不欲, 不貴難得之貨, 學不學, 復衆人之所過.

욕불욕, 불귀난득지화, 학불학, 복중인지소과.

以輔萬物之自然, 而不敢爲.

이보만물지자연, 이불감위.


나타나기 전에 행하고(爲) 다스린다(治). 나타나면 목적이나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無爲) 집착하지 않으며(無執) 작은 일이라도 성심껏 한다. 마무리할 때 처음처럼 마음과 힘을 다한다. 욕심부리지 않고(不欲) 어려운 목표(難得之貨)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不貴). 자기 생각을 비우고(學不學) 티나지 않는 일을 성실히 한다(復衆人之所過). 또한 리더는 백성이 자발적으로(自然) 하도록 돕는다(輔萬物).


'조짐'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행동하면 쉽다. 움직이기 전 안정적일 때 잡고, 조짐이 보이기 전에 한다. 예를 들어 병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한다. 또한, 무를 때 분해하고, 자잘할 때 분산시킨다. 현상이 드러나 이미 굳어지거나 뭉친 것을 분해하거나 분산시키려면 몇 배의 힘이 더 들어간다.


'시작'

시작은 늘 미미하다. 작은 것부터 큰 것이 이루어지고, 천 리 길은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너무 시시하고 작다고 불평하지 말고 원래 큰 일은 미미한 것부터 시작되므로 일단 하고 본다. 


'행동'

그때그때 주어진 작은 일이라도 성심껏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세상은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남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행위 시 목표나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단기 결과집착하는 경우 사람을 이용한다. 구성원은 리더와 관계가 멀어진다. 리더의 사욕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버림받을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 보람을 못 느끼고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 단기 목표에 집착할수록 단기 결과는 잘 나오지 않는다.


'끝맺음'

정성을 다했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과욕을 부려 실패한다. 시험 볼 때 마무리를 잘못하고, 어려운 문제를 지나치지 못해 뒤에 나온 쉬운 문제 제대로 못 푼다. 욕심과 과도함을 피한다.


난득지화(難得之貨)는 얻기 어려운 재물 등 과도한 목표물을 뜻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과정에서 순간순간 노력뿐이다. 결과는 내 손을 떠나 통제할 수 없으므로 얻기 어려운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하늘에 맡기기 열심히 했는데 달성하지 못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


노자는 줄이는 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학문으로 자기 주관을 확고히 하고 그 틀에 맞추어 세상을 해석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비워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고 세상 움직임의 원리에 자신을 내맡기라고 한다. 세상은 지식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작동한다. 지식은 고정된 상황에서 몇 가지만 변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세상은 상황과 요소들이 다 변한다. 지식은 절대적이지 않다. 분별지를 많이 배웠으므로 잘났다고 으스대거나 자기 생각을 고집할 수 없는 이유다. 배우면 자의식이 늘어나므로 안 배워야 할 것이 있음을 배운다. 또한 여러 사람이 지나친 도를 배워 자기 생각대로 해봐야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알며 저항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른다.


'자발성'

리더는 자기 생각을 죽이고 백성을 놔두고 바라보며 백성의 본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주제넘게 자기 생각대로 세상을 움직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17. 알고도 공개적으로 약점을 비난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