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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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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1. 2024

25. 의도나 억지 노력으로 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57장

정책으로 국가를 다스리고,

기책으로 군대를 지휘하며,

쓰지 않고 세상을 취한다.


나는 어떻게 그런지 아는가?

이 때문이다.


세상에 금지하는 게 많으면 

백성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백성이 능한 재능이 많으면

국가는 점점 더 혼란스럽다.


사람이 교묘한 솜씨가 많으면

기이한 사람이 더욱 생겨나고,

법령이 겉으로 더욱 드러나면

도적이 많이 생긴다.


그리하여 성인이 말하길,

내가 하는 것이 없으니

백성은 스스로가 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니

백성은 저절로 올바르다.


내가 애쓰지 아니하므로

백성은 저절로 부유하고,

내가 욕심부리지 않으므로

백성은 저절로 순박해진다.


以正治國, 以奇用兵, 無事取天下.

이정치국, 이기용병, 무사취천하.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오하이지기무재? 이차.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천하다기휘, 이민미빈, 민다리기, 국가자혼.

人多技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

인다기교, 기물자기, 법령자창, 도적다유.

故聖人云,

고성인운,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욕이민자박.


리더는 하는 게 없고, 고요하며, 억지 노력하지 않고 사욕에 집착하지 않는다. 백성은 스스로 고, 저절로 올바르며, 부유하고 순박해진다. 현재 존재하는 변칙 등 기책이나 인의예지, 법률 등 정책의 필요성을 다 부인하는 말이 아니라 자율성, 양심 등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읽는다.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떠올려 본다. 일상에서 법과 변칙이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정책과 기책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가치가 드러나므로 일상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시간을 많이 쓰고 중장기적이며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율성과 양심 등 무위무사에 중점을 둔다.


'기책(奇策), 정책(正策)과 무위무사(無爲無事)'

기책은 결과를 중시하며 속임수, 사기도 허용되는 변칙적인 계책이다. 정책은 인의예지, 법령 등 원칙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반면 무위무사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억지 노력으로 애써 이루려 하지 않는 통치를 말한다.


기책의 속임수로 1번은 속일 수 있으나 계속 속일 수는 없다. 전쟁과 같은 단기적인 상황에서 적에게 쓰는 방법이다. 전쟁에서 정책만을 쓰는 군대는 아주 쉬운 상대다. 전략을 예측할 수 있어 공격과 방어가 쉽다. 전쟁할 때 적군에게는 기책으로, 아군 내부는 정책을 쓴다.


정책으로 통치할 때 보통 법이나 규범을 내세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법의 맹점을 찾는다. 좋은 변호사, 판사와 친분, 돈 등을 활용해 피해 간다. 법은 더욱 복잡해져 법률 전문가 아니면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법 등을 억지로 따르게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으며 부작용을 낳는다. 자율성에 기반하지 않는 수단은 아무리 바를지라도 다시 변칙이 된다(58장). 정책은 중단기 수단으로 유효하나 장기적으로는 무력하다.


장기 수단은 무사무위다. 리더가 억지로 시키지 않고 백성의 자율성에 근거한다. 리더는 백성을 행동을 바라보며 스스로  때까지 기다리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놔두는 방법이다. 통치자가 권한과 책임을 백성에게 위임하고, 백성의 유위와 자율성에 기댄다. 무위무사는 중장기전략이다. 바라봄, 기다림, 자율에 기반한 끝까지 살아남는 철학이다.


'정책의 폐단'

열자 설부편의 진나라 이야기로 경찰을 늘리고 별별 수단을 다 써도 도둑은 안 줄어들었다. 백 명 잡아들이면 또 백 명이 생겨났다. 증상만 치료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어질고 정직한 사람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교육시켰다. 그러자 백성들이 정직해지고,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다.


정책의 통치는 백성에게 법으로 명령하고 어기면 처벌한다. 해야 할지 여부를 잘 구분하는 사리분별 능력이 발달한다.


'금지하는 것이 많아지면 백성이 가난해진다.'

타율적으로 규제하는 경우 백성들의 자발적 동기가 훼손된다. 백성들은 형벌을 피하기 위해 정해진 규정에 맞추어 형식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생산 효율성이 떨어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가와 백성들은 결국 점점 더 가난해진다.


'사리분별하는 인재가 많아지면 나라가 혼란해진다.'

이기(利器)란 전쟁터에서는 날카로운 병기고, 사람에 비유하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리분별을 잘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사리분별을 잘하는 사람은 누가 맞는지 누가 틀린지 잘 구분한다. 남 약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차가워 정이 가지 않으며, 똘똘 뭉치기 어렵다. 그런 인재가 많으면 자기 이익을 밝히며 협조하지 않으므로 나라는 혼란스러워진다. 또한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내 편과 네 편 구분을 잘하고 논쟁을 잘하는 사람의 필요성이 커진다. 분별 잘하는 사람이 많아 나라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기책의 폐단'

속임수나 사기로 꾸미는 기교를 많이 사용하는 사회에는 진실한 사람이 적어지고, 기교 부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백성에게 속임수, 기술 등 기책을 사용하면 통치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국가를 다스릴 수 없다.


'교묘한 솜씨많으면 기이한 사람이 많아진다.'

기교에 빠지면 본질보다 겉으로 꾸미는데 집중한다. 말솜씨 좋고 설득력이 뛰어나지만 참되지 않은 사람이 사기꾼이다. 솜씨 좋게 고친 얼굴도 세월이 흘러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기이해 보인다.


'법령이 자세해지면 도적이 많아진다.'

자세하게 규정한 법률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자주 개정하고 하위 법령이 생기면 법률은 누더기가 된다. 법률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세세한 법률일수록 더 쉽게 세금 도둑질한다. 형벌 을 사용하여 타율다스리 백성들은 인맥 등을 활용하여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법과 사람 중 무엇이 중요한가? 사람이 법보다 먼저고, 진심이 통치기술보다 우선이다. 통치는 사람의 문제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모두 사람이다. 법만으로는 국가를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을 제정하고 적용 및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문제는 법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법에는 강자의 논리가 반영된다. 법 제정∙해석∙판결하는 사람은 보통 강자다. 법이 필요한 사람도 강자다. 뛰어난 법률가의 도움을 받거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 법은 강자의 이익을 대변할 확률이 높다. 또한, 법은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모호한 법규를 이용하거나 법에 없는 신종수법으로 법망을 피한다. 법만으로 국가를 제대로 다스리기 어렵다. 과거 역사가 증명한다. 독재국가, 제국주의 국가의 법도 훌륭했으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개인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다.


'정책 및 기책에 대한 대안'

의도나 억지 노력으로 다스리지 않는다(무위무사). 정책은 타율적이고, 기책은 본성을 훼손시킨다. 정책과 기책의 대안은 순리대로 다스리는 무사무위 방법이다. 백성의 자발성을 믿고 기다리는 통치다.


통치자가 백성의 자율에 맡기고 고요히 지켜보는 통치로 나라가 엉망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초기에는 서로 이익을 쟁취하고자 싸우고 약자가 피해를 본다. 약자도 강자가 자는 동안 보복하거나 무기를 사용하고, 강자를 거짓으로 속인다. 결국 약자뿐만 아니라 강자도 공정함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느껴 백성들은 스스로 정화하여 올바른 상태에서 균형을 이룬다.


통치자는 애써 일 벌이기 좋아한다. 경제활성화하고 백성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사업을 한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며, 백성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 물가 상승과 세금 납부로 백성은 가난해진다. 통치자가 백성을 잘 살게 하려고 억지 노력한 결과 백성은 더 힘들다.


'리더가 사욕을 채우지 않는다(무욕).'

통치자는 사욕을 채우기 위해 백성을 기교로 속이거나 억지로 일을 만든다. 통치자가 이런 짓을 하지 않아야 백성들은 통치자를 믿고 이리저리 머리 굴릴 필요가 없어 순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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