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니 우리 집 마늘밭에 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쫑은 마늘의 꽃줄기,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에 마늘 농사에서는 이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늘쫑(종)을 뽑으려고 하니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마늘종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잡아당겨서 끝까지 뽑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요즘은 마늘종 제거 가위도 나왔다는데, 장만하고 싶다.
머눌종 제거 가위 출처=공구나라
할머니들이 우리 집 마늘이 잘 되었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귀농한 지 몇 해 안된 나는 사실 뭐가 잘되고 못된 것인지 잘 알기 어렵다. 그저 "잘해봐~"하는 격려쯤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지난겨울과 봄 사이에 눈이 많이 왔고 비도 적당히 뿌린 데다, 웃거름 역시 때에 맞게 두어 번 나눠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제 생육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수분 관리와 병해충 방제를 잘한다면 마늘통 씨알은 더욱 튼실하게 커질 것이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6월 하순까지 날씨 역시 크게 요동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늘종은 중요한 식재료이다. 살짝 데쳐서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간장에 볶으면 반찬이 된다. 새우나 오징어를 넣고 들기름에 바삭하게 부쳐 파전을 만들어도 맛나다. 이맘때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난 유채로 만든 유채 된장국에도 어울린다. 특히 봄나물인 명이나물이나 곰취나물 아니면 봄채소와 함께 쌈장에 싸 먹는 것을 좋아한다.
마늘 같은 양념채소나 쌈채소는 강원도 농가들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원래 강원도에는 3~4월에는 생산할 수 있는 농산물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기후조건과 자연환경을 활용해서, 강원 고산 지역에서는 요즘 봄철 특산물인 웰빙 약용 쌈채소가 본격 출하되고 있다.
반면에 여름 채소인 고랭지 배추 산지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10년간 20% 이상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폭염 같은 이상기후. 고랭지 배추 재배지역인 태백이나 강릉 등을 보면 폭염일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열대화가 심화하는 중이다. 병충해 피해까지 겹치면서 고랭지농업 황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확실히 해를 거듭할수록 세균이나 바이러스성 병해가 생기는 규모나 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을 체험한다. 고랭지 농사를 그만두겠다는 농가 소식이 제법 들린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사라지는 것인가. 탄소 중립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개량하고 새로운 재배법이 개발되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