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제주동백수목원>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2
▷ 가볼만한 시기 : 12월~1월
▷ 함께 가볼만한 곳 : 위미동백나무숲
동백꽃은 세 번 피어난다. 나무에서 활짝 피고, 땅 위에서 다시 한번 피고, 보는 이의 가슴에서도 동백꽃이 피어난다. 매년 12월~1월에 제주 위미리에 있는 동백나무숲에 가면 세 번 피는 동백꽃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
최근 한강 작가가 차기작으로 언급한 바 있는 현맹춘 할머니가 일군 제주 위미동백나무 군락지와 더불어 그 손자가 이룬 여기 제주동백수목원은 KBS 애국가 2절의 영상으로 나올 만큼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제주동백수목원에는 1만m2 규모의 정원에 500여 그루의 애기동백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애기동백(Camellia sasanqua)은 일반 동백과 달리 12월~1월 내내 동백꽃을 즐길 수 있다.
※ 출처 : 금정신문, 2024.10.22, '노벨 문학상' 한강, 차기작 제주동백나무 현맹춘 할머니 예상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동백나무숲이 흡사 동글동글 분홍꽃잎으로 뒤덮은 '봉분' 군락지 같다. 동그랗게 정성스레 잘 다듬어진 동백나무에는 수백 개의 연분홍 꽃등을 매달아 놓은 듯 화려하고, 나무속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편안하기만 하다.
동백나무 아래에는 소복이 쌓인 동백꽃잎들이 붉은 카펫처럼 땅을 뒤덮고 있다. 꽃송이채로 떨어지는 일반 동백꽃과는 달리 애기동백은 꽃잎 하나하나 떨어진다고 한다. 떨어진 꽃잎들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아름다웠던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듯 자신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동백나무에 매달려 있는 동백꽃과 땅을 뒤덮고 있는 동백꽃잎들은 햇볕에 반짝이며 온통 주위를 선홍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무 그림자조차 붉은 피를 토해내고 있는듯하다. 순간 처연해지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듯 하다.
한겨울 눈바람 추위를 이겨내며 꽃을 피워내야 하는 숙명은 동백을 이토록 붉게 물들게한 것일까?
동백꽃의 꽃말은 '누구보다도 그대를 사랑합니다'이다. <동백아가씨>의 노랫말처럼 멀리떠난 님을 그리워하며 울다 지쳐서 가슴에 빨갛게 멍이 들고 결국 숨을 거둔 아낙네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뒤늦게 찾아온 남자는 그녀의 무덤 앞에서 대성통곡하며 가져온 동백 씨앗을 심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산 전체가 동백꽃으로 불타오르는 듯이 빨갛게 뒤덮였다 한다.
헤일 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 가슴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묻고
오늘도 기다리네 동백 아가씨
가신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 오려나.
동백아가씨 / 작사 한산도, 노래 이미자
동백꽃은 아름답지만, 그 옛이야기는 애달프다.
그렇게 동백꽃은 내 가슴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동백 / 박남준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다만 일별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내린 동백을 보는 일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 갔던 건
거기 내 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박남준 시집 《적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