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순백의 여백을 마주하다

가본 곳 <선자령>

by 제이바다

▷ 위치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1-134

▷ 가볼만한 시기 : 12~2월

▷ 함께 가볼만한 곳 : 하늘목장


어느날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를 접한 우리는 마침 연말 송년회 겸사하여 의기투합을 했다. 선자령에 가자고. 눈이 오는 선자령에 푹푹 빠져보자고. 그리하여 12월 26일, 짐을 싸 들고 대관령 휴게소에 차를 두고 선자령으로 향했다. 무르팍까지 차오른 눈길을 헤쳐가며 산으로 산으로 들어갔다. 선자령 똥 바람이 거세다. 재빨리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정종 한 그릇에 몸을 녹였다. 밤은 깊어가고 텐트에 툭툭 닿는 눈 소리가 적막한 선자령을 깨우고 있다. 소복이 쌓여가는 눈은 어느새 풍차 바람도 잠재우고, 고요히 나 자신을 칠흑같이 어두운 침묵의 한복판에 서게 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하다. 뒤척이며 몇 번이나 깨었던가. 다음날 새벽, 세상의 온갖 것들이 눈 속으로 사라진 이곳에서 하나의 점과도 같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온통 세상이 하얗다. 땅과 하늘도 태어나기전 태초가 이랬을까. 지난 밤 내 맘 가득 찼던 슬픔과 분노는 어느새 도화지 여백 속에 숨을 곳 없어 사라져 버렸다.


2016.12.27, 선자령에서
20161227_074120.jpg?type=w966
20161227_100758.jp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홍빛의 제주동백은 꽃무덤이 되어 처연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