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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2. 2024

26. 지덕을 감추고 세상과 함께한다

도덕경 제56장

알면 말로 하지 못하며,

말로 하면 알지 못한다.


구멍을 막고,

문을 닫는다.


분별의 날카로움을 꺾고,

애증의 어지러움을 풀며,

빛을 온화하게 해,

먼지와 함께하니,

오묘하고 심원한 동화됨이라 한다.


고로 오묘하고 심원한 동화됨이란

친하려고 해도 가까이 할 수 없고,

멀리하려 해도 멀리 할 수 없으며,

이롭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해롭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으며,

귀하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천하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으니,

그러므로 온 세상의 귀한 경지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색기태, 폐기문, 좌기예, 해기분,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화기광, 동기진, 시위현동.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고불가득이친, 불가득이소,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불가득이리, 불가득이해,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불가득이귀, 불가득이천,

故爲天下貴.

고위천하귀.


외부 존재의 자극을 받아 마음이 흔들리고 다른 데로 가버린다. 1단계로 외부 존재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조용히 침묵하고 외부에서 오는 감각 자극을 막는다. 외부 감각 자극을 무시한다. 외부 존재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어떤 외부 자극이 오든 현재의 나에 마음을 붙들어 맨다. 2단계로 옳고 그름 등으로 쪼개 비교하는 생각을 꺾고, 좋아하고 싫어함에 집착하는 감정을 푼다. 3단계로 깨달음의 빛을 감추고 세상과 같이한다. 화광동진의 경지다.


 구속은 힘이 세다. 외부 존재의 자극을 감각기관으로 인식하는 욕망과 쾌락,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 비교하는 습관, 좋고 은 감정에 집착하는 습관, 기대, 과거에 입은 상처 등이 세상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다. 또한, 거기에 따라 사는  정상이고, 날카롭게 살아야 권력과 자본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구속에 저항하기 고통스럽다.


열자의 말을 따르면 수양하여 3년 후 생각 분별을 두려워하고, 5년이 지나 생각 분별하지 않는다. 7년 후 애증 감정의 집착이 사라지고, 9년이 지나 자타와 내외를 구분하는 의식이 사라지며, 정신이 하나로 모아져 몸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알면 말로 하지 못한다.'

남의 말을 듣고 도를 깨달을 수 없으며, 깨달은 도를 말로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 초콜릿은 말로 설명해야 알 수 없다. 초콜릿을 입에 넣고 맛봐야 알 수 있다.


노자는 눈, 귀, 코, 입, 감정, 생각, 의욕을 순리에 어긋나지 않고 적게 사용하는 수양법에 대해 말한다.


'외부 존재 판단 금지(塞其兌閉其門)'

외부 존재의 감각자극을 제어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환경을 만들지 않든지 아니면 받은 자극을 무시한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재의 나에 집중한다.


외부 존재에 대한 자극을 시각, 후각, 미각, 청각과 촉각 등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고 욕망과 쾌락을 느낀다. 욕망과 쾌락을 맛보는 순간 다시 불만족스럽고 공허하여 더 큰 욕망과 쾌락을 찾는다. 욕망과 쾌락이 들어오는 입구는 눈, 코, 입, 귀 등이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존재에 집중하면 끌려다닌다. 자기 내부가 아닌 외부 존재에서 행복을 찾고 집착하기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음에 좌절하고, 없어질까 봐 불안하다.


외부 존재에 집중할수록 머릿속의 온갖 잡생각이 들어 괴롭다. 통제할 수 있는 나와 현재에 집중한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어 편안하다. 잡생각 속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끼어든다. 이런저런 추측하고 생각해 보아야 별 뚜렷한 답은 없으며 자꾸 현재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과 연관시킨. 잡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게 산다. 또한 비교 습성, 집착하는 생각이나 감정이 나댈 틈을 주지 않아 나, 남과 환경을 보는 마음의 눈이 열리고 남 보듯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비교하는 생각을 꺾고 집착하는 감정을 푼다(解其紛, 挫其銳).'

세상은 통합적으로 존재한다. 나누고 대립시켜 비교하는 대표적 사례가 지식과 사상이다. 날카롭다. 인간은 비교하여 인식한다. 비교하지 않으면 크고 작음이 없다. 쪼개 비교해 생각하기에 갑자기 큰 개념과 작은 개념이 생긴다. 큼은 작음이 있어야 존재하므로 둘은 상호 의존적 관계다. 쪼갠 것의 상호 의존성을 무시하면 독립적인 존재로 보이고, 비슷한 것끼리 묶어 편이 생긴다. 자기편이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날카롭게 비판하며, 전체보다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 다툰다. 어리석은 행동(치癡)이다. 대립과 갈등으로 고통스럽다. 날카로운 고통이다(견혹見惑). 남 입장에서 남을 이해하며, 내 기준으로 나를 이해한다. 다름을 존중하고, 전체관점에서 쪼갠 것을 유기적으로 바라봄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눈 후 선택한 대상에 대한 애증의 감정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원하는 것을 좋아해 집착하고(탐貪), 싫어하는 것을 증오해 집착한다(진瞋).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에 사로잡힌다(치癡). 집착하는 감정은 오랜 기간 습관을 바꾸는 수행을 해야 풀린다. 둔한 고통이다(수혹修惑). 일어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남을 바라보듯이 그냥 놔두어 달랜다. 감정은 몸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몸을 계속 움직인다. 주관적인 감정이 객관화되고 시간이 흘러 수그러든다. 생각 분별과 감정 집착을 벗어던진다.


'깨달음을 감추고 세상과 어울림(화광동진和光同塵)'

깨달음의 빛을 감추고 세상을 수용하고 개성이 강한 다른 것을 포용한다. 잘났든 못났든 신성을 지녀 평등하고, 세상 일은 변하고 언젠가 반전되어 하나만 맞는 게 아니. 사방을 비추는 깨달음의 빛은 세상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세 그대로 드러내면 세상 사람들은 그 빛에 상처를 입는다. 깨달은 후 성스러움을 살짝 가리고 세상과 함께 산다. 깨달음을 고집하는 경우 세상과 마찰로 중단되거나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세상과 함께 가면 느려 보이지만, 세상과 마찰이 적고 자발적 동기를 유발해 결국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깨닫고 세상으로 다시 나간다. 깨닫기 전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느껴진다. 세상은 이해관계로 쪼개어 차별하고 경쟁하며, 애증의 감정을 꼭 붙들고 놓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게 보인다. 빈 마음인 리더는 세상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애환과 연민을 물씬 느낀다. 물아일체, 한 덩어리로 느끼는 경지다.


‘사사로움이 없다.’

리더가 세상과 한 덩어리가 되어 어울려 살아가면 사사로움이 없고 지극히 공정하다(至公無私). 이미 세상과 동화되어 친소∙이해∙귀천 등 분별의 어리석음이 없다(현동玄同). 세상사람들과 친하지도 멀지도 않고, 귀하게도 천하게도 대하지 않는다. 마치 본성이 개성 강한 다양한 자아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포용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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