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서 _ 산후우울 이야기4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 할 수 있는 일

by 하영이덕후

나는 대학 졸업 후 노무사의 꿈을 키워 노무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임신에 출산을 하고 2년 넘게 해온 공부를 잠깐 접어두었다. 하영이가 태어나고 오롯이 혼자서 하영이를 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나 스스로 내린 판단이었다. 손발이 하영이에게 묶여 있었기에 만일 내가 노무사를 계속 준비하기로 했다면 하영이를 실패했을 때 탓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하영이를 돌보기에 내가 부족하고 많이 벅차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그는 나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언제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전적으로 나를 지원해줄 사람이었다. 그리고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육아 말고도 나를 위한 뭔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육아를 하며 약 3개월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하영이를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했고, 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나면 잠을 자거나 쉬거나 비생산적인 놀이(주로 하영이를 안고 폰을 보거나 동숲을 하거나 tv를 보거나...)를 하고 있었다.


방에 혼자 들어가서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웠다. 힘이 빠졌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지. 그걸 생각할 여유를 줘야지..."

생각하며 왈칵 슬픔이 쏟아졌다.


나는 원래 게으른 게 힘든 사람이었다. 20대 동안 나는 나의 게으름을 자책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뭔가를 끊임없이 하려고 했었다. 그런 내가 지금 이렇게 나태하고 어떤 것도 시작하기 어려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으니 나 스스로도 나를 바라보며 실망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무경력이나 다름없었다. 노무사 준비를 하면서, 닥치는 대로 일을 구해서 돈을 벌고 학원비를 내고 생활비를 벌었다. 그렇기에 나의 경력에 어떤 일관성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경력을 내세우면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나는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기가 있다.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갈 회사가 있는 엄마들과는 달랐다. (물론 그런 엄마들도 고충이 있고, 여자로서 그런 시간이 삶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오빠의 직장 후배 중에는 워킹맘이 있다. 그 후배는 오빠에게 육아 중고템들을 주고, 비싼 유모차를 중고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오빠는 그 후배와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곤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나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 중 가장 슬픈 것은 아기가 돌 조금 지나 의사표현을 하는데 엄마와 같이 있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나랑 안 놀아주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나도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양가감정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산같이 느껴졌다. 두려웠다.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그냥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릴 것만 같아.’


엄마로서 나 말고, "OOO"으로서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사실 너무도 막막했다.


사랑하는 그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상황을 이해하고 격려해주길 바랐다.

엄마라서 행복하게 만드는 아기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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