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Feb 27. 2024

41. 겉보기에 부족한 도를 듣고 부지런히 행한다

도덕경 제41장

경지 높은 이는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행한다.

경지 중간인 이는 도를 들으면 긴가민가한다.

경지가 낮은 이는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

비웃지 않으면 도로 생각하기 부족한가 보다!


그러므로 이런 의견들을 말한다.

밝음의 도는 어두컴컴한 듯하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서는 듯하며,

평평한 도는 한쪽으로 쏠린 듯하다.


최고의 덕은 마치 골짜기 같으며,

극도로 깨끗하면 더러운 것 같고,

넓디넓은 덕이란 부족한 듯하며,

건실한 덕은 마치 구차한 듯하고,

꾸밈없는 참됨은 변하는 듯하다.


극도로 모난 것은 모서리가 없어 보이고,

극도로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아 보이며,

극도로 큰 소리는 들리지 않아 소리가 없어 보이고,

극도로 큰 모양은 보이지 않아 형상이 없어 보인다.


도는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알려지지 않지만,

그저 도만이 관대하게 잘 다스리고도 이룬다.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상사문도, 근이행지, 중사문도, 약존약망,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不足以爲道!

하사문도, 대소지, 불소부족이위도!

故建言有之.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고건언유지.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上德若谷, 大白若辱, 廣德若不足, 建德若偷, 質眞若渝.

상덕약곡, 대백약욕, 광덕약부족, 건덕약투, 질진약투.

大方無隅, 大器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대방무우, 대기면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道隱無名, 夫唯道, 善貸且成.

도은무명, 부유도, 선대차성.


도는 모순되는 양면 담고 있다. 왕이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마음을 비웠다고 하자. 겉보기에 초라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대하게 잘 다스리는 통치자다. 멋모르는 못난 이는 겉만 보므로 그냥 듣고 비웃는다. 마치 어둡고, 물러서고, 울퉁불퉁하고, 더러운 듯 보인다. 작용을 보면 밝고, 나아가고, 평탄하고, 극도로 깨끗하다. 훌륭한 는 드러내지 않는 도의 이면을 고 부지런히 행한다.


'경지 낮은 이는 도를 비웃는다.'

도는 낮추고, 분별하지 않으며, 전체에 화합한다. 낮춤으로써 높아지며, 분별하지 않으므로써 명확해지고, 나를 잊고 봉사함으로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경지가 낮은 이는 이런 말들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해 크게 비웃는다. 자신을 차별화하고 알리기도 시간이 부족한 세상이다. 자신을 높이고 존재감과 명석함을 드러내야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주장하기 때문이다.


경지가 중간인 이는 도의 모순된 양면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한다. 경지 높은 이는 이런 도의 모순된 양면성을 알고 있으므로 열심히 실천한다.


'경지 낮은 이가 도를 비웃는 이유'

도는 겉보기에 모자라 보인다. 도를 깨달은 이는 밝은 지혜를 가리기 때문에 명석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기 때문에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나를 잊고 봉사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한쪽으로 치우친 듯 보인다. 이렇듯 도는 겉보기에 모자라 보인다.


덕은 겉보기에 부족해 보인다. 최고의 덕은 드러내지 않는다. 텅 비고, 더럽고, 부족하며, 구차하고 변하는 듯하다. 기량이 출중하지만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외진 골짝처럼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마음을 비워 청정한 사람은 마음이 깊어 알 수 없으므로 혼탁해 보인다. 사방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마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건실히 사는 사람은 낮은 자세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므로 구차해 보인다. 참된 사람은 음양을 포용하여 이랬다 저랬다 변덕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덕은 드러내지 않아 겉보기에 부족해 보인다.


'극히 큰 것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극히 큰 것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존재가 너무 크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사각형이 아주 크면 사각형의 일부인 직선만 보인다. 이미 완성된 아주 큰 그릇은 사람들이 보기에 일부 면만 보이고, 그릇 같지 않아 미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지구 회전하는 소리는 너무 커서 들리지 않고, 지구의 형상은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다.


잘 돌아가는 집안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아무 역할도 안 하는 것 같고, 잘 운영되는 조직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 특권의식이나 권위의식이 없어 일반 국민과 같이 줄 서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국민은 리더를 자기와 별 차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큰 도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무명의 존재다.'

극히 큰 도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이름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상을 관대히 잘 다스리고도 이룬다.


도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이해를 안 하려는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하지 않는다. 대화 상대로 혈기 왕성한 사람, 교만한 사람, 지식을 신봉하는 사람, 받은 다음에 받은 것만큼 는 합리주의자, 객관성만 믿는 사람,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 도는 겸손, 분별하지 않음, 모순, 솔선수범, 헌신과 드러내지 않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과 경쟁하지 않아 앞서게 되고, 솔선수범과 헌신하기에 조직이 하나 된다.


객관성이나 합리주의를 신봉하는 사람과 도에 대해 대화하면 괜한 말로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겉도는 말꼬리 잡기식 논쟁에 빠진다. 같은 조건이더라도 사람마다 과거 경험, 성향, 지향하는 가치와 사회적 관계 등에 따라 주관적으로 행동하므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현실에서 받은 다음에 받은 것만큼 주려고 하는 합리주의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요즘 친구들하고 놀러 가는데 운전하느라 고생했으므로 수고비를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냥 들으면 합리적인 생각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하나만 아는 사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만한 고생을 할 수 있다. 하나도 손해를 안 보고 주고받음으로만 따지면 주변 친구들하고 깊은 정을 나눌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 떠나 남는 사람이 없다.


또한 회사의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회식비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합리주의자로서 자기 몫만큼 돈을 아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조직 관점에서 볼 경우 돈을 그 사람에게 줄 게 아니라 팀 회식에 참여하지 않아 벌금을 물려야 할 판이다. 회식비 달라는 사람이 팀장이 되어 조직의 힘을 안 믿고 개인 플레이하며 돈으로만 따지는 경우 조직의 앞날끔찍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40. 강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더 낮추어 조화를 이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