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 밝음: 비우다

by 누룽지조아

수양하면 마음이 밝다.


물건들이 가득 차 있는 방에는 빛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컴컴하다. 마음을 비우면 빈 공간이 생기고, 빈 공간으로 깨달음의 빛이 비쳐 밝아진다. 보편적 진리를 터득한 사람은 밝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둡고 운이 사납다.


생각이나 욕심 그득한 마음으로는 일이 잘 안 풀린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내 편의 이익에 집착하고 다툰다. 상대는 그 생각과 욕심을 잠시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상대도 다 안다. 상대와 관계가 나빠지며 일도 꼬인다. 고민과 걱정이 많아진다.


일이 잘 안 되는 경우 포기하고 싶어 진다.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비슷하나 포기와 마음 비우기는 다르다.


포기는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이지만, 마음 비우기는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포기는 현재 이루지 못함을 시인하는 것이지만, 마음 비우기는 현재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포기는 꼭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말이지만, 마음 비우기는 고정된 원하는 것이 없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다. 포기하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좌절하지만, 마음 비우기는 결과를 수용하고 무심히 바라보며 감사하게 여긴다.


마음 비우기를 두 가지 방법으로 해 보았다. 직접적으로 아무 생각, 감정, 의지가 없는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는 마음 상태로 가려고 마음을 억눌렀다. 마음이 반발했다. 고등학교 때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줄이려고 머리 뻣뻣이 세우고 앞만 바라보며 생활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고 목 근육이 너무 긴장해 뻣뻣해졌으며 목만 아팠다. 생각, 감정, 의욕을 억지로 없애려는 시도는 힘들고 번번이 좌절되었다. 없어지지도 않았다. 한판패였다.


다른 방법으로 시도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 감정(느낌), 의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있는 생각, 감정, 의욕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놔두었다.


졸면서 걸어 집에 간 경험이 무심 상태와 유사하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시공간, 나와 남, 참과 거짓, 애증이 한 덩어리였다. 요즘에 졸면서 걷기를 응용해 눈 깜박이며 걷기를 한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마음 가는 데로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그렇게 살아지면 무심으로 사는 삶이다. 무심의 상태는 이렇다. ‘기대가 없다. 과거 후회나 먼 미래 생각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몰입)해 있어 지금 하는 일 말고 딴생각 안 한다. 다름을 참과 거짓으로 나누지 않고 존중하고 수용한다. 일어나는 좋고 싫은 감정을 남 보듯이 바라본다. 내맡기므로 잘되면 고맙고, 안 돼도 괜찮다.’


오늘도 암송한다. ‘기대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존중하고, 감사합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도 된다. 열자의 말에 의하면 최소 3년, 터득하기까지 9년간 해야 하는 일이다.


현대인은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산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은 혼란스럽다. 마음 비우기 수련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 이런저런 일이 많아 고민이 많고, 그것을 척척 해결하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여 밝은 사람은 아예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미리 발생할 일을 예측하고, 어려움과 위험은 관계를 고려하여 사전에 손을 쓴다. 사람들이 볼 때 편하게 살고,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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