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잔해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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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향해 가는 길에 남은

겨울의 잔해가 아름답다

새로운 날들을 위해

희생의 제물로 논두렁을 수놓았던 불길이

이제는 미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솟아오르는 고운 색상의 자리를 위해

쓰러질 게다 누울 게다

또한 흙과 하나가 되어

새로운 날들을 여는 거름이 될 게다

난 그들을 많이 보아 왔다

뒷 물결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앞 물결의 흐름을

하얀 색상은 확실히 거룩하다는 감각이

나의 뇌리에도 머물고

불이 아니라도 물이 아니라도

흰옷 입은 사람들의 자취는

우리들의 삶에 은은하게 스민다

내 심연에 귀하게 남은 억새의 잔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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