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 감각

by 누룽지조아

어느 날 딸이 노란 불빛 아래에서 노랑 운동화 샀다고 자랑했다. 디자인이 예쁜 운동화였다. 딸이 운동화 색깔을 바꾸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장난치냐고 한 마디 했다. 딸이 운동화를 허리 뒤로 숨기고 거실의 형광등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운동화를 조명에 비추었다. 그 운동화는 사실 하얀색이었다.


인간은 노란색 물건을 원래 노랗다고 인식한다. 사실 노랑 물건은 원래 노란 물건이 아니다. 다른 색깔은 흡수하고, 노란색만을 반사시키는 물건이다. 하얀 운동화에 노랑 조명을 비추면 노랗게, 하얀색의 조명을 비추면 하얗게 보인다.


인간은 눈, 귀와 입 등을 통해 얻은 감각자극을 신경세포를 통해 대뇌에 전달 후 자의식에 의해 자극을 분별하고 편집하여 재해석한 후 저장한다. 감각기관의 능력의 한계와 자아의 관심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은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인간은 380~750nm 가시광선, 20~2만 Hz 소리, 10㎛(1㎛는 1/1000mm) 이상의 크기, 700만~ 800만 화소의 물체만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안 보이는 사물들의 관계, 온도, 강도, 밀도 등도 볼 수 없다.


인간은 X선이나 적외선을 볼 수 없다. 만약 인간이 X선을 볼 수 있는 경우 지금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은 해골로 보이며, 버스는 뼈대만 있는 딱딱한 물체로 보인다. 부드러운 겉모양은 사라지고 속 모습이 보인다. 인간이 적외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우 세상은 열로 이루어져 열 분포도처럼 보인다. 인간 눈으로 본 세상의 모습이 실재 세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눈의 착시로 뮬러-리어의 착시, 폰조의 착시, 재스트로의 착시 등이 있다. 옆 그림은 뮬러-리어의 착시의 사례다.


a와 b 중 어느 것이 긴가?

b가 길어 보이나 a와 b의 길이는 같다. 의식은 객관적인 사물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여 저장한다. 자기가 집중하고 있는 사물에 한정하여 그 사물을 편집하고 재해석하여 두뇌에 저장한다.


또 다른 예로 오리-토끼 착시를 들 수 있다. 무엇으로 보이는가?


오리로 생각하면 오리가 보이고, 토끼로 생각하면 토끼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 번 형성된 고정관념은 바꾸기 어렵다.


우리가 인식한 소리도 절대적인 소리가 아니다. 도로변 집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처음 며칠은 차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낀다. 며칠 지나면 익숙해져 차 소리가 안 들린다. 사람은 소리를 선택적으로 듣는다. 귀로 들은 음파는 두뇌에 전달되어 의식이나 무의식에 저장된다. 익숙한 소리는 머릿속 다른 소리와 비교하여 해가 없으면 의미 없는 자극으로 받아들여 의식되지 않는다.


맛도 상대적이다. 두 잔에 같은 양의 설탕을 넣는다. 그리고 한쪽에만 소금을 약간 넣는다. 소금 넣은 설탕이 더 달게 느껴진다. 미각은 소금이 들어가면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른 맛과 상호작용하여 강화작용이나 약화작용을 일으킨다. 즉, 관계에 따라 느끼는 맛이 달라진다.


감각으로는 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 오히려 멀어진다.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감각자극이 있고, 받아들인 감각자극은 자의식에 영향을 받아 실상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과학은 경험과 관찰로 증명하는 학문이다. 과학도 감각이 가지는 한계를 똑같이 가지고 있다. 인간의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과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감각기관의 능력의 한계와 관찰하는 세계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없음’처럼 존재하는 세계를 간과할 수 있다. 또한, 사물을 구성 요소별로 쪼개 분석할수록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과 멀어진다. 과학이 명료할수록 앞과 뒤가 꼬여 모호한 현실 세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눈, 귀, 코, 입의 감각기관을 막는 침묵을 수양의 1단계로 삼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제39 통찰: 한 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