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본래 3월에 파종해서 6월 하순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강원도에서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감자 심기이다. 감자 파종(播種)과 함께 텃밭을 개장하고 밭농사가 시작된다. 먼저 씨감자를 준비해야 한다. 씨감자는 쪼개서 싹을 틔운 뒤 심는다. 싹이 난 감자를 키우려면 순 치기와 물 주기 등이 포인트이다.
감자는 본래 3월에 파종해서 6월 하순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그래서 ‘하지감자’란 말이 있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 즉 6월 21일 즈음에 수확한다고 해서 유래한 것. 다시 말해 감자를 심은 뒤 100일 정도 생육기간이 필요하니, 3월 보름 전후로 씨앗(씨감자)을 뿌려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늘쑥날쑥해 일을 미뤘다. 마음이 급하다.
서둘러 씨감자를 준비하고 훈탄도 조금 얻었다. 얼마 전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 종일 일해서 40킬로 왕겨 포대 10개를 만들었다. 벼를 수확 후 정미소에서 도정하고 나온 부산물 중에 하나가 벼 껍질, 바로 '왕겨'이다. 그 왕겨를 불로 태워서 숯으로 만든 게 왕겨숯, 훈탄(燻炭)이다.
왕겨훈탄은 감지 같은 밭작물을 키울 때 뿌려주면 아주 좋은 천연거름 역할을 한다. 출처=푸른네이처
왕겨훈탄은 감지 같은 밭작물을 키울 때 뿌려주면 아주 좋은 천연거름 역할을 한다. 훈탄과 거름을 뿌린 뒤 땅을 갈고 두둑을 만들어야 비로소 감자를 심을 수 있다. 요즘은 쌀소비량이 계속 줄어들어 왕겨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왕겨숯을 직접 만들기보다 공장에서 생산한 것을 마트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감자는 매력적인 식재료이다. 감자막걸리, 감자 속살이, 감자송편, 감자를 갈아서 가라앉힌 앙금과 건더기로 만든 감자옹심이, 감자와 콩과 밤 등을 넣고 시루에 찐 감자뭉생이 등… 모두 강원도에서 발달한 음식들이다. 또 강원도에는 감자골이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도 많다. 강원도 사람을 '감자 바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자는 흉년에도 잘 자라던 구황작물이지만, 이것도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감자의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열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기 때문에 지나친 일조량과 높아진 기온은 감자의 수확에 영향을 준다. 강원도 감자 재배 지역도 점점 더 높은 산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발 600m 이상으로 일교차도 큰 고랭지가 좋은 환경이지만 재배면적 역시 줄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되면서 기온이 많이 올라갔는데 감자 품종은 기후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품종을 개량한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농업 생산량은 5% 감소한다고 한다. 기후 변화를 막지 않는다면 먹거리의 멸종이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삶 전체가 완전히 바뀌게 될까 두렵다. 다 키운 감자에는 역병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의 고랭지 씨감자 재배지에서 감자역병이 발생했다.
귀농할 때는 몰랐는데, 밭농사는 정말 어렵다. 하루종일 밭에서 보냈기에 올해 감자 심기는 얼추 마무리했지만 아직 끝난 게 끝이 아니다. 뒷정리가 남아있다. 호미, 낫, 괭이 등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다리고 있다. 몸 근육이 발끝, 손끝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