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 가치: 다양성

by 누룽지조아

절대적이어서 변하지 않는 가치∙신념∙사명∙자아의 존재 이유∙삶의 목적 등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든 인간이 절대적인 가치를 찾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절대적 가치인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명할 수 없기에 없다고 하든 있다고 하든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절대적 가치를 찾았다는 주장은 인간이 절대적 가치인지 알 수 없으므로 찾은 것인지, 선택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살생 금지는 절대적 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동물 세계에서 살생 금지란 없다. 또한, 인간은 살기 위해 소, 돼지, 말, 염소, 닭, 물고기 등을 죽인다. 또한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하며 사람을 죽인다. 죽인 자는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언론 등에서도 비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생태계로 확대하는 경우 살생 금지는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내가 남을 죽이면 남도 나를 죽일 수 있고(작용 반작용 원리), 형법상 살인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는 살인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수양은 단순히 있다, 없다는 고정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훈련이다. 있다는 생각과 없다는 생각은 또 다른 집착이다. 무수히 있다고 생각하면 없어지고, 없다고 생각하면 무수히 존재한다. 있음과 없음을 한 바구니에 담는 훈련이다. A는 사과를 좋아하고 B는 배를 좋아한다. 각자에게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각자 다르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선호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왜 인간은 절대적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걸까?

‘인간은 상대적으로 인식한다.’ 작은 애가 시를 지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한 끼 식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한 글이다. ‘옷을 기워 입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한 반찬만 더 나와도 진수성찬이라고 느끼지만, 금으로 장식한 옷을 입은 공주는 맨날 진수성찬으로 먹기 때문에 소박하다 느낀다.’


인간이 인식하는 가치는 공존하고 우열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생각하는 미추, 선악 등 가치와 윤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미와 선의 존재는 비교 대상인 추와 악이 있어야 존재한다. 서로 관계를 맺고 비교해야 비로소 각각 존재한다. 둘은 서로 생기게 하며 공존하며, 우열이 없다.


A, B, C가 있고, 선한 순서가 서구권에서는 A, B, C라고 생각하는데 동양권에서는 C, A, B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부등호로 표시하면 선한 순서는 A < B < C < A다. A와 B를 비교 시 B가 선이다. 그러나 B와 C를 비교하면 B는 악이다. B는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B는 절대적인 선이 아니라 A와 비교할 때 선이다. 또한 A와 B는 순환 관계이므로 B는 A보다 선하다고 말할 수 없다. 즉, 미추와 선악의 가치와 윤리는 비교 기준에 따라 변하고 반전될 수 있다. 차이는 있지만 우열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면의 끝과 뒷면의 끝을 이어 붙여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 보자. 뫼비우스 띠는 앞면과 뒷면이 붙어 있어 따로 앞뒤가 없다. 앞과 뒤가 서로 따르고 있다. 단면을 보면 앞과 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면을 연속선상에 보면 우리가 믿는 상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이 절대적 기준을 알 수 없다.


‘인간은 절대적 기준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우주 속 먼지와 같은 인간은 전체를 조망하여 변하지 않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인간 능력 밖의 문제다. 절대적 기준을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이 사물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비교하여 우열이나 선악 등 개념이나 가치를 부여한다. 어쩌면 인간이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개미가 코끼리를 묘사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인간은 절대적 가치가 뭔지 알 수 없으나 오래가는 가치는 찾을 수 있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우주다. 우주는 수백억 년 전에 태어났고, 지금도 무너지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우주 만물이 움직이는 원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치 중 인간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가치다. 자연의 이치, 도, 섭리, 불성, 세상의 작동 원리 등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하 글에서는 자연의 이치로 표현한다.


우주는 개별적인 우주 만물의 합이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는 우주 만물 각자가 스스로 정하는 기준들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하나를 보면 제각기 다르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는 오차 없이 잘 작동한다. 자연의 이치를 정하는 것은 우주 만물이고, 우주 만물 중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따라서 변하는 것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공존하는 여러 가치를 상대적으로 인식하고 절대적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이상 가치를 가지고 살든 안 가지고 살든 욕할 수는 없고, 강요할 수 없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가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가치의 우열 관계도 알 수 없다. 나와 다른 가치를 배척하거나 싫어할 이유도 없다. 여러 가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치는 가지고 있는데 가치대로 살지 않는 경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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