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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21. 2024

35. 마음속에 세상이 있다

도덕경 제47장

문 밖을 나가지 않고 세상의 이치를 알고,

창 밖을 내다보지 않고 하늘의 도를 본다.

더욱더 멀리 나갈수록 점점 더 적게 안다.


이런 이유로 성인은

나다니지 않고 알며,

보지 않고도 부르고,

의식적으로 하지 않고 이룬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불출호, 지천하, 불규유, 견천도.

其出彌遠, 其知彌少.

기출미원, 기지미소.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시이성인불행이지, 불견이명, 불위이성.


세상이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3차원의 세상을 눈, 귀 등으로 보고 들으며 편집하여 인식한다. 우리는 존재하는 세상을 본 적이 없다. 마음으로 느끼는 세상만 보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 존재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실재하는 세상과 느끼는 세상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개미, 나무와 외계인이 느끼는 세상은 우리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돈, 집, 의복 등은 인간과 다르게 볼 수 있고 색깔도 달라 보일 수 있다. 세상이 마음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하든 보고 있는 세상이 마음속에 있는 세상이든 어쨌든 마음속에 세상이 있다.


만물에 담겨 있는 도의 유전자를 덕성이라고 한다. 마음에 세상이 있으니 이미 도를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용히 마음에 귀 기울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세상을 알기 위해 밖에서 헤맬 필요 없다. 우리 마음속 양심인 도에서 찾으면 된다. 누구나 이미 도를 지니고 있으므로 깨달음을 통해 자유를 얻고 남을 이롭게 하는 실천을 통해 자기를 완성한다. 도는 음양을 모두 담고 있어 모순의 원리와 무분별의 이치로 작동하므로 논리적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들어야 한다. 즉 깨달음이다. 덕성을 가진 리더가 덕행으로 시장을 얻고 사람을 키운다.


'도는 내 마음속에 있다.'

세상을 아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세상을 직접적으로 아는 방법과 나를 통해 간접적으로 아는 방법이다. 즉 을 A라 하면 A를 아는 방법과 ~A(나)를 아는 방법이 있다. A는 너무 많고, 통제할 수 없으며, 알더라도 내 마음을 거쳐 간접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세상을 알기 위해 알아야 할 가짓수가 적고, 그나마 통제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나를 아는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다.


도는 내 마음속에 있다. 세상도 내 마음속에 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조용히 내 몸을 바라보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① 조용히 명상할 때 ② 힘들 때 ③ 낯선 나를 만날 때 잘 보이고 들린다.


사람들은 사서 고생한다. 걸어서 국토 대장정을 한다. 그 후 인생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인생을 깨닫는 것은 국토를 두루 살펴본 경험 때문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을 통해 진실한 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신체가 고달프면 마음은 조용하고 고독해진다. 비로소 원초적인 자아와 만나 그 모습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낯섦에 대한 체험을 한다. 인도, 사막 등 여행 갔다 와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도 한다. 외국에 가서 관점이 바뀐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낯섦 속에 갇혀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평소보다 더 또렷이 내가 보인다.


'외부 존재보다 내 마음에 집중한다.'

세상이나 도가 내 마음에 있으므로 나다니지 않고 알고 밖을 안 보고도 안다. 보지 않고도 부른다는 문장은 문장의 창 밖을 내다보지 않고 하늘의 도를 본다는 말과 댓구 관계를 이루고 있다. 부르려면 누구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안 보고도 본다, 안 보고도 안다는 말과 같은 표현이다. 또한 세상의 이치를 꿰뚫고 있어 머리 굴리지 않고 세상의 이치에 맡겨도 수월하게 이룰 수 있으므로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이룬다고 말했다.


도를 찾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외부 존재보다 가까이 있는 에게 집중한다. 도는 형상이나 소리가 없기 때문에 관찰, 지식 등을 이용해 도를 탐구해야 찾지 못한다. 지식, 의욕 등의 고정관념을 비우고 본성에 다가간다. 도는 내 마음속에 있고, 세상도 이미 내 마음속에 있다. 도가 스며들어 있는 몸을 바라보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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