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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09. 2024

52. 취하려고 힘으로 억압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30장

도치로 임금을 보좌하는 사람은

군대로 세상을 억압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거의 예외 없이 돌아오고,

군사가 머문 곳은 가시덤불이 나며,

대군이 있은 후에 필히 흉년이 다.


도에 맞는 이는 이기면 그치고,

감히 취하려고 억압하지 않는다.

이기고도 자부하지 말고,

이기고도 자랑하지 말며,

이기고도 교만하지 말고,

이기지만 마지못해 하며,

이기고도 억압하지 마라.


사물이 세고 단단하면 곧 늙나니,

이것을 도에 어긋났다고 말하며,

도에 어긋나면 서둘러서 끝낸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이도좌인주자, 불이병강천하. 기사호환,

師之所處,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사지소처, 형극생언, 대군지후, 필유흉년.

善者果而已,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선유과이이, 불감이취강. 과이물긍,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果而勿强.

과이물벌, 과이물교, 과이부득이, 과이물강.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물장즉로, 이위부도, 부도조이.


전쟁의 승패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 패자는 승자에게 굴욕을 당한다. 전쟁에서 이긴 국가도 반격에 당하고, 돈을 많이 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싸움이 난 국토는 황폐해지고 흉년이 든다. 전쟁으로 흥하면 곧 약해진다. 강대국이더라도 어쩔 수 없을 때만 전쟁하고 이기면 낮춘다. 전쟁은 도에 맞지 아니하므로 빨리 끝낸다.


'약소국은 침략당했다.'

영원한 적이나 친구가 없는 국제 관계에서 힘으로 약소국을 짓밟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강대국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면서 전쟁했다. 정의, 민주화, 독재로부터 해방, 근대화 등 명분을 내세웠다. 강대국에게 자비를 바라는 것은 한심한 논리다. 180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아시아 국가는 교만한 강대국에게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침략당하는 국가는 국내 정치가 혼란하며, 권력자가 주요 관직을 아는 사람에게 주거나 돈을 주고 팔았다. 지방 관료들도 부정 채용하고 사익을 위해 착취하고 횡령을 일삼았다. 과학기술 및 민주주의 발전, 자본 축적 등 세상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국민은 차별을 받고 굶주려 국가를 위해 뭉치지 않았다. 살기 힘든 국민이 차별 철폐, 외세 타도, 탐관오리 처벌 등을 외치며 내란이 발생했다.


외세는 이틈을 타 침략했다. 국내 세력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외세를 불러들이거나, 약한데 먹을 것 있어 보이는 경우 외세가 침략했다. 외국 군대는 약소국을 위해 공짜로 싸우고 순순히 물러난 경우는 없었다. 개항을 요구하고, 개항장에서 침략 국가 법에 따라 처벌하며, 약소국 연안 자유롭게 측량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또한 침략국가 화폐의 통용과 무관세 무역 등을 요구했다. 갈수록 심하게 외세의 간섭을 받았다.


'도는 억압하지 않는다.'

도치로 권력자를 보좌하는 사람은 전쟁으로 세상을 억압하지 않는다. 도는 멀어지고 반전되어 다시 돌아온다. 내가 내뱉은 말은 내게 다시 돌아온다. 내가 상대에게 앙심을 품으면 상대도 내게 앙심을 돌려준다. 억압하면 상대는 힘을 키워 독립을 외치고, 망하면 통쾌하다고 생각한다.


'억압하면 저항이라는 반작용과 흉년이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강압은 반작용을 낳는다. 무력으로 침략하면 피지배 국가는 무력으로 독립전쟁을 전개한다. 전쟁이 벌어진 땅은 파괴되고, 백성들은 피난길을 떠나고, 흉년이 온다. 전쟁 당사국은 전쟁비용으로 국가예산의 몇 년에 해당하는 전비를 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백성은 물가, 황폐해진 땅, 세금과 군역 때문에 고생한다.


'이긴 후 그치고 낮춘다.'

희한한 사실이 있다. 음의 성질인 전자가 바깥을 돌고 양의 성질인 양성자가 안에 있다. 노자도 음이 양을 껴안고 있다고 했다. 양은 감추고 음의 성질을 드러내야 그 행동에 부작용이 없다. 이긴 후 드러내 자랑하지 않고 그쳐야 부작용이 없다. 공을 세우는 것은 자신이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은 상대다. 공을 드러내지 않는 음의 성질로 남을 대해야 부작용 없이 남이 인정한다. 예를 들어 100억 원 있는 사람이 부채만 10억 원 있는 사람 앞에서 자기 재산 이야기하고 100점 맞은 사람이 50점 맞은 사람에게 성적 자랑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도에 맞는 이는 불가피하게 전쟁을 했더라도 이기면 그치고, 패전국을 무자비하게 억압하지 않는다. 이긴 후 자랑하거나 교만 떠는 것은 나를 높이고 상대를 낮추어 억압하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다. 세상에 계속 이기라는 법은 없다. 자랑하고 교만하면 해이해지고, 남에게 원망과 질투를 받는 부작용이 생긴다. 따라서 잘 나갈 때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다.


이기고 무자비하게 억압한 사례로 일본과 제국주의 국가들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 통치할 때 헌병과 경찰을 이용하여 조선의 민족의식을 말살하였다. 자원을 수탈하고 민족자본을 축척하지 못하도록 힘으로 억눌렀다. 결국 원자폭탄 맞고 패전국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승국이나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국가의 국민을 자기보다 열등한 국민이나 심하면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동물처럼 미개하다고 본다. 1950년 중반까지 인간 동물원이 있었다.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인류학 연구라는 명분 아래 식민지국의 원주민을 박물관에 전시했다. 그리고 인류학자들은 원주민을 보고 “인간 문화의 아주 초기 단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아주 역겨운 존재며, 도무지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라고 평했다.


제국주의 국가는 식민지인 아프리카 주민을 납치하여 전시장, 동물원, 박람회장에 전시하였다. 심지어 죽으면 해부하고 박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하고 6명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스페인 왕실 궁정에 전시했다. 유럽의 상류층을 위한 인간 동물원이 20세기 초반 유럽 15개 도시에서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사학자에 의하면 1810년부터 1958년까지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회, 극장 등에서 14억 명이 2만 5,000여 명의 식민지 원주민을 관람했다고 한다. 인간 동물원은 1958년 벨기에 콩고 주민 전시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일본도 같은 짓을 저질렀다. 1903년 오사카 박람회의 학술인류관에 2명의 조선 여인, 대만인, 아이누인, 류큐인, 인도인, 자바인, 아프리카인을 전시했다. 1907년 도쿄 박람회의 조선관에 조선 남녀 두 명을 인간 전시품으로 전시했다. 일본인 관람객은 조선 동물 두 마리가 있는데 아주 우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다(대한매일신보).


이기고 교만한 자를 조심한다. 낯짝이 뻔뻔하고 마음에 흑심을 품는 대가들이다(面厚心黑).


'힘으로 지배하면 곧 쇠약해지므로 이긴 후 그친다.'

힘세고 땅덩이 크다고 떵떵거릴 이유가 별로 없다. 몽골제국, 로마제국, 프랑스제국, 대영제국, 일제 등 다 몰락했다. 타국을 침략하여 힘으로 지배하는 국가는 곧 쇠약해진다.


제국들은 도로, 건물, 발전시설, 경찰을 늘려 제국을 유지했고, 군대 병력을 키워 제국을 확장시키려 했다. 재정 규모와 지출이 커졌고,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폭발했다. 제국 국민들은 조세, 준조세, 군역 등으로 온갖 고생했고, 제국은 국민들의 불만과 재정적자 심화로 오래 지탱하지 못하고 망하고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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