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 총명한 바보

by 누룽지조아

총명함을 비판한다. 총명함이 필요 없다는 비판이 아니다. 총명함은 일꾼으로서 능력은 키운다. 그러나 총명함은 개인의 행복을 줄이고, 총명함만 갖춘 리더는 조직원들을 싸우게 한다. 남과 다투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고, 조직을 잘 운영하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은 총명함을 감추어 총명한 바보가 된다.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대치, 내 현재 삶을 아끼고 집중하는 능력(몰입), 남과 관계능력(포용, 존중과 이해), 환경의 흐름 방향을 파악하는 능력(통찰력)이다. 총명함만 갖추고 있으면 남과 마찰을 일으키고 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 환경의 흐름 방향을 잘못 읽어 행복이 줄어든다. 행복도를 높이고 싶은 사람은 총명함을 감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면 왜 학교, 사회에서는 지식이나 총명함을 강조할까? 회사에 들어가고, 일 잘하는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회사에서는 일꾼을 뽑는다. 일꾼이 갖춰야 하는 능력이 총명함이나 지식이다. 총명한 두뇌는 일꾼에게 필수 능력이지만, 리더에게 필수 능력은 아니다. 리더는 다양한 일꾼을 포용해야 한다.


지혜로운 리더는 총명한 바보가 되기 위해 눈과 귀를 가린다. 총명함은 눈과 귀가 밝다는 뜻인데 지혜로운 리더는 반대로 한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알면 그냥 못 넘어간다. 각양각색의 능력자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없다. 자기 색깔인 사람만 뽑고 자기 색깔대로 이끌고 갈 때 초래할 결과는 끔찍하다.


이런 의미로 옛날 왕은 즉위식이나 제사 때 면류관을 썼다. 머리 위의 판에 구슬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 구슬로 눈과 귀를 가린다. 왕이 너무 눈과 귀가 밝은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기 색깔을 고집하고, 자기 색깔에 맞지 않은 사람을 다 쳐내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획일화되어 건조하고 다양성이 부족한 조직, 규격화된 일을 하는 조직,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 조직, 내부 경쟁이 치열한 조직, 비슷한 업무로 실적을 구분하기 어려워 성과나 돈 문제로 쌈박질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사람이 모여 비슷한 일을 하는 조직은 환경이 불리하게 변하면 실적이 하락한다. 또한 과거 성공 경험에 빠져 있는 대표이사가 좌지우지하는 경우 환경이 변화면 고전한다. 아름답지 않은 그림이다. 다양한 개성과 존재감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


총명함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총명하다고 행복해지거나 지혜가 생기는 게 아니다.' 토론토 대학의 멍시 동 박사(Dr. Mengxi Dong)가 이끄는 연구팀이 행복과 지혜의 상관관계, 총명함(똑똑함)과 지혜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을 했다. 실험한 결과 행복과 지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총명함과 지혜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총명하다고 지혜로운 것이 아니다. 지식과 지혜는 관계가 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지혜로워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나이나 성별과 지혜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에서 나이나 성별은 지혜와 큰 관련성이 없었다. 나이가 늘어도 수양하지 않는 경우 지혜는 생기지 않는다. 지혜와 포용능력, 성실성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즉 지혜로운 리더는 포용능력과 성실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총명하기만 한 사람은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총명한 리더는 눈과 귀를 쫑긋해 가장 합리적 판단을 하려고 애쓴다. 사람을 너무 논리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마음을 읽거나 얻을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상대 기준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한 리더는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의욕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합리적 판단으로 지시해도 구성원의 감정이 상하거나 너무 피곤하여 의지가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합리적 생각만큼 감정이나 의욕도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구성원을 아끼고, 구성원의 생각, 감정, 의욕을 모두 읽고 공감해야 신뢰가 생기고 마음을 연다. 신뢰가 없고 마음이 닫혀 있는 조직인 경우 구성원은 떠난다.


‘총명한 사람은 참과 거짓으로 나누므로 포용하기 어렵다.' 포용하는 리더는 진심을 보고, 단점은 감싸주고 장점을 키운다. 총명한 리더는 포용하는 리더가 아니다. 눈과 귀가 밝아 자세히 보거나 듣는다. 자기 이해나 선호에 따라 분별하고 편을 나눈다. 편끼리 싸운다. 진 편은 상처를 입는다. 잘 구분하고 따지므로 시원시원하고 결단력이 있다고 칭찬받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성원은 간섭하고 고치라고 강요한다. 구성원이 총명한 리더의 간섭에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 누구 하나만 받들면 개들도 싸운다. 여러 마리 개를 키우는 개 카페에서 손님들이 한 마리 개에게만 공놀이를 시키고 간식을 주었다. 다른 개들은 이 개를 질투하고 싸움을 걸었다.


‘총명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한다.’ 총명한 사람은 많이 보고 들어 말이 많다. 반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말에는 강요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말을 적게 한다. 많이 듣고 집중하여 듣는다. 맞는 말은 자존심과 연결하지 않고 인정한다. 물어보면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한다.


리더가 역할을 잘하기 위해 총명함을 감춘다. 총명한 바보는 논리보다 아끼는 마음으로 구성원을 포용하고(관계능력), 환경의 흐름 방향을 파악한다(통찰력). 총명함을 감추기 위해 지혜를 사용하는 높은 경지이다. 총명한 바보가 리더인 조직은 개성 있는 구성원이 자유를 누리고(자유), 서로 존중하며 쌈 하지 않으며(평등), 구성원에게도 조직에도 좋다(공익).

총명한 바보는 비빔밥의 밥그릇 같다. 밥그릇은 존재감 있는 각각의 나물, 채소, 기름, 양념을 다 담는다. 정작 밥그릇은 맛과 냄새가 없어 존재감을 감추고 버무려 어울린 비빔밥의 바탕 역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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