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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담장을 따라 걷는 용담해안길

올레17길(하), 도두에서 제주 원도심까지

by 정순동

비로 중단했던 올레17길 걷기를 몰래물 마을에서 이어간다. 제주공항에서 5km 떨어진 지점이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공항 올레를 걸을까 했는데 마침 453번 지선버스가 온다. 도보로 120분, 버스로 25분 걸린다.



사라진 마을 몰래물


제주공항 감시초소가 보이는 주차장의 돌담 앞에 2개의 방사탑이 세워져 있다. 몰래몰 마을 사람들은 북쪽 바다가 허한 곳이라 이곳으로 액운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동쪽 탑 위에는 까마귀를 형상화한 긴 돌을 올려놓았다. 까마귀를 재앙을 쫓는 신의 사자로 여기고 있다.

몰래물 방사탑
제주공항 몰래물 감시초소

몰래물(구 사수동) 마을은 1941년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을 만들면서 사라진다. 옆 마을에 새몰래물(신사수동)을 세우지만, 40여 년 후 다시 수난을 겪는다. 제주공항 확장공사에 따라 주민들은 다시 이주한다.


1987년에는 이곳에 도두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긴다. 공항 건설과 확장으로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이주하고 일부 남아있던 주민들마저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몰래물 용천수와 분홍낮달맞이꽃

이후 주민들은 제성마을 등 4개 마을로 흩어지고, 해안가 웃통물과 통물, 엉물, 태역섬 등 용천수 샘터가 옛 몰래물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샘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분홍낮달맞이꽃이 꽃말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옅은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다. 나팔꽃을 닮은 분홍낮달맞이꽃은 달맞이꽃과는 달리 낮에 피고 밤에는 시든다.




어영소공원과 용담해안도로


어영 소공원 방사탑

어영 소공원. 휠체어 구간으로 걷기 좋은 올레길이 어영 소공원을 지나간다. 몰래물과 용담포구 사이에 용담 해안도로를 따라 길게 만들어진 해변공원이다. 공항이 가깝고 눈앞에 탁 트인 쪽빛 바다와 시원한 바람은 명품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벤치를 설치하고 방사탑, '로렐라이 요정상', 어패류 조형물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어영 소공원 앞바다

특히 밤에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원 맞은편에는 카페, 레스토랑, 식당에서 야경과 함께 밤바다를 구경하기 좋다.


공항 올레. 올레17코스의 번외 코스라 할 수 있는 공항 올레가 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하여 공항 담장을 따라 공항 동산을 지나 올레 17코스 중간 기착지인 어영소공원이 종점이다. 5km,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공항 동산에는 항공기 이착륙을 카메라로 잡으려고 삼각대를 놓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붐빈다.


섯물

섯물을 지나간다.

어영마을 해안가에는 단물이 솟아나는 용천수가 많다. 지하수가 대수층(帶水層, 지하수가 있는 지층)을 따라 흐르다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물을 용천수라 한다. 어영마을 북쪽 해안가의 섯물은 여성 전용의 용천수다. 샘을 세 칸으로 나누어, 위쪽은 먹는 물, 중간은 야채 씻는 물, 아래쪽은 목욕이나 빨래하는 물로 사용하던 곳이다.


버들마편초. 남미원산의 귀화식물이며 마편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행운, 강한 생명력'이다.

올레길 옆 해변의 작은 쉼터에 엷은 자줏빛을 띤 버들마편초취산꽃차례로 피어 있다. 먼저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핀다. 그 주위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핀다. 거기서 또다시 가지가 갈라져 새로운 가지 끝에 꽃이 피는 취산꽃차례를 이루고 있다.


수근연대

수근연대(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3-8호)

돌로 쌓아 올린 연대가 있다. 동쪽으로 사라봉수와 서쪽으로 도원봉수와 연락을 주고받았던 수근연대다. 수근연대는 사다리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출입구는 4단의 돌계단이 있다. 직선거리의 통태를 살피고 해안을 감시하던 수근연대는 1978년 복원된 것이다.


문주란. 원산지가 한국(제주도에 자생), 일본, 열대 아시아, 북아메리카 해안이며 수선화과 / 문주란속으로 분류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청순함, 어디론가멀리'다.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에 자생하는 문주란이 무리 지어 있다.

훈장국화, 가자니아라고도 불리는 태양국문주란과 어울려 흰 꽃을 피우고 있다.

뒤로 고기잡이배가 바다를 지난다.

검은 바위 위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용담동 마을 위로 내리는 항공기

머리 위로 항공기가 연신 오르내리고 있다.

용담포구와 용천수 다끄네물이 있는 것으로 마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용담해안도로에서 제주공항 철조망이 가장 가까운 곳인 용담포구 앞에 용담 레포츠 공원이 있다. 다목적 운동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롤러스케이트장, 조망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용담포구
용당 다끄네물

용담 레포츠공원. 공항 소음 피해를 감수하고 사는 용담2동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공 편의시설로 제주시에서 ‘93년 공원을 조성하였다. 제주지방항공청의 동의로 토지는 무상 제공되고 관리에 소요되는 예산은 소음피해 지역 지원 예산과 지방비가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지방항공청은 무상 사용의 근거가 되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됨을 이유로 최근 5년 사용 임대료에 대한 변상금 부과를 예고하여 용담2동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하려고 한다.

용담마을 위로 내리는 항공기




영주 12경 용연야범(龍淵夜泛)


용두암(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7호)은 용담해안도로 동쪽 끝에 있는 용머리 모양을 한 용암바위다. 점성이 높은 위로 솟아오르면서 굳어진 것으로 붉은색 현무암질로 된 암석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파도에 침식되어 생긴 암괴다.

용두암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하늘로 올라가던 용이 산신령이 쏜 화살을 맞고 바닷가에 떨어져 죽는다. 몸이 바다에 잠긴 채 머리만 하늘을 향해 굳어져서 용두암이라고 불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용연. 용두암에서 동쪽으로 200여 m 가면 백록담에서 발원하여 제주시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흐르는 한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작은 연못이 있다.

한천 하구
용연

용연은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살았던 연못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깎아지른 양쪽 벽이 병풍을 두른 듯하고, 못은 맑고 짙푸른 물을 담고 있어 취병담(翠屛潭)이라고도 한다.


용연은 예부터 여름밤의 뱃놀이로 유명하여 영주 12경의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으로 알려진 장소로서, 조선 후기부터 이곳에서 뱃놀이를 비롯하여 시회와 주연 등이 열렸던 곳이다.

제주시와 제주문화원은 1999년부터 용연야범을 음악회로 재현한 문화축제인 용연 선상음악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레17코스는 용연의 절벽을 잇는 구름다리를 지나간다.


제주 근현대사의 현장, 관덕정


관덕정. 제주의 각종 집회는 여기서 열리고 역사적인 사건도 모두 이곳에서 일어났다.


관덕정은 1448년(세종 30) 안무사 신숙청이 병사들의 훈련을 위해 세운 건물로 제주 관아의 일부다. 그 후 여러 차례 수리되어 변형되었던 것을 2006년의 보수를 통해 원 모습을 되찾은 제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관덕정과 제주 관아 앞은 넓은 광장이 있었던 조선시대 제주 정치와 행정, 문화의 중심지였다. 제주 사람들은 무슨 큰일이 생기면 약속이나 한 듯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던 제주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제주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다.


신축년 제주항쟁의 지도자 이재수가 처형된 곳도 이곳이고, 4.3의 도화선이 된 1947년 3.1절 집회도 북국민학교에서 시작되어 이곳에서 사건화 된다. 1949년 6월 4.3의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의 시신을 전시하는 야만적인 사건도 이곳 관덕정 광장에서 일어났다. 그 후 4.3 이후 시민과 학생들의 끊임없는 4.3 진상 규명 운동도 이곳에서, 역사의 고비마다 일어났던 민주화운동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아침 열 시쯤 관덕정에서 덕구 외삼촌의 시신이 나무 십자가에 매달렸어. 윗옷 주머니에 숟가락이 꽂혀 있었지. (중략) 나와 친구는 종일 관덕정 주변을 왔다 갔다 했어. 장마철이라 아침부터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푹푹 쪘어. ㆍㆍㆍㆍㆍㆍㆍ그런데 한 사람도 분노하는 사람이 없었어. 저 빨갱이 잘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지. 모두가 침울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여서 예를 표하고 지나갔어.

김창생 장편소설 <바람 목소리> 184쪽 ~ 185쪽, 봄, 2022. 4. 3


관덕정은 말없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돌하르방. 아내는 돌하르방을 안는다.

제주의 상징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벅수머리, 홍중석, 우석목 등으로 불리는 돌하르방이다. 이들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성문 입구에 세워졌던 석상이다. 모두 48기가 제주에 세워져 있었는데 1기는 분실되고 2기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돌하르방은 장승과 같은 수호신 역할과 경계를 짓는 기능을 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관덕정 앞의 돌하르방 2기는 제주읍성 서문 밖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관덕로를 건너 향사당(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6호)을 지나간다. 정갈하게 관리된 향사당은 고을의 어른들이 봄, 가을 2번의 모임을 갖고 활쏘기와 잔치를 베풀며 당면 과제나 민심의 동향에 대하여 논하던 곳이다.

향사당

옛 제주대학병원 건물을 감아도니 알록달록한 예쁜 천이 잔디밭에 널여 있다. 천연 염색 천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한편에는 물들이는 작업을 한다. 천연 염색 사회적조합 한짓골이다. 천연 염색 공방은 재활용 천연 염색 체험과 교육을 한다.

한짓골

도심 한복판에 초가집이 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와 마당에 놓여 있는 생활 도구를 보아 가정집으로 보여 더욱 인상적이다.

도심 속의 초가

중앙성당. 고딕식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제주 최초의 천주교당인 중앙성당으로, 1899년 페네 신부와 김원영 신부가 초가집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기와집으로 개조하고 1930년 고딕식 건물을 신축했다. 성탑과 함께 제주의 명물로 알려진 이 건물이 1968년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되었다.

제주 최초의 천주교당인 중앙성당

관덕정 분식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동문시장을 들러 아인이 선물을 산다. (2022. 5. 26)




운동 시간 1시간 50분(총 시간 3시간 14분)

걸은 거리 7.1km (공식 거리 : 12km)

걸음 수 11,803보

소모 열량 694kcal

평균 속도 3.8km/h


​​​​날씨 : 흐림

온도 : 20°C

습도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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