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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해변과 도두봉

올레17길(상), 광령에서 도두까지

by 정순동

숲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무수천은 월대천, 광령천으로 이름을 바꾸며 외도 포구를 만나다. 알작지 해안, 내도 바당길,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 도두항에서 도두 추억애(愛) 거리까지 해안으로 이어지다가 도두봉을 오른다. 후반부는 제주공항 울타리를 따라 제주 북부의 해안도로를 걸어서 제주 시내로 들어가 원도심을 통과하는 길이다.


광령 계곡의 무수천 트멍길(틈새길)로 들어선다.


사람살이에는 근심 걱정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들어주는 무수천(無愁川)이다. 이 하천은 한라산 장구목 서복 계곡에서부터 25km를 흘러내리며 물을 모아 외도 포구 앞바다로 들어간다. 대부분 건천인 제주의 다른 하천과는 달리 수량이 풍부하다.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생각나는 길이다. 무수천 틈새의 조그만 조각공원을 지나고, 무수천 트멍길은 숲과 들꽃, 경작지가 번갈아 나타난다.

무수천 틈새의 조각공원

여러 개 꽃잎이 숟가락 모양을 하고 있는 썬로즈는 핑크색 꽃이 피어 있고, 비쭉하게 올라 온 지칭개는 홍자색의 통꽃을 가지 끝에 달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다.

썬로즈(좌), 지칭개(우)


자연경관이 빼어난 외도 월대

綠樹陰濃近水臺(녹수음농근수대)
녹음이 짙게 드린 도근천 누대에는

有時避暑盃懷開(유시피서배회개)
이따금씩 피서객들 술로 회포 푸는구나

<출처> 외도 8경 안내문, 1경 '월대 피서'의 한 구절
월대

월대천. 외도천이라고도 한다. 수령이 500여 년이 넘은 팽나무와 300년 된 해송이 물가에서 외도천 위로 휘늘어져 선경을 자아낸다. 이 빼어난 자연경관은 달 밝은 밤이면 물에 비친 달빛이 고목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예부터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시문을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月臺(월대)라고 씐 자그마한 빗돌이 있는데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월대천을 향해 누워있는 해송

월대천은 물이 맑고 깊다. 주변의 수목으로 시원하여 여름철 피서지로 알려진 곳이다. 바닷물과 한라산 계곡물이 만나는 하천의 하류라 밀물 때는 해수가 역류해 들어온다. 은어, 숭어,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한다.




외도 포구와 내도 바당길


무심천, 외도천, 월대천으로 이름을 바꾸며 흘러든 광령천은 하구에서 도근천과 합류하여 외도 포구로 흘러든다. 외도 포구는 삼별초가 제주에 주둔해 있는 동안 주 보급항이 되었던 포구다. 김통정 장군이 항파두리성을 쌓으면서 이곳을 해상 보급기지로 삼았던, 삼별초의 조공포였다.

삼별초의 조공포였던 외도포구

내도 바당길의 방조제는 벽화와 마을 이야기들이 적힌 그림이 걸려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장군석과 힘센 여자' 이야기, '이호 테우 축제' 이야기, '알작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내도 바당길의 방조제

알작지 해변은 둥글고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이다.


ㆍㆍㆍㆍㆍㆍㆍ제주도에도 몽돌이 있으며, 몽돌해안이 있다. 사르르, 차르르 파도에 몽돌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정겹다. (중략) 그렇게 몽돌이 되었다가 모래가 되어 사라진다고 해도 의미 없는 삶은 아닐진대, 우리 인간은 뭐 그리 이름 석 자라도 남겨야 한다고 아등바등하는 것일까?

<알을 닮은 작은 돌> 작가 강태검 지음


내이동 방사탑은 바다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불길한 징조를 막기 위해 해안가에 세워 놓았다. 내도 알작지의 크고 작은 몽돌을 모아 줄눈을 맞추지 않고 불규칙하게 '허튼층쌓기'로 둥글게 탑을 쌓고 안은 잡석으로 채운 것이다. 꼭대기에는 길쭉한 현무암을 올려놓았다.

내이동 방사탑


이호테우 해수욕장


제주공항과 가까운 해수욕장이라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서핑보드 위에 하얀 고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방조제에 그려진 벽화의 일부로 보인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은 보드라운 모래도 좋고 해변의 카페도 한몫하지만 제주말을 형상화한 트로이 목마 같은 등대와 테우 그리고 쌍원담이 랜드마크다. 백사장보다 빨간색과 흰색의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몰린다.

이호테우 해수욕장

테우는 통나무로 엮어 가장 쉽게 만든 배다. 원래는 구상나무가 주 재료였지만 점차 삼나무로 대체되고 있다. 주로 연안 어로나 해초 채취를 위해 사용한다. 떼배, 터우, 테배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호해수욕장에서는 2004년도부터 이호테우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해수욕장 이름도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다.

테우 모형

원담은 해안 조간대에 돌담을 설치하여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던 전통 어촌문화유산이다. 이호동 '쌍원담'은 두 개의 대접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라 쌍원담이라 하였으나 해안 매립으로 없어지고 원 위치와 가까운 이곳에 복원하여 어촌생업문화 체험에 활용하고 있다.

이호동 쌍원담과 멀리 보이는 목마 등대

꽃대 끝에서 붉은 자줏빛 나비 꼴의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서 가지 끝에 하나씩 붙어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 끝, 방파제로 가는 길의 들판이 온통 자줏빛 붉은 토끼풀로 융단처럼 덮여 있다.

붉은토끼풀.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인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풍요로운 사랑'이다.

해변의 자투리 공원에 분홍색, 파란색, 자주색 등 다양한 색의 수레국화가 피어 있다. 독일의 국화(國花)다. 아마 관상용으로 식재한 듯하다. 아내는 얼른 꽃밭 뒤에서 포즈를 취한다.

수레국화. '행복, 우아, 섬세'가 꽃말이다.

바닷가에 이호1동 본향당이 있다. 팽나무와 보리수나무가 어우러진 곳에 오색천이 바람에 흔들리고 촛불이 켜져 있어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는다. 당 앞에 붉은색 왕돌이 있었다고 하여 '붉은왕돌할망당' 으로 전해지지만 붉은 왕돌은 개발로 없어졌다.

이호1동 본향당


도두항과 도두봉


도두항을 돌아가며 카페거리에 5,60년대 추억의 이야깃거리를 조형물로 재현해 놓았다. 굴렁쇠 돌리는 소년, 배꼽과 엉덩이를 반쯤 내어 놓고 말뚝박기 하는 아이들, 공기놀이,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팽이치기 등의 놀이 모습이 이어진다.


방조제에는 닭서리 모습, 말타기 놀이 모습, 엿장수와 아이들, 군밤장수와 아이들, 뻥튀기 기계 앞에 귀를 막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벽화로 그려놓았다.

도두항

도두봉을 오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도두봉은 해발 65.3m, 비고 55m의 나지막한 오름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오르기 쉽다. 제주공항 북쪽이라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바다 전망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남사면으로 가는 길은 통제하고 있다. 도두봉으로 바로 올라간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핸드폰을 비옷 안으로 집어넣는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하산한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장안사 대웅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한참을 기다린다.

빗줄기가 약해져 다시 걷기 시작하지만 비옷 속으로 비가 스며든다. 공항 담장이 이어진다. 점점 걸음이 빨라진다. 도심지에 가까운 곳이지만 공항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이곳은 오지다. 차는 많이 다니는데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빗줄기는 굵어지고 비가 세차게 내린다.


도두사수항을 지나 도두이동 서해안로를 걷는다. 이제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찾느라 마음이 조급해진다. 카페 도두에 들어간다. 옷이 다 젖어 한기가 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비는 더 세차게 퍼붓는다. 오늘 일정은 여기서 포기해야겠다. (2022. 5. 13)


올레17길(하)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운동 시간 3시간 9분(총 시간 4시간 26분)

걸은 거리 12.8km (공식 거리 : 12km)

걸음 수 21,141보

소모 열량 1,127kcal

평균 속도 4km/h





비가 와서 정상 바로 밑에서 포기했던 도두봉을 다시 올랐다.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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