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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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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26. 2024

40. 강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더 낮추어 조화를 이룬다

도덕경 제42장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껴안으며,

충기로 화합하고 조화를 이룬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오직 외로움, 부덕함과 하찮음이나,

왕과 제후는 이것을 칭호로 삼는다.


그래서 만물이

어쩌면 밑지는 것이 남는 장사이기도 하고,

남는 것이 밑지는 장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인데 나도 가르친다.


강한 대들보는 제 명에 죽을 수 없음을

나는 배움의 아버지로 생각할 것이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만물부음이포양, 충기이위화.

人之所惡, 唯孤寡不穀, 而王公以爲稱.

인지소오, 유고과불곡, 이왕공이위칭.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人之所敎, 我亦敎之.

고물혹손지이익, 혹익지이손, 인지소교, 아역교지.

强梁者不得其死, 吾將以爲敎父.

강량자부득기사, 오장이위교부.


도, 하나, 둘, 셋, 만물. 숫자놀이가 아니다. 노자의 주장은 이렇다. 하찮아 보이는 도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모든 것을 생기게 . 사람들은 음을 싫어하는데 싫어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결국 남는 장사며, 세게만 하면 강철 대들보를 얹은 집처럼 제 명줄대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교훈을 새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왕과 제후는 높은 자리고, 귀한 몸이다. 따라서 낮추는 호칭을 사용하여 자신을 중화시킨다. 강한 권력을 지닌 리더는 자신을 낮추어 백성과 조화를 꾀해야 리더십이 잘 발휘된다. 왕과 제후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백성을 강하게 통치하는 경우 제 명줄에 죽지 못한다.


'음양의 조화가 만물의 구성원리다.'

노자는 도, 하나, 둘, 셋, 만물 순으로 낳았다고 했다. 무엇을 뜻하는지 많은 논란이 있고 전체를 이해하는데 꼭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도 크게 지장은 없는 것 같다. 굳이 해석해 보면 통상 도는 무언가 있는 없음인 진공을 뜻한다(0). 0이 음양이 뒤섞여 분화하기 이전의 태극(1)을 낳는다. 있는 것 같은 없음(0, 진공)과 없는 것 같은 있음(1, 태극)은 구별이 안 된다. 태극이 분화되어 음과 양을 낳는다(2). 음양이 결합하여 물질이 되고(3. 음, 양, 조화를 이루는 텅 빈 기운인 충기), 물질이 뭉쳐 물체가 되고 만물을 이룬다.


노자는 물질의 구성원리에서 음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조화와 화합이라는 이치를 유추한다. 물질은 기, 기와 충기로 구성되어 있다. 물질을 이루기 위해 꼭 음이 필요하다. 음기는 바깥쪽에 있고, 양기는 안쪽에 위치한다. 음양은 대립하고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킨다. 텅 빈 충기는 음기와 양기의 중간지대에서 음양을 조화시킨다.


음의 성질인 겸손은 도덕경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다. 시대와 사람의 마음을 읽고, 봉사를 하는 리더가 가져야 하는 핵심적 자세다.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도’다. 도는 만물을 작동하고 만물에 아주 이로우나(8장) 만물을 주재하지 않는다.


왜 겸손해야 하나? 인간은 각기 다른 능력을 타고나 어떤 한 면에서 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마음에 신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간 모두 평등한 존재다.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시가 겸손이다.


인간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진리나 절대자 또는 상대에게 겸손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겸손하게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은 높아지려고 하지 않아도 주변의 도움 등으로 저절로 높아진다. 힘세면 지나친 자신감으로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무시하기 쉽다. 무시당한 상대는 해코지하거나 견제한다.


'리더는 낮춤으로 조화를 이룬다.'

후왕은 높은 자리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지닌 귀한 몸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백성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어 음양의 조화를 꾀한다.


밑지는 장사가 남는 장사고, 남는 장사가 밑지는 장사라는 격언이 있다. 겸손하게 낮추는 리더는 권위가 훼손돼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낮추고 정성을 다해 봉사하는 리더에게 백성은 자발적으로 따른다. 밑지는 장사로 생각했는데 남는 장사다.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할수록 더 낮춘다는 이치를 나도 가르친다.


'권력이 강할수록 더 낮춘다.'

기둥 위에 있는 강철 대들보 강하고 무거운 경우 그것을 떠받치는 평주와 고주는 배겨 내지 못한다. 집은 명대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리더의 역할은 대들보와 같고 신하의 역할은 평주나 고주와 같다. 리더가 겸손하고, 부드러워야 신하가 자율적으로 일한다. 강한 리더는 단기적으로 보면 리더십이 잘 발휘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신하들이 갈수록 피동적으로 변해 나라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심하면 신하는 리더의 강압적 구속에 반발하여 반란을 꾀한다.


리더 혼자 권한과 책임을 다 가지고 강하게 통치하는 국가는 유지될 수 없으며 리더 자리도 지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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