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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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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03. 2024

17. 알고도 공개적으로 약점을 비난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65장

예로부터 도를 잘 행하는 자는

눈과 귀의 밝음으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백성을 다스린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치자가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 국가를 다스리면 국가의 적이고, 

지혜 국가를 다스리지 않으면 국가의 복이다.


이 둘을 알고 통치방식을 헤아리며,

늘 통치방식을 헤아려야 함을 알면,

이를 드러내지 않는 현덕이라 한다.


현덕은 깊고 멀며 만물과 함께 반전하고,

그런 뒤 곧 순응해 일체 된 경지에 이른다.


古之善爲道者,

고지선위도자,

非以明民, 將以愚之. 民之難治, 以其智多.

비이명민, 장이우지. 민지난치, 이기지다.

故以智治國, 國之賊, 不以智治國, 國之福.

고이지치국, 국지적, 불이지치국, 국지복.

知此兩者, 亦稽式, 常知稽式, 是謂玄德.

지차양자, 역계식, 상지계식, 시위현덕.

玄德深矣, 遠矣, 與物反矣, 然後乃至大順.

현덕심의, 원의, 여물반의, 연후내지대순.


리더는 눈과 귀의 밝음이 아니고 알고도 눈과 귀를 살짝 가려 백성을 다스린다. 우치(愚治)는 국가의 복이다.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멀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본성에 충실한 삶을 편하게 사는 덕치로 반전된다. 그 후 리더는 백성을 거스르지 않고 포용하여 일체 된 경지에 이른다.


백성은 지혜나 지식을 쌓아 직업을 그 수단을 이용해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리더는 지혜나 지식을 사용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경우 리더십이 훼손되므로 조심한다. 세상은 논리가 아니라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눈과 귀를 열고 밝은 지식을 드러내서 상대의 약점을 굳이 비판하면 상대가 인간인 이상 헐뜯는 에게 정나미가 떨어진다. 상대를 설득할 수 없고, 상대와 멀어진다. 리더가 편을 나누는 경우 반대파는 바른말을 할 수 없고,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여 통합할 수 없다.


백성은 지혜로운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힘이 센 사람, 기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 등 제각각 소질이 다르다. 소질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리더는 모든 면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지능, 힘, 기술적 능력 등 하나씩 비교하면 남보다 열등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백성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으나 단점을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에 통합능력과 포용력이 뛰어나다.


'알고도 눈과 귀를 슬쩍 가림으로 다스린다.'

리더가 밝은 지식이 아니라 눈과 귀를 슬쩍 가리고 백성을 포용하여 다스리는 것을 우치(愚治)라 한다.


노자가 말하는 우치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왕이 좋고 싫음을 드러내는 순간 신하와 백성은 바른말을 하지 않고 왕의 입맛에 맞는 말, 왕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 이익을 얻고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우치의 리더는 남의 장ㆍ단점을 잘 알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고 단점을 부드럽게 감싼다. 남들 눈에는 밝은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리더는 감각이 예리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인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맞닿아 있다(大智若愚).


'지혜로는 다스리기 어렵다.'

백성을 지혜로 다스리는 것을 지치(智治)라 한다. 명철한 왕은 눈과 귀가 너무 밝다.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없다. 지혜가 많은 리더는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을 잘한다. 자기 정치적 신념과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두 눈과 귀를 쫑긋 세운다. 반대자를 꼼꼼히 찾아내고, 탄압한다. 내편과 네 편으로 나뉜다. 편을 나누는 분할의 리더십이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통합 정치나 백성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정치가 어렵다. 리더가 자기 판단에 올바르고 선한 정책을 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요사한 정책이 되기에(58장), 지혜로 다스리면 국가의 적이다.


리더는 자기가 가장 잘났으므로 백성은 모두 자기 말을 따라야 한다. 혼자 다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남을 믿지 못하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백성은 리더와 다른 의견은 낼 수 없으며 잘난 리더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긴장한다. 진심이 아니고 마지못해 따른다. 백성과 소통이 막힌다.


'사리에 어두움으로 다스림이 신비한 덕치다.'

우치(愚治)는 큰 지혜가 있지만 지혜를 사용하지 않는다. 깊고 멀게 느껴지는 신비한() 통치방식이다. 심오하여 알기 어렵고,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만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전하듯이 겉보기에 어리석고 어두운 듯한 우치가 반전하여 덕치임을 알게 된다.


현덕의 리더는 자기 생각으로 백성을 분별하지 않고 포용하며, 백성과 일체 되어 뗄 수 없는 통합의 경지(大順)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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