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서 _ 산후우울 이야기3

별게 다 서운하지

by 하영이덕후

여느 때와 같이 하영이가 내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고, 하영이를 깨우고 싶지 않지만 끼니때를 놓쳐 배가 고팠다.


‘배달을 시켜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남편의 벌이 만으로는 대출이자와 관리비, 기저귀 값, 분유값, 매달 사야 하는 것이 생기는 육아템들, 5월 경조사비 등을 생각하니 집에 있는 나라도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리를 해 먹기가 귀찮고 어렵다. 하영이를 안은채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것도 무섭고, 빠르게 뭔가 해 먹을 게 자신도 없어 그냥 간식으로 먹으려고 사둔 쌀과자를 야금야금 한 봉지씩 까먹고 있었다.


퇴근한 그는 과자봉지가 줄어든 것을 보고 "자기야 이게 왜 이렇게 많이 없어졌지?" 하는 말을 장난스럽게 했다. 근데 그 말이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혼자서 하영이를 보느라고 손발이 묶여서 나는 나의 욕구는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빠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나는 속이 상했다. 이런 작은 말에 내가 속상한 게 나 스스로 너무 이상해서 화가 났다. 오빠도 일하고 돌아와서 피곤할 텐데 하영이를 돌봐주고 있었고, 평소라면 그런 말에 내가 화가 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호르몬 때문에 그래’라고 생각하며 혼자 감정을 삭히며 저녁 설거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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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어린이날이었다. 날이 좋아서, 오후에 유모차를 끌고 근처 공원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기와 산책을 가려면 아기의 수유가 끝난 후 1시간 이내에 가는 게 최적이었다. 아기가 먹고 한 시간 후에는 졸려하고 잠을 자야 하고, 수유 텀에 산책을 가면 아기가 배고파하기 때문이다. 배가 부르지만 아직은 졸리지 않은 아기의 상태에 산책을 가야 우리도 피곤하지 않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난 하영이를 먹였던 오빠는 피곤했는지 점심쯤 오빠는 낮잠을 자러 들어갔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하영이가 수유를 끝냈고 지금이 아니면 밝을 때 산책을 가기 어려울 것 같아 오빠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번 졸음이 오면 잠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다. 너무 피곤해하는 그는 내가 깨운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고 20분쯤 지났을까 그는 비몽사몽 일어났다. 겨우 산책을 나갈 수 있었고, 오빠는 많이 피곤해했다.


나는 바깥바람을 쐬고 나면 그래도 환기가 많이 되었다.

‘오늘 낮 동안 내가 하영이를 계속 봤는데 왜 그렇게 피곤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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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과 육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연애시절 같이 재밌게 했던 폰 게임을 같이 다시 깔아, 하영이를 안고 틈틈이 게임을 시작했는데 대화가 없어졌다.

나는 폰을 내려놓고 tv를 보기 시작했다. 채널을 계속 돌리기만 했고, 재미가 없어 재미가 없다고 했다.


오빠는 갑자기 tv를 끄고 내가 안고 있는 하영이를 데려가더니 나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의미 있는 것을 하라고 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그에게 갑자기 화가 났다. 나는 또 감정을 삭히기 시작했다. 그냥 방에 들어가 버렸다.

유모차 타면 좋아하는 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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