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카메라로 연속해서 찍은 투수의 모습은 안개 같다. 허상 같은 2차원 면이 이어져 움직이는 입체를 이룬다. 물질(색色)과 비물질(공空)은 둘이 아닌 하나다. 물질은 인연 관계에 따라 변하는 허상이기도 하다.
물체는 입체인데 왜 자꾸 허상이라고 하는가? 물체를 쪼개면 분자, 원자, 원자핵과 전자에서 위 쿼크, 아래 쿼크와 전자만 남는다. 이런 소립자들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물리학자들은 오랜 논쟁 끝에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밝혔다. 즉 입체인 입자는 실상이기도 하고, 면적은 없고 진동수와 파장만 있는 비물질이므로 허상이기도 하다.
3차원 세상에 사는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다. 또한, 입자처럼 진동수와 파장을 가지는 허상의 비물질이기도 하다. 사람은 관찰 전에는 하나의 상태로 확정되어 있지 않고, 인과관계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혼재된 확률적 존재다. 마음은 특히 그런 것 같다.
예를 들면 10살짜리는 90% 살아 있고, 10% 죽어 있는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부모가 결혼한 자식을 간섭하고, 자녀에게 강압적으로 말하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가족 환경이라고 가정한다. 그 자식도 독립적이지 못하고, 자기와 남을 존중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특히 갈등상황에서 부모와 배우자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질문하면 부모를 선택하겠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핏줄을 끊을 수도 없고, 같이 사는 사람을 버릴 수도 없어 누구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꼭 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배우자 앞에서는 나와 협력하여 살아가는 배우자라고 말하고, 부모 앞에서는 자식이 이혼해서 슬픈 모습 보고 싶으신지 왜 그런 질문을 던지냐고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4차원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차원이라는 것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개수를 의미한다. 0차원은 점, 1차원 선, 2차원 면, 3차원은 입체다. 4차원이 시공간이라고 가정한다. 4차원에서 사는 생명체는 그 입체의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4차원 생명체는 사람의 태어나기 이전, 태어난 후, 죽은 후를 다 볼 수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편다. 4차원 생명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찰나로 인식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 한 인간을 에너지로 인식할 것 같다. 야간에 비행기가 부딪히지 않도록 설치한 철탑에 적색이나 백색의 깜박이는 불빛처럼 인간은 생겼다가 지는 에너지 덩어리로 보일 수 있다.
사람을 확률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의 모습은 어떤 인과관계에 의해 현재의 고정된 상이 형성되었고, 인과관계가 변하면 그 모습에 머물지 않고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사라질 현재의 그 모습이 소중하고, 인과관계가 변하면 달리 변할 수 있어 변한 모습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여자가 나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나를 떠났다. 슬픈 현실이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여자는 나를 60% 사랑했고, 40%는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40% 사랑하고, 60%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떠났다. 그 여자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그럴 자유가 있다. 변한 그 여자의 마음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웃으면서 보낸다.
과거 잘못이 있더라도 과거만 보고 비판하지 않고 인과관계에 따라 형성된 긍정적인 면도 있으므로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람은 확률적 존재이므로 지금은 좋아하는 일도 상황이나 조건이 변하면 바뀔 수 있으므로 다른 분야에 대해 마음을 열고 분산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