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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Nov 20. 2024

메테오라

전망 좋은 칼람바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수도원


    그리스 중부 산간벽지의 칼람바카로 간다. 아테네에서 점심을 먹고 해거름녁에 메테오라의 배후도시인 칼람바카에 도착한다. 들머리부터 중국의 장가계를 연상케 하는 그림 같은 풍광이 나타난다. 테살리 평원의 페네아스 계곡에 우뚝 솟은 바위산. 꼬불꼬불 돌아가는 차창 너머로 나타났다 없어지는 험준한 바위산에 카메라를 들어댄다.


    "칼람바카란 ‘전망 좋은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독특한 모습을 한 바위 기둥은 사암(沙岩)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입니다. 그 정상에 그리스 정교회의 수도원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차 속에서 사진 찍으려 힘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 뷰 포인터로 안내하겠습니다."


    칼람바카 기차역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산책한다. 상가의 조명과 가로등의 불빛으로 거리는 환하다. 작은 도시이지만 메테오라의 명성으로 관광객이 붐빈다. 호텔 인근카페, 음식점, 기념품 가게가 밀집해 있다. 잡화점에 들러 수영복을 산다. 그리스 맥주 맛은 어떤지, 맥주도 두 캔 샀다.

거대한 병풍처럼 보이는 메테오라 사암 바위기둥

    메테오라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뜬’ 또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이란 뜻이.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군, 거대한 바위 기둥도 보인다. 촛대 같기도 하다. 무릉도원과 같은 신비감이 서린 기묘한 지형이다. 

    "사암과 역암의 혼합체가 바위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6,0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지층의 융기와 단층작용으로 생겨난 사암의 봉우리가 강물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길도 없고 접근도 불가능해 보이는 가파른 절벽 위에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 모여 있다. 그리스 정교수도원이다.

    은둔자와 수행자가 바위기둥의 작은 굴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초기라고 알려져 있다. 수도원을 건축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초부터다. 그리스 정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외세의 종교 박해를 피해 수행자들이 접근이 어려운 바위산에 숨어들었다. 유교 국가인 조선이 건국되자, 산속으로 들어간 우리나라의 산사와 마찬가지로. 15세기말에는  수가 24개에 달했고, 17세기까지 번성했다고 한다. 현재는 6개로 줄어들었다. 멀리서 보면 아슬아슬하게 보이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다.

가장 크고 높은 대 메테오른 수도원(오른쪽),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발람 수도원(왼쪽)

    "거대한 사암 바위기둥높이는 수백 미터, 가장 높은 것은 오백 미터를 넘습니다. 그리스 정교회의 성지순례지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만든 까마득한 낭떠러지 끝을 수행, 명상, 기도의 장소로 변모시킨 수도원. 과연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도르래와 밧줄, 그물망을 이용하여 건축자재를 들어 올려 수도원에 건설하였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소박하게 수행한 수도자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1960년대 이후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험준한 산속으로 도로를 냈다고 하네요. 또 마을에서 수도원이 있는 꼭대기까지 계단을 만들고,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다리도 놓았답니다. 이제는 차를 이용하여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로사노의 성 바바라 수도원(왼쪽), 성 니콜라스 아나파프사스 수도원(오른쪽)

    메테오라는 제1차, 2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였다. 그리스 군은 화포와 탄약상자, 보급품을 밧줄에 달아 올렸다.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서 성지를 요새화했다. 신성한 장소가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가 되었다.


    "메테오라에는 잇단 전란으로 수도원은 대부분 파괴되고 남은 6개를 복원하여 개방하였습니다. 대 메테오른 수도원, 그 왼쪽 너머 발람 수도원, 아래쪽 가까이 로사노 수도원, 위쪽 멀리 니콜라스 아나퍼프사스 수도원, 혼자 떨어져 있는 성 스테파노스 수녀원, 가장 접근이 어려운 트리니티 수도원이 남아 있습니다."


    해발 고도 오백 미터가 넘는 험준한 바위기둥 정상에 세워진 트리니티 수도원은 영화 007 <For your eyes only>(1981년, 주연 로저 무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성 스테파노스 수도원

    수도원 내부에는 16세기 프레스코화가 벽과 천장에 그려져 있다. 비잔틴 미술을 만날 수 있다. 메테오라 수도원은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 내부의 프레스코화의 미적 우수성, 수도원 공동체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88년)에 등재되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도 불린다.



아기오세오도르 수도원


    칼람바카에서 하루를 보내며 메테오라에 있는 여섯 곳 수도원을 천천히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일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튀르키예로 이동하는 우리의 일정은 때문에 입장 시간(하절기 9:30-15:00)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여행사는 메테오라로 입구에 있는 아기오세오도르 수도원을 안내한다.

아기오세오도르 수도원 본당

    외부 벽면을 작게 자른 색 대리석으로 조각조각 붙인 교회 건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비잔틴 시대의 회화를 대표하는 모자이크는 본당 내부에도 보인다.

    바닥에 비잔틴제국을 상징하는 쌍두독수리 문장이 모자이크로 그려져 있다. 왕관까지 쓰고 있다. 비잔틴제국의 황제는 동방정교회의 수장을 겸했다. 동방정교회의 전통과 비잔틴제국의 문화를 이어받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모자이크 장식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을 상징하는 물고기도 모자이크로 표현한다. 물고기는 ‘그리스도를 아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는 또한 영생으로 연결된다.


    메테오라 수도원은 비잔틴 미술의 보고다. 어느 곳을 방문해도 개성 넘치는 프레스코화를 접할 수 있다. 후세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성화가 벽과 천장을 장식한다. 메테오라의 다른 수도원은 내부 촬영을 할 수 없다. 아기오세오도르만 이를 허용한다.

타조알 샹들리에(위), 내부 프레스코화(아래)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타원형 등이 타조알이라는데 글쎄요. 전쟁의 흔적을 안고 있다. 2차 대전 때 나치군의 총격으로 훼손된 성화가 전쟁의 아픔을 대변한다.

총탄 자국이 선명한 성화(왼쪽), 수도원 생활공간(오른쪽)

    본당 맞은편에 수도사들의 생활공간이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수도사들이 수도원을 오르내리던 밧줄과 바구니가 도르래에 걸려있다. 건축자재와 생활용품, 물통을 실어 나르던 운반도구였다. 사암을 파서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오르내리던 건물 내부의 계단이다.

수도원 외부의 운송수단인 밧줄과 바구니(왼쪽), 바위를 뚫은 내부 통로(오른쪽)


에게해 해변에서 점심을


    메테오라 관광을 마치고 서둘러 고속도로에 오른다. 항아리 같은 에게해 해변을 따라 차나칼라로 이동한다.

    에게해의 해변에서 점심을 먹었다. 

    "르키예는 이슬람 국가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오늘 점심은 돼지고기 꼬치와 에게해에서 잡은 오징어 튀김에 야채가 나옵니다. '수블라끼'라 하지요."

    수블라키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한다. 돼지고기를 올리브유, 레몬, 마늘, 후추를 넣은 마리네이드에 잰다. 숙성시킨 후 양파, 피망 등의 채소와 함께 꼬챙이에 꿰어 구워 만든 꼬치구이다. 오이, 토마토, 상추, 양파 등의 채소와 빵에 '자지키'라 부르는 요구르트 소스를 발라 같이 먹는다. 감자튀김을 곁들인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위해, 출입국 수속을 위해 버스를 멈추었을 뿐 8시간을 계속 달린다. 허리가 아프고 발목이 붓는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난코스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차창 밖의 풍경은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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