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억들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 속에 몰입해 기억들의 잔해를 재구성하고 다듬을 수 있어 좋다. 그 당시에 어떠한 마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움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지난봄 자주 오르던 산이다. 지금은 신록으로 우거져 있다.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백지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산이 백지상태에서 내가 그리는 대로 그림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눈에 넣는 것이 그림이 되고 손에 잡히는 것이 언어가 되었다. 색상도 형상도 모두가 내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속살을 쉽게 드러내 보여주질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목의 시절을 찾고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인생에 그렸던 그림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비워진 공간이었다. 지금은 무엇을 가득히 채워 다른 백지들을 만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시간 강에 갔던 때이다. 잘 탈 줄도 모르는 카누를 타고, 그것도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게 타고 마음과 몸이 따로 놀았던 기억이 있다. 흐르는 물살도 내가 움직이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흐르는 물에 맡겨도 배는 저절로 움직였다. 그 상태 그대로 좋은 일이다. 구태여 애타게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도 움직이고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했던 기억이 새삼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자라에 앉았다.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은 사라지고 없다. 좋았던 자리만 마음에 남았다. 사람들의 관계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두 장의 사진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만남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온 내 삶, 굽이치는 물결 속에서 거슬러 오르려고 했던 내 삶, 아련히 떠오른다. 억지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렇지 않았나 돌아보기도 한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진한 사랑으로 남는다.