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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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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0. 2024

24. 바르고 청렴해도 오만불손하거나 상처 주지 않는다

도덕경 제58장

다스림이 어둡고 엉성하면

백성양심대로 조용히 살아가고,

다스림이 꼼꼼하고 자세하면

백성은 양심 없이 시킨 대로 산다.


화여! 복이 깃든 것이고,

복이여! 화가 엎드린 것이로구나.

누가 그 화와 복의 끝을 알겠는가?


올바름과 사악함은 없다. 

올바름이 다시 기이하게, 선함은 다시 요사해진다.

사람들갈려 헤매며, 그날이 참으로 유구하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방정하지만 나누지 않으며, 청렴하나 상처 주지 않고,

바르지만 오만불손 안 하고, 빛나지만 눈부시지 않다.


其政悶悶, 其民淳淳, 其政察察, 其民缺缺.

기정민민, 기민순순, 기정찰찰, 기민결결.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孰知其極? 其無正邪.

숙지기극? 기무정사.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

정복위기, 선복위요, 인지미, 기일고구.

是以聖人,

시이성인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방이불해, 염이불귀, 직이불사, 광이불요.


정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통치자의 사리분별 정도가 아니다. 백성이 얼마나 자유를 누리며 삶이 편안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사리에 밝음과 올바름을 세상에 드러내면 사리에 어두움과 사악함으로 변질된다. 성인은 자기는 청렴하고 바르지만 백성들에게는 상처 주거나 오만방자하게 건방 떨지 않는다.


'느슨하게 다스린다.'

백성을 양심에 맡기면 조용히 살아가지만, 리더가 법 등 강제력을 동원하여 통제하면 백성은 양심 없이 시킨 대로 한다. 통치자는 다양한 백성을 자기가 생각하는 틀에 맞추려고 한다. 틀에서 벗어난 백성은 박해나 차별을 받는다. 통치자는 감독하기 힘들고, 백성은 감시와 통제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큰 정치를 하면 다양한 백성들포용하고, 백성들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산다.


'사리에 밝은 정치에 백성들은 피곤하다(화와 복의 동거).'

통치자가 사리에 밝으면 국가를 잘 다스릴 것 같지만, 백성들을 통합하지 못하고 백성들은 피곤하다. 화가 엎드려 있는 복이다. 반면 통치자가 사리에 어둡고 느슨하게 다스리면 백성들은 어울려 편안하게 산다. 복이 깃든 화다.


복과 화는 양립하며 비중과 기세에 따라 변한다. 복이 강해지면 화는 약해지다가 복이 정점을 지날 때 화의 비중이 늘어난다. 복이라고 자만하지 않고, 화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복이 화가 되고 화는 다시 복이 된다. 사리에 밝아 단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 복이지만 교만한 마음이 생기고 행동이 거칠어져 자연에 겸손한 마음이 없어지므로 화다. 어설프면 결과가 안 좋아 화지만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행동이 단정해져 조용히 사물의 본질을 보니 복이다.


엄격하고 완벽한 부모는 애들이 어릴 때 보고 배울 수 있어 복이지만 성장하면 자기 얘기 잘 안 들어주고 강압적으로 들려 화다. 자녀는 완벽주의나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 부모를 잘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고, 부모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다. 실수하고 욕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복이다.


'백성에게 올바름을 강조하는 정치는 사악해진다.'

힘 있는 자는 권력, 돈과 잔꾀를 동원하여 빠져나가고, 약자만 선함을 지켜야 된다. 결국 올바름을 강조하는 정치를 펴면 힘없는 백성에게는 속임수 등 변칙이 난무하고 요상해진다.


'성인은 사리에 밝지만 느슨하게 다스린다.'

성인은 자신이 방정하지만(方, 직각) 백성이 비뚤어졌다고 재단하지 않는다. 자신이 청렴하지만(廉, 모서리) 백성에게 탐욕 부린다고 욕하며 상처 주지 않는다. 자신이 바르다고(直, 치우치지 않음) 오만방자하게 건방 떨지 않는다. 자신이 빛나지만(光, 지위가 높음) 백성에게 드러내지 않아 평범하고 겸손하여 눈부시지 않다. 성인이 사리에 밝음을 드러내 다수의 백성에게 잘난 체하거나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백성에게 원망을 사 원수가 되며 함께하거나 다스릴 수 없다.


올바름과 사악함이란 알기 어렵다. 느슨하게 다스려 백성들이 양심대로 조용히 살아가도록 한다. 오랫동안 헷갈려 헤매는 사람들이 길을 물을 때 깨우치도록 친절히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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