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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22. 2024

37. 끊임없이 움직이나 집착하지 않아 고요하다

도덕경 제45장

극도로 크게 이루면 없는 듯하지만,

그 작용은 떨어지지 않고,

극도로 가득 차면 마치 빈 듯하지만,

그 작용은 끝나지 않는다.


극도로 반듯하면 마치 구부러진 듯하고,

극도로 솜씨 좋으면 마치 서툰 것 같고,

극도로 말 잘하면 마치 어눌한 것 같다.


분주히 흘러 얼지 않으며,

고요하여 열 내지 않는다.

흘러 맑고  내지 않는 고요함이 세상의 본보기다.


大成若缺, 其用不敝, 大盈若沖, 其用不窮.

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躁勝寒, 靜勝熱. 靜爲天下正.

조승한, 정승열. 청정위천하정.


정중동(靜中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움직임(動) 극에 달해 반대로 고요하게(靜) 보인다고 한다(物極卽反). 노자는 흘러 맑고 열 내지 않아 고요하다고 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집착하지 않아 고요하게 보인다는 의미다.


극에 달한 곧음, 솜씨 좋음, 말 잘함도 반대로 보인다. 그렇다고 구부러짐, 서툶, 어눌함과 같지 않다. 극에 달한 것의 작용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지극히 큰 리더는 하늘과 같이 집착하지 않아 맑고, 땅과 같이 차분하여 고요하다. 근심과 걱정을 흘러 보내 머무르않는다. 잘 흥분하지 않아 늘 조용하고 침착하다.


'대도의 겉모습과 작용'

하늘과 땅처럼 극도로 큰 것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나 작용은 끝이 없다. 지극히 큰 리더도 늘 곁에 있어 없는 듯 존재하지만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겉모습과 속마음'

지극히 큰 리더는 똑똑한 바보다. 마치 구부러지고, 서툴고, 어눌해 보인다.


지극히 큰 리더는 반듯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백성과 동화되어 마치 구부러진 듯하다. 도에 맞지 않아도 선하게 대하고, 참되지 않아도 참되게 대하는 사람이다.


지극히 큰 리더는 기교나 말보다 진심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 서툴고 어눌해 보인다. 속이려는 사람은 겉을 꾸미고, 말이 많고 정교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본질을 가리면 진짜 솜씨 좋은 게 아니다. 진심이 주재료라면 기교와 말은 양념이다. 양념이 강하면 주재료의 맛을 해친다. 훌륭한 양념은 주재료 본래의 맛을 더 돋보이고 맛깔나게 한다. 진심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기교, 오랜 기간 몸에 배어 은근히 발현되는 기교만을 사용한다. 소박하고 숙성시킨 기교며, 하늘의 작용을 닮았다. 은은한 작용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고, 자기한 한 역할을 자랑하거나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


'맑음과 고요함'

지극히 큰 리더는 마음속에 하늘의 청정함과 땅의 고요함을 품고 있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흐르는 바다처럼 보이고, 어둑한 땅은 잠잠한 바다처럼 보인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어 탁하지만, 흐르는 물은 얼지 않고 맑다. 진정한 리더는 흐르는 물처럼 생각이 유연하여 고정관념이 없어 청정하다. 주변 환경과 상황이 변화할 때 생각을 바꾼다. 주변이나 상황이 내 생각에 맞춰주지 않는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 집착하지 않기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요한 물은 이리저리 날뛰느라 열을 내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도 속이 깊어 열받아 흥분된 상태로 날뛰지 않고 차분하고 냉정하다. 중심이 낮고, 외부 존재가 아닌 양심이나 본성 등 자기 자신 안에 중심을 두어 고요하다. 자기밖에 외부 존재와 비교하고 경쟁하느라 마음이 동요하거나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중심이 낮아 충격에도 동요하지 않고 상황이 변할 때 민첩하게 움직인다.


지극히 큰 모습을 지닌 리더는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아 맑고, 차분하여 고요하기에 세상의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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